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사람들 홑홑홑>이 지병수 어르신께 주선한 상대는, 남편과 일찍 사별하고 자녀들을 모두 출가시켜 지금은 혼자 살고 계신 박길순 할머니(76)다. 1인가구에 대한 버라이어티 채널인 <홑홑홑>은, 지난 11월부터 박길순 할머니의 일상을 따뜻하고 유쾌한 터치로 담아오고 있었다. 이번 소개팅을 기획한 김미란 PD는 "지병수 어르신을 보는 순간, 박길순 할머니와 만나 뵙게 하고 싶었다. 연배가 비슷한 두 분이 만나시면 통하는 점이 많을 거라 생각했다"며 지병수 어르신의 유쾌함과 흥이 박길순 할머니에게도 활력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꽃다발 건네는 로맨티스트 '지담비'
지병수 할아버지는 제작진에게 '서먹서먹할 텐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난감함을 내비치기도 했으나, 박길순 할머니가 나타나자 이내 준비한 꽃다발을 건네고 특유의 입담과 친화력으로 분위기를 주도했다. 대화 중에 전국노래자랑 얘기가 화제로 떠오르자 "벌써 조회수가 200만이 넘었다"며 "노래하고 춤출 땐 나도 모르게 그런 표정과 반응이 나온다."라고 언급했다. 특히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얼떨떨함을 전하며 "동네 이웃들도 '미쳤어, 커피 한잔 하고 가'하고 권하고, 은행 갔더니 창구 직원이 '미쳤어~ 왜 이렇게 귀여워요'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자연스레 지나온 삶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가 이어졌다. 인생의 긴 세월을 비슷하게 살아낸 70대 두 어르신의 표정에는 옅은 미소와 담담함이 묻어있었다. 먼저 지병수 할아버지가 "남에게 당하고 살았던 것, 그래서 돈을 다 날린 게 힘들었다"고 하면서도 "그래도 다 잊어버렸다, 내 돈이 아니니 그런가보다 하고 마음먹었다"며 얘기를 꺼냈다. 이에 박길순 할머니도 본인의 어려웠던 시절을 담담히 얘기하며 "그래도 잊어버리는 게 낫다"고 위로했다. 요즘 고민이 무엇이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두 사람 모두 "고민이 없다. 마음 편하게 산다. 고민해봤자 해결되는 게 없다"며 이구동성으로 말해, 굽이굽이 살아온 긴 세월의 더께를 느끼게 했다.
깊은 대화를 나눈 두 사람은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특히 지병수 할아버지는 그동안 연습해온 '흔들려' '신 미아리고개' 등 세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다양한 노래를 선보였다. '미쳤어'에 버금가는 깜찍한 표정과 구성진 노래는 함께 한 제작진과 할머니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