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간첩 누명' 이수근씨 처조카, 국가가 5천만원 추가 배상

본인 재심 무죄로 받은 배상 외에 '이모부 누명' 지켜본 고통도 인정

과거 중앙정보부에 의해 간첩 혐의로 누명을 쓰고 처형된 이수근 씨의 처조카가 이씨의 재심 무죄 판결에 따라 추가로 국가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김병철 부장판사)는 이수근 씨의 처조카 배모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5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사 부사장이던 이수근 씨는 1967년 3월 판문점을 통해 귀순했으나 1969년 1월 위조 여권을 이용해 홍콩으로 출국한 뒤 캄보디아로 향하다가 중간 기착지인 베트남에서 당시 주 베트남 공사 등에게 체포됐다.

위장 귀순해 북한의 군사적 목적을 위해 기밀을 수집하는 등 간첩 행위를 한 뒤 한국을 탈출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그는 같은 해 5월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씨의 사형은 두 달 뒤인 7월 집행됐다.

이씨는 지난해 재심에서 영장 없이 불법 구금됐고 수사관들의 강요로 허위자백을 했을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등의 이유로 49년 만에 반공법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배씨는 이수근 씨의 처조카로, 이씨가 귀순한 이후 자신의 이모부라는 사실을 알게 돼 왕래하고 지냈다.


배씨는 당시 이씨의 국가보안법 위반을 방조했다는 등의 혐의로 함께 기소돼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1989년 만기 출소했다.

배씨는 이씨에 앞서 2008년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후 자신의 무죄에 따라 29억여원의 국가 배상과 형사보상금을 받았다.

배씨는 자신이 무죄 판결을 받은 이후 이수근 씨에 대해서도 2017년 검찰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하기까지 다방면으로 이씨의 재심을 요구하며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이모부인 이수근 씨가 중앙정보부 수사관의 불법 행위로 사형집행을 당함으로써, 이 과정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배씨가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배씨는 이씨에 대한 재심 과정을 거치며 많은 수고를 들이고 지난 고통을 되새김질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이런 충격과 고통은 배씨 자신에 대한 불법 행위로 인해 발생한 고통과 혼재돼 있어 구분이 쉽지 않다"며 "이미 위자료나 형사보상금 등으로 약 30억원이 지급된 사정 등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며 위자료로 5천만원을 책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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