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용의 정보방] 또 인사실패, 조국 민정수석 책임이 크다

■ 방송 : CBS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안성용 기자의 <정보방 -정치를 보는 방법>

◇ 임미현> 안성용 기자의 정보방, 정치를 보는 방법 시간입니다. 안 기자 오서오세요. 7명의 장관 후보자 가운데 2명이 낙마를 했네요?

◈ 안성용> 결국 그렇게 됐습니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스스로 사퇴했고,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철회하는 방법으로 낙마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습니다. 개각에 대한 국민 여론이 안 좋은데 4월까지 이 문제를 끌고 가면 이틀 앞으로 다가온 4.3 보궐선거는 물론이고 문 대통령 방미 등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청와대와 여권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 임미현> 사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였어요?


◈ 안성용> 맞습니다. 2주전에 제가 이 시간에 최정호 후보자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지 않았습니까? 가장 큰 문제가 국토부 장관이 될 사람이 다주택자에다가 투기라고 할 수 있는 갭투자를 했구요, 세종시에 공무원특별분양으로 고급아파트 그 중에서도 가장 좋은 펜트하우스를 분양받았습니다. 이런 사람을 국토부 장관에 임명한다는 건 국민들에게 ‘안 걸리게 투기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조동호 장관 후보자도 해외 부실 학회에 참석한 사실이 있으면서도 본인이 참석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한 게 드러나 지명을 철회했다고 청와대가 밝혔습니다. 하지만 조 후보자는 이 것 말고도 문제가 많습니다. 가족들의 투기성 부동산 보유에다 배우자를 동행한 해외 출장도 심각한 문젠데, 사실상 나랏돈으로 해외여행 한 겁니다. 그런데 출장지가 자녀들이 있는 미국이고 그 것도 자녀들의 대학 입학과 졸업 시기와 겹친다면 얘기 끝난 겁니다.

◇ 임미현> 이런 인사를 해놓고 청문회를 통과하기를 바란 청와대가 큰 문제 아닌가 싶어요?

자진사퇴한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왼쪽), 지명철회된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사진=자료사진)
◈ 안성용> 맞습니다. 조동호 후보자의 경우 해외 부실 학회에 안했다는 거짓말 말고도 해외 출장 등을 보면 의심의 여지가 많습니다. 청와대 검증팀은 이걸 다 알아볼 수 있고, 관련 기관으로부터도 보고를 받을 수 있습니다. 검증을 제대로 안한 거죠.

최정후 후보자에 대해서는 7대 검증기준에 저촉되지는 않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다는 이상한 얘기를 하는데, 헌법위에 국민정서법이 있다는 정치권의 오랜 진리를 모를리 없는 사람들이 하는 말 치고는 궁색합니다.

◇ 임미현> 과거정권과 하나도 다른게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인사 실패 때는 지금 여당이 야당 아니었습니까? 이 때는 어땠나요?

◈ 안성용> 박근혜 정부 출범을 전후해 총리 후보와 장관 후보자, 그리고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김학의 법무차관 등이 잇따라 낙마해서 인사참사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1년 뒤 세월호 사고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운 총리 후보들도 잇따라 낙마한 적이 있구요.

이때 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이 뭐라고 했냐면요. 박영선 당시 원내대표는 “급한 건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을 고치는 것이다”라며 “반쪽(여당)만 만나지 말고 야당 대표도 만나서 청와대 문제점 무엇인지 들으셔야한다”고 쓴소리를 했습니다.

우윤근 정책위의장은 “인사청문회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이 망가진 것이다”면서 “인사 참극 재발되지 않도록 검증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전남지사로 있는 김영록 원내수석부대표는 ‘인사참사 책임에 대해 남탓, 물타기 하지 말라’고 쏘아 붙였습니다.

◇ 임미현> 민주당이 과거했던 발언에 당 이름과 사람 이름만 바꾸면 되겠네요?

◈ 안성용> 그렇습니다.

◇ 임미현> 무엇이 문제일까요?

◈ 안성용> 안일함이죠. 청와대와 여당은 틈만 나면 촛불정신을 얘기합니다. 그러다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뭔가가 나오면 과거정권 때도 그랬다고도 하구요. 적폐 청산을 부르짖다가 자신들의 적폐가 폭로되면 옛날부터 그래왔다고 과거 탓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정신상태로 일을 하니까 경제도 안 되고, 인사검증도 안되는 겁니다.

새정부 들어 고위직에 오른 사람 가운데 몇 명이나 한겨울 추위에 맞서면서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마만, 정신 차리지 않으면 실제로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에게 배척당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인사에서 몇 명 실패해서 또 문제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인사실패를 통해서 또 다시 드러난 근본 문제를 돌아봐야 할 시기입니다.

◇ 임미현> 이런 사태에 대해서 문제를 고치고, 책임지는 사람이 나와야 하지 않습니까?

◈ 안성용> 그렇습니다. 지금 청와대 등 여권에서 7대 기준에 맞는 사람 찾기 어렵다고 우는 소리 할 때가 아니라 이 7대 기준을 좀 더 명확히 해야 합니다. 청문회 방법을 개선하자고 해봐야 야당에게 씨도 안 먹히는 소리고, 국민들을 설득하지도 못합니다. 송곳 검증을 제대로 못해 놓고 인사 검증의 완성은 청문회와 언론의 검증까지라고 하는 것은 궤변입니다.

인사와 검증에 대한 책임은 조현옥 인사수석과 조국 민정수석, 노영민 비서실장에게 있고, 궁극적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문 대통령이 올해 비서실장, 정책실장, 정무수석을 교체하면서 참모진을 개편해서 민정수석이나 인사수석 등을 교체하는 것은 물론 부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청와대 핵심 참모들에 대한 문제제기를 그저 정치공세로 치부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임미현> 조국 수석 책임론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 안성용> 민정수석의 일중에 중요한 하나는 권력기관들을 조율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청와대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검찰 돌아가는 일에는 거의 손을 뗀 것 같습니다. 이러다보니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약화됐던 검찰의 힘과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이 다돼가지만 권력기관 개혁이 법제화된 게 하나도 없구요, 조국 민정수석이 시절 좋을 때 직접 마이크를 잡고 당위성을 설명하던 개헌도 물 건너 간지 오래 아닙니까? 그런데 SNS에 글이나 올리고, 유투브에 출연해 당위성이나 설파하다가 정작 인사 참사가 발생한 겁니다. 그래서 조국 수석 책임론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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