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의 사령탑 박미희 감독에게 2017~2018시즌은 지우고 싶은 기억이다. 앞선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1년 만에 리그 최하위로 추락했다. 지난 2014년 5월 부임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팬들의 원성은 높아졌고 박미희 감독은 지도자에서 물러날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당장 자신의 처지보다 미래를 생각했다. 여성 지도자라는 타이틀에 느끼던 부담감도 어느덧 책임감으로 변했다.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힘은 사실상 후배들에게 있었다.
박미희 감독은 "지난해 힘든 시기를 겪을 당시 '계속 현장에 있어야 하나?'라는 고민을 했다"라며 "하지만 이런 성적을 남기고 떠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큰 사람은 아니지만 여성 감독이라는 책임감이 컸다. 그래서 다시 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고 밝혔다.
만약 초라하게 물러나게 되면 자신의 뒤를 이어 여성 지도자의 길을 걸을 후배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분명한 성과를 남긴 박미희 감독. 이제는 자신이 후배들의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은퇴를 고민하는 베테랑 리베로 김해란의 마음도 돌릴 생각이다.
박미희 감독은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김해란이 올 시즌을 마치고 은퇴할 생각이 강해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반반인 것 같다"라며 "아직은 더 함께하고 싶다. 나 역시 선수 은퇴 이후 육아를 거쳐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김해란이 고민하는 부분을 잘 알고 있다. 내가 경험한 부분을 그대로 전해주고 좋은 길을 걸을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