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北 대사관 침입, 미국이 제대로 약점잡혔다"

北 최고인민회의에 사인 보내는 韓美
대사관 침입 사건, 협상서 나쁠 것 없다
빅딜 문서 공개한 美? "고단수 트럼프"
한미회담 전 대북 특사...김정은 답방은?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세현(전 통일부장관)

하노이 북미 정상 회담, 노딜로 끝난 지 이제 한 달 지났습니다. 그런데 북미 사이에 낀 먹구름은 그대로죠. 특히 하노이 회담 당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제시했던 그 빅딜 문서 내용이 로이터 통신에 일부 공개가 됐고요. 또 주스페인 북한 대사관 절도 사건이 미국 FBI와 관련됐다는 의혹까지 제기가 되면서 상황은 더 꼬이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열흘 뒤네요. 4월 11일에 한미 두 정상이 만나기로 했습니다. 청와대가 원래 잡혀 있던 일정을 취소하면서 이 일정을 잡은 걸 보면 상당히 전격적으로 만남이 약속됐다는 얘기입니다. 어떻게 갑자기 북미 두 정상이 만나기로 했을까요.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걸까요. 궁금합니다. 그래서 모셨습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나와 계세요. 어서 오세요, 정 장관님.

◆ 정세현> 안녕하세요.

◇ 김현정> 갑자기 한미 정상이 열흘 뒤에 만난다, 전격적으로. 이게 무슨 일입니까?

◆ 정세현> 날짜가 10일부터 11일로 이렇게 잡혀 있지 않습니까?

◇ 김현정> 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 정세현> 4월 11일은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 회의가 열리는 날인데 그날은 원래는 4월 달에 열리는 최고인민회의는 작년 결산, 금년 예산을 통과시키는 회의예요. 정부 조직을 바꿀 수도 있죠. 그런데 중대한 국가 방침을 또 거기에서 확정하는 그런 기능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이 계속 상응 조치를 취해 주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다는 예를 신년사에서.

◇ 김현정> 이미 했죠.

◆ 정세현> 이미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중간에 2월 28일 날 저렇게 트럼프 대통령. 구체적으로는 볼턴 보좌관 때문에 완전히 노딜로 끝나지 않았어요. 그 노딜로 끝난 뒤에 북한이 좌절감이 컸을 겁니다.
미국과 이런 협상을 계속해야 되느냐는 고민을 하는 거 같더라는 최선희 부상의 기자 회견도 있었지만 바로 그 새로운 길을 4월 11일 날 공식적으로 채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즈음해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는 모양새를 취하면 북한한테 이 둘이서 만나가지고 그야말로 북핵 문제 해결에 미국 측이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으니까 너무 그렇게.

◇ 김현정> 우리랑 끊지 말아라?

◆ 정세현> 끊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 날짜를 그렇게 겹쳐서 잡았다고 생각하고.

◇ 김현정> 그러면 4월 11일보다 훨씬 전에, 며칠이라도 전에 잡아야 할 텐데 어떻게 똑같이 잡았어요?

◆ 정세현> 준비하는 데 기술적으로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간이 있으니까 그럴 거고. 그 전에 지금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러시아를 들러서 미국을 가는 모양인데 가면서 공항에서 미국과 협의를 해서 특사를 보낼 수도 있다 하는 얘기까지 하지 않았어요?

◇ 김현정> 대북 특사요.

◆ 정세현> 네 대북 특사. 그러면 대북 특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게 되는 배경을 설명하러 갈 거예요.

◇ 김현정> 아… 이제 퍼즐이 맞춰지네요. 4월 11일 최고인민회의는요, 여러분. 우리가 생각하는 그냥 국회의 회의 정도가 아니라 굉장히 중요한 것들을 많이 결정하는, 김정은 2기 출범식과 같은 그런 날입니다.

◆ 정세현> 그렇죠.

◇ 김현정> 그때 혹시라도 김정은 위원장이 덜컥 '우리 이제 미국이 아닌 새로운 길을 가겠다.' 러시아가 유력해 보입니다. 러시아와 손잡겠다. 이렇게라도 되면 큰일이 나니까. 그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 만나서 북한에게 사인을 보내는 거예요. '새로운 길 가지 말아라.' 막아서는 거네요, 장관님 말하자면?

◆ 정세현> 그렇죠. 그거 관련해서 스페인 대사관에 뭐라고 그럽니까.

◇ 김현정> 침입 사건이라고 얘기하죠.

◆ 정세현> 그런 일을 한 단체가 미국 FBI하고 관련설을 또 얘기를 하지 않았어요.

◇ 김현정> 반북 단체인데요. 자유조선이라는 단체가 '우리가 갔다. 우리가 가서 정보들 탈취해 왔다. 그거 FBI한테 넘겼다.' 막 이러고 있어요.

◆ 정세현> 글쎄요. 그러니까 FBI에 일방적으로 넘긴 게 아니라 FBI가 준다고 받았다는 것이 의미가 있는데요. 준다고 해서 받는 게 의미가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는 미국이 지금 북한한테 일종의 약점을 잡히는 거예요.

◇ 김현정> 그런데 그전에 지금 자유조선에서는 우리는 넘겼다라고 얘기하지만 FBI에서는 긍정도 부정도 안 하고 있거든요.

◆ 정세현> 그건 원래 그러는 겁니다.

◇ 김현정> 받았다는 얘기입니까?

◆ 정세현> 받았다는 얘기를 하는 데가 어디 있어요. 그건 일종에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고 소위 미국의 공식적인 체면에 어울리지 않는 일인데 그걸 했다고 얘기를 할 리가 있어요.

◇ 김현정> 그런데 그거 왜 그렇게 무리한 짓을 FBI가 했어요? 만일 했다면, 하노이 회담 있기 불과 며칠 전에 주스페인 북한 대사관에 가서 그 중요한 정보를 빼오다니. 이건 너무한 일 아닙니까?

◆ 정세현> 그러니까 일단 미국의 정보 기관이나 무슨 수사 기관 내지는 이런 데는 대개 기본적으로 좀 보수 성향이 강하고 특히 북한 같은 나쁜 딱지가 붙어 있는. 미국이 악마화시켜놨지만 그런 단체에 대한 압박 카드를 갖고 싶어 하니까, 그런 점에서는 뭔가 지금 앞으로 지금이 북한을 압박해 들어가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찾아볼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건 사실 미국의 CIA나 FBI 같은 그런 기관의 운영 방식의 입장에서 볼 때는 그거 별거 아니에요. 으레 하는 일입니다.

◇ 김현정> 으레 하는 일.

◆ 정세현> 미 CIA가 그동안에 조그마한 나라의 정권 교체하는데 배후 작용을 했던 경우가 한두 개만 있습니까?

◇ 김현정> 으레 하는 일. 그런데 이번에는 자유조선이 속된 말로 떠벌리고 다닐지 몰랐는데 얘기를 해버린 거예요, 우리가 넘겼다고.

◆ 정세현> 그렇죠.

◇ 김현정> 그러면서 북한한테 트럼프 대통령이 제대로 약점을 잡혀버린 거예요?

◆ 정세현> 그게 약점이 될 수 있죠. 그러니까 이런 것도 지금 이것 때문에 미국의 도덕적.

◇ 김현정> 도덕성에 타격 받았죠.

◆ 정세현> 도덕성에 상처를 입기 전에 이 불을 끄려면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 회담 같은 것을 통해서 또는 남쪽의 특사가 북쪽에 가도록 해서 그런 데 대해서도 사과를 한다 그럴까. 더 이상 키우지 마라, 이런 식으로. 왜냐하면 이걸 키우면 트럼프 대통령도 퇴로가 없기 때문에.

◇ 김현정> 없죠.

◆ 정세현>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 양보할 수 없다는 식의 딜이 이루어질 수 있는데 그 점에서는 북한이 불법으로 침입은 당했지만 대미 협상에서 나쁠 건 없는 사건입니다.

◇ 김현정> 그렇게 보시는 거군요. 하나 카드를 쥐었다. 이렇게 보시는 거예요.

◆ 정세현> 그럼요.

◇ 김현정> 대북 특사는 4월 11일 전에 가야 된다고 보시는 거고요?

◆ 정세현> 가면 4월 11일 전에, 10일 전에 가겠죠.

◇ 김현정> 그렇죠. 그럼 정말 얼마 안 남았는데요, 4월 1일.

◆ 정세현> 바빠요.

◇ 김현정> 가면 누가 가야 됩니까?

◆ 정세현> 당국자가 가죠. 그전에도 3월 5일 날 갔던 사람들. 또 9월 달에도 가지 않았어요?

◇ 김현정> 그랬었죠.

◆ 정세현> 정의용 실장. 특사는 대통령의 특사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참모들이 가야 됩니다.

◇ 김현정> 참모들이? 정세현 전 장관이나 이런 분들.

◆ 정세현> 우리야 창 밖의 남자인데 (웃음)

◇ 김현정> 창 밖의 남자예요? (웃음)

◆ 정세현> 창 밖에서 들여다보고 코멘트하는 사람인데.

◇ 김현정> 그러네요. 그럼 우리 장관님은 밖에서 코멘트를 하시고 참모들이 특사로 가서 실질적인 얘기를 해야 된다.

◆ 정세현> 그때도 두 번 다 정의용, 서훈 콤비가 갔었는데 이번에도 가서 여러 가지 한미 정상 회담의 전망. 이걸 전달해 줘야죠.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얘기했던 새로운 길을 가지 않도록.

◇ 김현정> 막아야 된다?

◆ 정세현> 볼턴이 이번에 사고를 크게 친 거죠.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짓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죠.

◇ 김현정> 그 얘기로 한번 가볼까요? 이미 정세현 전 장관은 하노이 회담 결렬되자마자 그러셨어요. 이건 볼턴 짓이다. 볼턴 안대로 간 거다. 이 얘기를 하셨잖아요. 그런데 그게 거의 명확해졌습니다.

어떻게 명확해졌냐면 로이터통신이 주말 사이에 그 당시 하노이 회담에서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내밀었던 그 문서. 그 깨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된 문서를 입수해서 공개를 했습니다. 그걸 보니까 '북한의 모든 핵시설을 없애고 핵무기는 미국에 넘겨라. 생화학 무기도 포기해라.'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여러분, 이거면 패전국인 리비아에게 미국이 요구했던 그 정도 수준인 거죠, 장관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 정세현> 예. 그게 2003년에 볼턴이 국무부 차관을 할 때 리비아한테 요구했던 방식입니다. 그러니까 모든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면 그 뒤에 미국이 경제 지원해 줄 수 있고 그다음에 또 수교도 해 줄 수 있다. 완전히 리비아를 발가벗겨놓고 그다음에 경제 지원해 주는 척하면서 결국 수교까지 해줬지만 나중에는 반정부군이 또 구성이 됩니다. 그래서 정부군과 반정부군이 시가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리비아의 카다피 원수가 길거리에서 총 맞아 죽었거든요.

바로 그때 그런 일이 있는데 2003년에 제가 4월 달에 남북 장관급 회담으로 평양 가기 직전에 볼턴의 직속 부하인 당시 동아태차관보인 제임스 켈리가 와서 북한도 리비아 방식. 그러니까 리비아가 카다피는 2006년에 죽었지만 선 핵 포기를 하면 경제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얘기를 가서 북한한테 해 달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그때 즉석에서 그랬어요. 장관실로 왔었습니다. '미국도 북한을 못 믿지만 북한도 그 못지않게 미국을 못 믿는데 선행동을 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멀리까지 동맹국이라고 해서 찾아왔으니 내가 전달은 하겠다' 해서 가서 얘기했어요.

◇ 김현정> 전달하셨어요?

◆ 정세현> 했죠.

◇ 김현정> 너희들이 싹 다 내려놓고 그야말로 발가벗듯이 해야지 저기서 보상해 줄 수 있다는 얘기를 전하셨어요. 그랬더니?

◆ 정세현> 그랬더니 즉석에서 반발하더라고요. '미국을 어떻게 믿습니까?'

◇ 김현정> 어떻게 믿습니까? 카다피 그렇게 하고 죽은 거 보세요.

◆ 정세현> 아니, 카다피 죽기 전이에요.

◇ 김현정> 아, 카다피 죽기 전이에요.

◆ 정세현> '아마 리비아처럼 우리를 만드려나 본데 우리는 그럴 생각 없습니다' 하는 게 북한의 입장이었어요. 2003년 4월 24일 날 저녁일 겁니다. 그래서 가망성 없는 건데 지금 볼턴이 다시 2003년인가 16년 만에 다시 그걸 또 들고 나온 거예요, 지금.

◇ 김현정> 그러네요.

◆ 정세현>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 문제는 2002년 7월 달에 와서 우리한테 제기를 했었고,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그걸 17년 만에 다시 들고 나왔지만 리비아 방식으로 선행동하면 다 풀어준다는 건데. 경제 해제 해 준다 그러는 건데, 제재 해제해 준다는 건데 북한이 그거 안 받을 겁니다.

◇ 김현정> 이거 안 받을 거라는 걸 미국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텐데 왜 이런 볼턴 안을 트럼프는 하노이 그때 채택했을까요?

◆ 정세현> 트럼프 대통령이 그러니까 그 회담을 소위 빅딜이 됐건 스몰딜이 됐건 딜이 그렇게 뉴스 밸류가 없다고 생각해서 일단 이 판은.

◇ 김현정> 판 깨려고?

◆ 정세현> 뒤로 미루려고. 또 하나 거기 지금 중요한 것이 볼턴 안에 들어가 있다는 것 중에 가장 북한이 받지 못하게 만드는 게 뭐가 있냐 하면 핵 프로그램, 핵 시설 모든 걸 포괄적으로 전부 통째로 다 신고를 하고 그리고 미국과 국제 사찰단의 완전한 접근을 허용하라. 그 얘기는 사찰에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일반 사찰은 쌍방 간에 합의한 곳만 같이 가서 보는 건데. 특별 사찰이라는 건 아무데나 막 뒤지는 거예요. 예를 들면 김정은 위원장의 집무실 지하실에 뭐가 있을지 모른다. '열어' 하면 할 수 있어요.

◇ 김현정> 거기도 뒤질 수 있어요?

◆ 정세현> 그래서 92년에도 사실은 미국이 북한의 핵 의혹을 제기하면서 그 특별 사찰을 제기하고 나서니까 IAEA를 시켜서 특별 사찰하겠다고 덤비고 나서니까 북한이 좋다. 그럼 우리는 국제 원자력 기구와도 무관하게 특히 핵 비확산 조약에서 탈퇴해 가지고 우리 마음대로 진짜 핵 개발하고 말겠다 해서 93년 3월 달에 NPT 탈퇴를 하게 만듭니다.

◇ 김현정> 그렇죠.

◆ 정세현> 그러니까 그 내용에 특별 사찰이 들어가 있어요. 그런데 로이터를 통해서 그걸 미국이 흘렸다는 얘기인데 이건 앞으로 이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해서 결국 안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일부 전문가들도 하도록 만들려고 저는 많이 배려를 해 준 것 같네요.

◇ 김현정> 잠깐만요. 제가 지금 제대로 이해 못 했어요. 그러니까 로이터가 주말에 이걸 보도했다는 얘기는 정부에서 흘려줬다는 얘기고 그 의도는.

◆ 정세현> 이제 볼턴 그 안은.

◇ 김현정> 유효하지 않다?

◆ 정세현> 앞으로 쓰기 어렵다 하는 생각을 하고 있겠죠.

◇ 김현정> 역으로 오히려 그렇게 해석을 하시네요.

◆ 정세현> 말이 돼야지. 완전히 북한으로 하여금. 92년에 북한이 반발했던 것이 들어가 있고. 2003년에 북한이 대놓고 반발했던 것이 있는데 그걸 다 묶어가지고 내놓는다는 것은 문제를 풀려고 하는 게 아니라 북한이 반발해서 사고 치면 그걸 핑계로 치겠다는 거밖에 안 되기 때문에.

◇ 김현정> 지금 이게 굉장히 깊이 있는 통찰이네요. 그러니까 오히려 이게 이렇게 얼토당토 않은 강한 안을 내서 판이 깨졌구나. 너무했네. 여기까지만 사람들은 생각하는데, 저 같은 경우 이대로 밀고 가겠다는 거야? 이거 어떻게 되는 거야, 이 생각을 했는데. 오히려 이걸 흘린 게 이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뜻일 수 있다?

◆ 정세현> 그러니까 트럼프 대통령이 그날은 볼턴을 내세워서 판을 깼지만 이제 다시 내가 톱다운 방식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손잡고 풀어나갈 테니까 북한도 새로운 길 가지 마라. 지금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이게 말이 안 된다는 그 평가가 나오도록 일부러 지금…

◇ 김현정> 고단수네요.

◆ 정세현> 고단수죠.

◇ 김현정>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이 그때는 판을 깼는데 이제는 다시 잘해 보자라고 하는 이유는 역시, 자기 입장에서 특검 마무리 잘 되고 상황이 좋아졌기 때문일까요, 결국은?

◆ 정세현> 그렇다고 봐야죠.

◇ 김현정> 결국은 그거군요.

◆ 정세현> 그리고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으로까지 가는 데 업적을 만드는 데 있어서는 지금까지 상당한 공을 들여왔던, 대외 정책에 있어서. 비핵화 문제, 북한 핵문제밖에 없으니까 이것을 어떻게든지 다시 시동을 걸어야겠다. 그러니까 급하게 문 대통령을 다른 일정까지 취소하고 오라고 한 거 아닙니까.

◇ 김현정> 그렇군요. 이게 착착착 다 맞아떨어지네요, 말씀을 듣다보니까. 역시 정 장관이신데. 그러면 톱다운 방식은 계속될까요? 왜냐하면 지난번에 하노이 회담 그렇게 끝난 후에 역시 톱다운 방식 이거 불안해, 이거 안 돼. 이 얘기 나왔었거든요. 그런데 이 방식은 계속 갈 거라고 보세요?

◆ 정세현> 그런데 그게 문제예요. 왜냐하면 대통령이 톱다운 방식으로 판을 짜놔도 그것을 이행하는 데 있어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설 수가 없잖아요. 결국에 실무자들한테 또 내려가야 됩니다, 장관 이하 선으로. 그러면 미국의 대외 관계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소위 매너리즘이라는 게 있어요. 언제든지 북한의 선행동을 요구하고 북한의 행동이 확실하게 일어난 다음에 미국이 조치를 취해도 늦지 않다는 '선북후미' 사고가 강합니다.

◇ 김현정> 볼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 정세현> 그렇지. 볼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폼페이오까지도.

◇ 김현정> 폼페이오도? 유화파도?

◆ 정세현> 그러니까 그거 때문에 결국 나중에 실무자들끼리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원래 좋은 합의도 패키지 딜이 됐든 일괄 타결이 됐든 좋은 합의도 결국 이행이 안 되고 시간 끌다가 상대방한테 책임 넘기면서 없었던 일로 돼버렸던 것이 지난 25년 동안 핵 역사예요. 그러니까 이게 지금 어떻게 보면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의 실무 관료들 간에 소위 주도권 싸움으로 봐야 됩니다. 거기에서 누가 계속 틀어쥐고 밀고 나갈 것이냐.

◇ 김현정> 볼턴 같은 강경파를 좀 경질하거나 이런 거는 불가능한 건가요?

◆ 정세현> 글쎄요. 그건 일부러 완전히 내보내고 그럴 필요는 없을 거예요. 때로는 그 사람이 대북 관계뿐만 아니라 다른 데서도 유용할 수가 있으니까.

◇ 김현정>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 정세현> 용도가 있죠. 아니, 뭐 겨울에도 부채가 필요하고 여름에도 화로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놔둬야지.

◇ 김현정> 트럼프 입장에서는 뒀다가 그때그때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으니까. 굳이 경질할 필요는 없다. 알겠습니다. 일단 대북 특사 얘기를 하셨는데, 4월 11일 전에, 대북 특사를 넘어서 아예 지난번에 왜, 판문점에서 토요일에 원포인트로 만났던 거처럼, 이번에도 갑자기 원포인트로 만나서 이렇게 할 가능성은 없나요, 남북 정상이?

◆ 정세현> 그런데 시간이 그렇게 잘 안 될 거 같아요.

◇ 김현정> 너무 짧은가요?

◆ 정세현> 대북 특사를 언제 보내느냐 하는 것도 지금 김현종 차장이 미국 가서 의견 조율이 되면 바로 연락하면 갈 수 있지만 오늘부터 대통령이 미국으로 떠나야 되는 시간까지 실질적으로 한 7, 8일밖에 남지 않았어요.

◇ 김현정> 일주일 남았네요.

◆ 정세현> 그 사이에 가야 되기 때문에 특사가 가서 이번에 워싱턴 한미 정상 회담이 뭔가 당신네들한테 좋은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는 정도의 얘기하고 원포인트 하기에는 시간이 없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계속 지금 상황이 많이 달라져서 이거 할 수 있는 거야, 없는 거야 하고 있는 게 뭐냐 하면 김정은 위원장의 남한 답방. 이건 어떻게 보세요?

◆ 정세현> 그건 한미 정상 회담 후에 북미 간의 관계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지난 2월 28일 하노이 회담 이전 상태로 돌아가면서 북미 관계가 앞으로 잘 풀릴 거 같다는 희망이 확실히 보이고 특히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같은 정도가 그 정도의 제재 완화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면.

◇ 김현정> 그 정도까지?

◆ 정세현>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해서 그러면 그때는 답방 및 4차 남북 정상회담. 정상 회담을 하도 자주 하다 보니까. 문재인 정부 들어서 이번에 오면 4차입니다.

◇ 김현정> 4차예요.

◆ 정세현> 좋은 일이지만. 그건 그 이후에 기대할 수 있는 거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일단은 4월 11일에 한미 간에 얘기가 잘 풀려야 되고 김정은 위원장도 '새로운 길 나 가겠다.' 이런 선언 안 나와야 되고. 이게 굉장히 중요하겠네요. 여러분, 4월이 아주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 같습니다. 오늘 정세현 전 장관과 함께 흘러가는 이야기들 쭉 한번 퍼즐 맞춰봤습니다. 정 장관님, 고맙습니다. 정세현 전 장관이었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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