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임종헌의 법원행정처는 'KKSS'였다"

행정처 심의관 "지시 거부해봤지만 결국 따라야 했던 분위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사법 농단' 관련 2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황진환 기자)
원칙적으로 '독립된' 법관들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무리한 지시를 거부할 수 없었던 배경을 설명하는 증언이 나왔다.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임 전 차장에 대한 공판기일에서 검찰은 임 전 차장의 지시로 특정 언론사에 게재될 기사를 대필한 문모 심의관의 증언을 언급했다.

임 전 차장이 당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을 비판하는 기사를 문 심의관에게 대필하게 하고 특정 언론사에 이를 그대로 실은 혐의에 관한 부분이다.

이날 검찰 측은 문 심의관이 처음에는 '기사 초안을 작성해주는 것은 심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 임 전 차장의 지시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 전 차장이 "일단 써보세요!"라고 화를 내며 재차 지시하자 어쩔 수 없이 기사 초안을 작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문 심의관에게 (한 차례) 거부하고도 결국 지시에 응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묻자 문 심의관은 'KKSS'라는 말을 하며 법원행정처 분위기를 설명했다고 밝혔다. 검찰 측은 "KKSS는 까라면 까고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라는 의미"라며 "이후 문 심의관이 피고인(임종헌)에게 초안을 가져가 이대로 하면 되겠냐 물으니 보강하라고 추가 지시를 했다"고 말했다.

당시 법원 분위기에 대해 임 전 차장이 간단하게 입장을 설명해도 될지 묻자 재판부는 "이 자리 변론 사항은 아닌 것 같다"고 정리했다. 다만, 기사 대필 문제와 관련한 진술을 통해 "초안 작성을 지시하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지침을 내리지는 않았기 때문에 문 심의관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특정 언론사에 그대로 게재된 부분에 대해서도 "해당 언론사의 고유 편집 권한"이라고 선을 그었다. "촌각을 다투는 기자들은 단순 설명자료보다 기사 초안 형태의 보도자료를 가장 좋아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편 이날도 검찰과 임 전 차장 측은 주요 증거인 USB의 증거능력에 대해 공방전을 벌였다. 임 전 차장은 지난해 6월 압수수색을 받은 후 줄곧 작성해 온 위법수집 증거 관련 대법원 판례와 쟁점 등을 정리한 의견서를 추가 증거로 제출했다. 검찰 압수수색 당시 압수수색 대상이 된 장소와 대상에 대해 오인하고 있었다는 증빙도 덧붙였다.

검찰 측은 "(피고인 측 주장대로) 예를 들자면 살인사건 피의자가 범행에 쓴 칼이라고 지정한 것만 압수대상이 된다는 것"이라며 "오히려 영장이 발부된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날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었던 시진국 전 법원행정처 심의관(현 통영지원 부장판사)은 재판 일정을 사유로 불출석해 다음달 17일 다시 소환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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