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공무원은 회원들이 정을 나누는 차원에서 농사지은 꿀을 맛보라며 준 것이라며 공짜 꿀을 받은 사실을 일부 시인했다.
농업인 관리, 농업소득증대, 각종 보조·융자사업 지원 등 농업 업무 전반을 담당하는 해당 부서가 농업인에게 지속적으로 상납을 받아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모임회장 A(79)씨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농업부서 공무원에게 솔직히 꿀이 많이 갔다"면서 "시가 5만원 상당의 꿀을 매년 40병씩 6년간 내가 뒷바라지해줬다"라고 털어놨다.
A씨는 또 "공무원이 꿀을 싸게 사달라는 지인들의 부탁을 받고 연락을 해오면 3만원씩 주겠다고 했다"면서 "그런데 2만원, 2만3천원에 주라고 하며 꿀을 빼앗아 갔다"라고 주장했다.
농업 부서 공무원이 A씨로부터 수년간 지속적으로 꿀을 받아온 사실이 드러난 것은 지난해 12월 A씨가 양봉협회장에서 불명예 퇴임한 것이 발단이 됐다.
2013년부터 양봉모임회장을 맡았던 A씨는 지난해 4월 회원들로부터 걷은 양봉산업 육성지원 사업 자부담금을 보관하던 중 가족의 병세가 악화돼 이 돈의 일부를 사용했다.
보조금 사업 규모는 도·시비 3030만원, 자부담 3024만원 등 총 6054만원 규모로 협회는 해당 금액으로 양봉 기자재 등을 일괄 구입해 회원들에게 지급해 왔다.
같은 해 11월 보조금 지급 시기가 도래되면서 담당 부서는 A씨가 자부담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이 확인돼 변상을 요구했고, A씨는 12월15일까지 변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담당 부서는 11월 말까지 입금이 되어야 한다고 했고, 갑자기 돈을 마련하기 어려웠던 A씨는 12월5일 열린 모임 총회에서 회원들에게 이 같은 내용을 알리고 동의를 얻었다.
이후 약속한 날짜가 토요일인 관계로 A씨는 12월17일 담당부서 직원과 함께 은행에 가서 자부담금을 입금하면서 사태는 마무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앞서 12월15일 담당 부서는 모임 총회를 소집, 자부담금을 채워놓지 못하면 예산을 반납해야 하고 향후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며 자부담금을 다시 걷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회원들은 담당부서의 의견에 동의하며 자부담금을 다시 내기로 결정했다. 또 회장 A씨의 불신임안도 이날 처리되며 신임 회장이 선출됐다.
A씨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억울함을 토로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보관하고 있던 자부담금을 업체에 먼저 보내겠다고 했는데 담당부서에서 안된다고 해 가지고 있었다"며 "돈을 가지고 있으면 쓰게 되는데 갑자기 며느리가 아파서 돈을 일부 쓰게 됐다. 내 실수로 벌어진 문제이고 이를 회복하기 위해 다시 돌려놨다"고 말했다.
이어 "결산처리기한도 남아 있는 상황에서 공무원이 민간모임 회의를 소집하고 회원들이 협회장 불신임안 처리하도록 유도한 것은 엄연한 불법"이라고 지적하며 "올해 말이면 회장 임기도 끝나는데 지난 6년간 개인의 이익 보다 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일해 온 세월이 억울하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A씨는 담당부서의 이 같은 행위는 자신을 밀어내려는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했고, 이 과정에서 공무원에게 지속적으로 꿀을 가져다 준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
이에 대해 해당 부서 관계자는 과거 꿀을 받은 사실은 일부 인정하면서도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 이후에는 그런 일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부서 관계자는 "과거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 통용된 적이 있고, 몇 병씩 주면 인사도 나누고 했다"면서 "설과 추석에 10~20병정도 주시면 당시 직원들에게 하나씩 주고, 명절에 드려야 될 분들이 있어…"라고 말을 흐렸다.
이어 "회장이 직접 한 것이 아니고 회원들이 1~2씩 해서 꿀을 했으니 맛보게 한다는 차원"이라며 "김영란법 이후로 그런 일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지인들에게 시가 보다 싸게 꿀을 구입할 수 있도록 연결해준 것에 대해서는 "현재 병당 5만원씩 하지만 대량으로 협회로 갈 때는 가격이 낮아진다"며 "어차피 양봉협회에 납품하는 가격이 병당 2만7천원 정도 하는데 그렇게 납품하는 것 보다 주변에 필요한 지인에게 파는 것이 좋겠다 싶어 연결해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