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키스 패밀리'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진경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뭘 하든 두 번 하는 걸 싫어한다는 그가, 그 자리에서 2번 읽게 된 작품이 바로 '썬키스 패밀리'였다. 황당하고 골때리는 '신기한 대본'을 쓴 김지혜 감독을 만났을 때 그 생각은 더 강해졌다.
김 감독만의 4차원 세계에 매료돼 그 열차에 한 번 타 보고 싶었다는 진경. 덕분에 우리는 소녀다운 면과 순수함, 가정 내 카리스마를 겸비한 유미를 연기하는 진경을 볼 수 있게 됐다.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썬키스 패밀리' 유미 역을 맡은 배우 진경을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 언론 시사회 때 영화 어떻게 보았나.
찍은 배우들이 너무 크게 웃으면 안 되는데… (웃음) 되게 재밌었고 저도 재밌게 봤다. 음, 예전에 편집이 완전히 되지 않았을 때, 약간 러프할 때 살짝 봤었는데 그때보다 훨씬 잘 정리가 돼 있어서 좋았다. 특히 음악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음악이 우리 영화 색깔을 잘 나타내줘서 더 잘 살아나고 완성된 느낌이 든다.
▶ 언론 시사회를 거치고 인터뷰를 접하면서 '썬키스 패밀리'는 특히 배우들의 애정이 남다른 작품이라고 느꼈다. 합류한 이유가 궁금하다.
배우들이 다 애정을 많이 가지고 있다. 우리가 살다가도 인생에서 힘들었던 순간이 많이 기억에 남지 않나, 그때는 힘들었지만. 우여곡절을 겪어서 촬영에 들어가고 또 우여곡절을 겪어서 개봉하게 되니까 아무래도 배우들 사이에 전우애도 생기더라. 특히 박희순 오빠가 영화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시다. 오빠가 이런 영화를 제일 좋아하시더라. 제일 좋아하는 영화가 '아멜리에' 그 영화라고 한다. (웃음) 귀엽고 예쁜 영화를 되게 좋아하시더라, 얼굴하고 맞지 않게. (일동 웃음) 그래서 이 영화에 아주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셨다.
그러고 나서 감독님을 만났는데, 여자 감독님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너무나 동심에 가득 찬 아름다운 천사 같은 감독님이 리본을 달고 '안녕하세요?' 인사하시는 거다. 엄청 4차원이신 거다! 4차원의 세계에 매료가 돼서 저도 한 번 가 보고 싶었다. 제 배역에 끌렸다기보다는 전체적인 시나리오의 새로운 세계에 동참하고 싶다는, 열차를 타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재미있는 영화를 하고 싶었다. 우여곡절이 많았고 촬영 무산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경우도 있었다. 어떻게든 해 보려고 애썼던 순간이 있었기에, 시사회 날에도 가슴이 벅차더라. 이 영화는 감회가 남다른 부분이 있다.
▶ 특히 재미있었거나, 황당하고 예상 못 한 장면은 무엇인가.
준호(박희순 분)가 진해(이고은 분) 일기 검사 때문에 학교 갔을 때 선생님한테 "저희는 학원 안 보냅니다"라고 하는 거기서부터 빵 터지기 시작했다. "왜 아직 일기 검사가 있습니까?" 하면서 사생활 침해라고 하지 않나. 사실 굉장히 맞는 말이다. 어른들에게 따끔하게 한마디 해 준 것 같다. '너나 잘살아라, 애들한테 그러지 말고'라고.
정육점 주방에서 스킨십하는 씬도 있는데 그게 원래 냉동고에서 찍기로 돼 있었다. 상황이든, 환경이든, 대사든, 인물의 캐릭터든 다 예상 밖이었다. (웃음)
그렇다. 비현실적이라고 다들 그러더라. 20년 살아도 저렇게 할 순 없다고. 어떻게 가족끼리 애정표현을 하냐는 말도 있지 않나. (영화 보신) 기혼 여성분들은 (준호를 보며) 부러워하시기도 하더라. 남편이 달리 보이고 뭔가 좀 더 남자로 보이더라는 말도 하시고. 관계를 좋게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씀도 하시고, 만약에 부부가 이렇게만 살 수 있다면 유토피아다. 모두 가능하진 않겠지만 '하나뿐인 내편'의 최수종 님과 이번 작품 박희순 님이 너무 산 증인이어서 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니더라. 전 옆에서 목격했다.
▶ 준호의 여자 사람 친구 미희(황우슬혜 분)가 오면서 가정의 평화에 금이 간다. 실제라면 준호와 미희 같은 관계를 용납할 수 있는지.
아마 (둘은) 첫사랑이었던 것 같다. 준호의 속마음은 좀 흔들린 걸까? 아닌가. 아무튼 준호가 미희를 만났을 때 느꼈던 감정은 아무도 모른다. 전 사실 준호가 조금은 흔들렸을 거라고 본다. 그게 현실적인 거니까. 슬혜 씨가 연기의 재미를 위해서 아슬아슬하게 표현하긴 했는데, 조금의 파장은 있지 않았을까.
▶ 찍으면서 재미있었던 장면은.
제일 재밌었던 건 인트로 춤? 카메라가 따라가면서 뮤지컬 영화같이 했던 그 부분이 읽을 때도 신선했고 찍으면서도 좋았다. 뭔가 연극을 하는 것처럼 합을 맞춰서 동선 리허설하고 카메라 리허설하고 그렇게 하다가 애정씬으로 넘어가는 씬이 되게 재미있고 인상에 남았다.
네, 맞다. 제가 이 영화를 찍은 게 2년 전인데, 사실 저희 때는 부모님하고 그렇게 다정하게 지내지 못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한마디 하는 것도 되게 힘들어했다. 요즘 젊은 분들도 그렇지만 우리 땐 더 그랬다. 부모님도 자식에게 애정을 맘껏 표현하시기보다는 좀 엄하시거나 하지 않나. 근데 저도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어느 계기를 마련해서 엄마 아빠한테 섭섭한 걸 털어놓고 같이 울면서 풀었다. 처음엔 되게 어색했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런 자리를 가졌다. 엄마 아빠도 다들 어색해하다가 아빠도 막 우시면서 그때 정말 내가 미안했다고 하시고, 저도 죄송했다고 했다.
제가 그때 편지를 또 썼다. 그렇게 하고 나니까 엄마 아빠에 대한 애정이 어마어마하게 생기더라. 예전엔 난 엄마 아빠처럼 안 살 거라고 했는데 그런 편지를 보내고 나니 두 분이 너무 좋아하시고 (가족끼리) 허그와 스킨십 이런 것들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졌다. 만나면 안아주고 손잡고 팔짱끼는데, 아빠가 '네가 이렇게 하니 내가 힐링 된다"고 하시더라. 엄마 아빠가 나이가 많으신데 좀 더 일찍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여러분들도) 서로 애정표현을 아끼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