■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홍영선 기자의 <쏘왓(So What)>
◇ 임미현> <홍기자의 쏘왓> 입니다. 이 경제 뉴스가 나와 어떤 관련이 있을 지 알아보는 시간이죠? 홍영선 기자 나왔습니다. 홍 기자, 오늘은 어떤 이야기 해볼 건가요?
◆ 홍영선> 고위공직자들의 부동산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 임미현> 지난 주에 청와대 대변인이 재개발 지역의 고가건물을 산 것이 논란이 되어서 결국 사퇴까지 이어졌고, 주말에는 국토부 장관이 다주택과 갭투자 문제로 자진 사퇴를 했습니다.
◆ 홍영선> 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나 최 장관 후보자의 경우 사실 위법한 사항은 없습니다. 하지만 '빚 내서 집 사지 말라', '살 목적이 아니면 다주택을 갖지 말라'던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정반대의 행동을 하면서 국민 감정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고 결국 사퇴로 이어진 건데요.
이 계기가 된 게 고위공직자들의 재산이 공개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재산 목록들을 좀 살펴보면서 과연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제대로 가고 있는 건지 살펴보겠습니다.
◆ 홍영선> 네 지난 주 금요일(29일) 오전에 가봤는데요. 흑석역 3번 출구로 나와서 우선 30대 여성인 제 걸음걸이로 5분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해 있더라고요. 흑석시장을 좀 지나서 해가든아파트 바로 근처였고요.
위치가 상당히 좋다고 느껴졌던 게 바로 옆에 중앙대학교 의과대학부속병원, 중대부속초교 등 초등학교들이 있고 그 옆에는 중앙대가 있어서 젊은층이 많이 드나들더라고요. 지역이 노후화 됐지만 곳곳이 개발된 곳이 많아서 그렇게 슬럼화되지도 않았고요.
부동산 중개업자 등의 말에 따르면, 이렇게 교통이 좋고 대학병원과 초중학교가 다 있는 곳이 없다고요.
한 부동산 중개업자의 말입니다.
"병원이 용산에서 흑석동으로 넘어오면서 자리를 잡으니까, 대학교와 대학병원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고요. 흑석역이 가까이 있다보니 교통까지 좋죠. 이렇게 교통이 좋고 초중학교, 대학교까지 다 갖춘 곳은 드물어요. 다만 단점이 고등학교가 없다는 건데 고등학교도 들어올 예정이고요. 이렇다보니 어르신들한테도 좋고 젊은 사람들한테도 상당한 수요가 있죠."
◆ 홍영선> 김 전 대변인이 투자했다는 집 앞에서 인근 주민과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도 집을 보러 오는 분들이 있었고요. 부동산 중개업소에 있는데도 뉴스를 듣고 물으러 오시는 분들도 있었는데, 더 문의가 늘었다고 하더라고요.
◇ 임미현> 이 지역의 건물을 사기 위해 김 전 대변인이 투자한 금액이 25억원 정도였던 거죠? 고위공직자 재산신고에 따르면?
◆ 홍영선> 네 25억 7000만원에 매입했다고 신고했는데요. 전재산 14억원을 투자하고 국민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 10억, 친인척 등에 빌린 1억원 등을 합해 건물을 샀다고 설명했고요. 대출을 받은 은행의 지점장이 김 전 대변인의 후배였다, 특혜 대출이 아니냐 이런 지적도 나왔는데요.
국민은행에 확인한 결과, 지점장이 김 전 대변인의 후배는 맞지만 담보인정비율(LTV) 등 정부의 대출 규제를 따른 정상적인 대출이고, 금액과 대출자의 상황에 따라 대출금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 정도 금액의 3%대 초반 금리는 특혜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 임미현> 문제는 김 전 대변인의 직책과 이 건물을 사들인 시점이겠죠.
◆ 홍영선> 그렇습니다. 작년 2월 청와대 대변인이 됐는데 5개월만에, 그러니까 작년 7월 매입을 한 건데요. 청와대의 입이라고 할 수 있는 대변인이라는 직책과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불일치 하면서 민심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한 거죠.
◆ 홍영선> 네 이 때 핵심이 '강력한 대출 규제'로, 실거주 이외 주택 구입은 막을거다. 이거였거든요. 그래서 집 한 채 있는 사람의 대출도 소득 1억원 이하로 제한을 뒀고요. 투기 지역의 경우 이미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사람들은 대출 자체를 못하게 했고요.
◇임미현> 상당 부분 효과를 보면서 집값이 안정적으로 잡히긴 했어요?
◆ 홍영선> 네 그렇지만 대출 없이 비싼 집을 살 서민이 과연 있느냐, '인(in) 서울'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말라는 거냐는 불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죠. 그렇게 대출을 틀어막아 놨는데, 청와대 대변인이 대출을 10억까지 받아서 고가의 건물을 매입한 게 도의적으로 맞냐는 거고요. 국민들이 느끼기에는 본인들이 먼저 대출 다 해서 재개발 지역에 투자를 해놓고 일반인들은 못하게 하는게 맞느냐는 형평성 문제로까지 이어지는 거고요.
◇ 임미현> 김 전 대변인이 그냥 국민 감정에 반해서 죄송하다 이 정도로 넘어갔어도 됐을 텐데 30년 넘게 전세를 살았기 때문에 노모를 모시기 위해 내 집을 사려고 한 것이라고 해명을 한 게 또 불을 질렀고요.
◆ 홍영선> 사실 재산이 14억이면 꼭 흑석동 같은 재개발지역에 투자를 안해도 서울 이내에서 다른 곳도 얼마든지 살 수 있는 돈이거든요. 적은 돈이 아니고요. 재개발지역에 건물을 샀다는 건 재건축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중에 더 오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더해져 투자하는 거고요. 10억이 넘는 채무와 엄청난 이자까지 감당하면서 말이죠. 당장 살 수도 없는 곳인데 그걸 노모를 모시기 위한 노후 대책이라고 말했다가 괜한 반발감을 더 키웠죠.
◆ 홍영선> 부동산 대책을 설계한 부처가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경제부처잖아요. 이 부처들의 고위관료 재산을 좀 살펴봤는데요. 서울 강남권과 세종시에 집을 소유하고 있는게 눈에 띄었습니다.
금융정책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의 이른바 '탑3'는 모두 서울 강남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었는데요.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송파구 잠실동에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있는데, 지난해 말 기준 공시가가 11억2800만 원으로 1년 새 1억7000만 원 가까이 급등했고요. 이 영향으로 최 위원장의 총 재산은 1년새 2억5000만 원이 불어난 17억2300만 원을 기록했습니다.
김용범 부위원장도 서초동 아파트가 1억 원 가까이 뛴 데다, 상속 자산까지 반영되면서 재산이 1년 새 9억원이 넘게 늘었습니다. 손병두 금융위 사무처장도 공시가 11억 원에 달하는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었고요.
금융감독원 '부원장 이상' 고위 임원들 절반도, 강남에 부동산을 갖고 있습니다. 유광열 수석부원장은 세종시 아파트와 별도로, 강남구 도곡동에 7억원이 넘는 오피스텔 1채를 갖고 있었고요. 김우찬 금감원 감사는 총 재산 48억원으로 금융계 고위공직자 중 1위를 기록했는데, 강남구 대치동에 본인 명의 아파트가 20억원에 달했습니다.
◇ 임미현> 기재부도 궁금한데요.
◆ 홍영선> 기재부는 세종 쪽에 아파트가 많았는데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세종시 소재 주상 복합건물 용지의 아파트 분양권(가액 8062만원)을 새로 취득했고요. 이호승 기재부 1차관은 가지고 있던 분당의 아파트가 4400만원 가량 올랐습니다.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은 부인 명의의 복합 건물(분당)과 아파트(강남 개포동) 가액이 1억 4900만원이나 올라 작년보다 재산이 7억원이 넘게 늘어났습니다.
◆ 홍영선> 국토부장관 후보자가 다주택과 갭투자 문제로 결국 자진 사퇴를 했고요. 분당과 송파구 잠실동의 아파트 2채에 세종시에 있는 분양권까지 갖고 있었는데요. 장관 후보자 지명 직전 딸 부부에 분당 아파트를 증여했지만, 공직에 있었을 때 부동산 투자에 몰두한 게 아니냐는 비난을 뚫지 못하고 낙마했죠.
다주택자였던 공직자들은 집을 팔아서 1주택자가 된 점이 눈에 띄더라고요. 현 정부가 집값 급등 주범으로 다주택자를 지목하고 압박하는 규제책을 냈던 만큼 국민 여론을 의식한 것 같은데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남편 명의로 돼 있는 경기도 연천 주택을 처분한 뒤 현재는 경기 고양시 일산의 아파트 한 채만 보유한 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요. 김경욱 기획조정실장은 지난해 봄 아파트 한 채를 팔아 화성시에 있는 아파트 한 채만을 부부 공동 명의로 갖고 있고요. 박선호 1차관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주상복합아파트 한 채만 본인 명의로 보유하고 있고, 이문기 주택토지실장은 배우자와 공동 명의로 강남구 대치동의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있었습니다.
◇ 임미현> 여러 채의 집 가운데 이른바 '강남의 똘똘한 한채'만 남겨두고 정리한 거네요.
◆ 홍영선> 이 강남의 똘똘한 한채가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이 늘어나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아무래도 강남 집값이 올랐으니 당연한 거긴 한데요. 부동산 문제의 해결 권한을 쥔 고위 공직자들이 부동산을 많이 가지고 있고 집값이 오르는 노른자 건물을 보유하고 있으니 과연 부동산 투기 정책 근절이 이뤄지겠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긴 하죠.
윤철한 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경실련) 정책실장입니다.
"단순 주택매매시장의 참여자와 한 국가의 주택정책을 관할하는 공직자의 경우는 그 지위가 다르지 않습니까. 자산증식이라는 사익추구를 최우선으로 하는 시장참여자와 국민의 주거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하는 고위공직자는 구별되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로 보입니다"
◆ 홍영선> 이러다보니 부동산 정보를 주고받는 인터넷 카페에선 '고위공직자들의 부동산 투자'를 본받아야 한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고위공직자들이 합법적으로 부동산 투자를 하고 재산을 늘린 것을 무조건 비난할 건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에게는 돈도 없는데 대출 받아 집 사는 건 투기고, 우리가 노후를 위해 몇십억씩 대출 받아 집 사는 건 투자라고 하면 그 '이중 잣대'를 과연 어느 누가 공감할 수 있을까요?
노무현정부 당시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거울 삼아 문재인정부는 더 강력하게 부동산 정책을 펼쳤고, 그 때문에 청와대 대변인과 장관 후보자 등도 부동산 문제가 불거지자 빠르게 자진사퇴하며 진화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부동산 정책과 고위공직자들의 부동산 투자가 따로 가는 한, 부동산 정책의 성공은 거리가 먼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 임미현> 네 지금까지 홍영선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