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안 전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어 구속 필요성을 심리한 뒤 검찰이 청구한 그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송 부장판사는 "본 건 가습기 살균제 제품(가습기 메이트)에 사용된 원료물질의 특성과 그 동안의 유해성 평가결과, 같은 원료물질을 사용한 타 업체의 종전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출시 및 유통현황, 피의자 회사(애경산업)와 원료물질 공급업체(SK케미칼)와의 관계 및 관련 계약 내용 등에 비춰 제품 출시와 관련한 피의자의 주의의무 위반여부 및 그 정도나 결과 발생에 대한 책임의 범위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이어 "관련 업체에 대한 수사를 포함한 현재까지의 전체적인 수사 진행상황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하여야 할 사유 내지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송 부장판사는 이날 함께 영장심사를 받은 전직 애경산업 임원 이모·김모·진모 씨의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는 지난 26일 안 전 대표 등 애경산업 관계자 4명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애경산업은 안 전 대표 재임 기간인 2002년부터 2011년까지 CMIT·MIT를 원료로 만든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한 업체다. 가습기 메이트는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이 필러물산에 하청을 줘 만들고 애경산업이 받아 판매했다.
검찰은 이들 업체가 살균제 성분의 인체 유해성이 의심되는데도 안전성 확보를 위한 충분한 검증을 해보지도 않고 제품을 제조·판매한 것으로 의심한다.
그러나 법원이 안 전 대표와 애경 전직 임원들의 구속영장을 주의의무 위반 여부 및 책임 범위와 관련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기각함에 따라 가습기 메이트 제조·판매 책임자에게 엄정한 형사 책임을 물으려던 검찰의 수사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검찰은 안 전 대표 등을 구속한 후 제조사인 SK케미칼 최고위층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정조준해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었다.
앞서 검찰은 김모 전 필러물산 대표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를 증거 인멸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또 박철 SK케미칼 부사장을 증거 인멸 혐의로 구속해 수사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