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시킨 회사들을 글로벌 ICT(정보통신기술)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라 이상인 스타트업 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SKT는 28일 급변하는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사내 유망 ICT 기술을 스핀-아웃(사업화)하는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스타게이트라는 이름은 1994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에서 착안했다.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스타게이트라는 4차원 관문을 통해 수십억광년 떨어진 다른 행성으로 날아간다. 사내 우수 ICT 기술을 글로벌 시장에 초고속으로 진출 시키겠다는 의지가 이름에 담겼다.
스타게이트는 글로벌 ICT 기업 구글이 기술 기반 사업을 성장시키는 방식과 유사하다. 구글은 지난 2009년 내부 자율주행 연구 프로젝트를 '웨이모(WAYMO)'로 독립시켜 현재 자율주행차 분야의 선두 기업으로 키워냈다.
현재 독자 개발한 20여개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 및 시장성을 검토 중이다. 레이저를 광원을 활용해 디지털 이미지·영상을 빛으로 투영하는 레이저 광학엔진 '옵틱스(Optics)'가 우선 연내 스핀-아웃 될 예정이다.
옵틱스는 50×50×30(㎜) 주사위 크기로 AI(인공지능) 스피커 홀로그램, 차량용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에 이용될 수 있다. 최대 100인치 영상을 볼 수 있는 200루멘(lm) 밝기를 지원하면서도 눈에 안전한 '아이 세이프티 클래스(Eye Safety Class)' 1등급을 받았다. 기기가 움직여도 자동으로 이용자의 안구 초점을 맞춰 주는 '포커스 프리' 기능도 갖췄다.
아울러 AI 기술로 음원에서 보컬, 반주 등을 분리하는 '음원 분리 기술(AI Vocal Remover)'도 스핀-아웃이 추진되고, AI 기반 미디어 품질 개선 기술 '슈퍼노바', 시청 이력에 따라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하고 AI가 조건에 맞는 장면을 찾아주는 'AI 맞춤형 미디어 디스커버리 기술'도 기술 상용화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기술 상용화 가능성 검증은 ICT기술센터 '테크 이노베이션 그룹'이 맡는다. 기술의 독립성과 완성 수준, 사업화 가능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면밀한 검토를 진행한다. 거점 시장 검토는 지난 1월 미국 뉴욕에 설립한 SK텔레콤 TMT 인베스트먼트와 SK텔레콤 홍콩사무소 등 해외 조직이 맡는다. 제조업 연관 기술은 중국 시장, 미디어와 AI 등 첨단 ICT 기술은 미국 시장 중심으로 사업화를 검토한다.
기술 스핀-아웃 단계에서는 기술 사업화 방법과 주체 조직을 결정한다. 스핀-아웃 형태는 '외부 투자를 받아 신규 회사 설립', '타사와 결합', '외부 파트너사와 합잡회사 설립' 등 크게 3가지로 진행된다. 스핀-아웃 형태가 결정되면 ICT기술센터와 HR(인력개발)을 담당하는 기업문화센터가 사업화 조직을 구성한다. 2~6명의 소수 정예로 꾸려진다. 조직 구성원은 내부에서 선발하거나 필요한 경우 외부에서 영입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SK텔레콤은 이 같은 기술 스핀-아웃을 통해 유망 사업을 독립시킨 후, 내년까지 3개 기술을 글로벌 시장에 진출 시킬 예정이다. 이후 사업영역에 구애 받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며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외부 자본투자도 받을 계획이다.
SKT 박진효 ICT기술센터장은 "스타게이트는 글로벌 ICT 유니콘을 만들기 위해 SK텔레콤의 전문 역량을 결집해 만든 프로그램"이라며 "기술 사업화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대한민국 ICT 생태계의 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전했다.
박 센터장은 이어 "기술을 담당하는 사람으로 인력유출이 걱정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선순환 효과가 더 크다"며 "외부에서 보기에 SKT는 스타트업이나 벤처보다 변화 가능성이 적다고 볼 수도 있는데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하고 싶은 일을 SKT에서 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런 일을 하고 싶은 더 많은 인력들이 자사로 더 많이 유입되는 선순환 효과가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스핀아웃을 해 열심히 했는데 불행하게도 성공하지 못했다면 그런 친구들이 다시 SKT에 복귀할 수 있는 프로그램까지 준비하고 있다"며 "구성원들이 더 자율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핀아웃한 기업이 SKT의 잠재적 경쟁자가 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 서울대나 카이스트를 졸업한 젊은분들이 다 실리콘밸리로 가서 창업을 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국내 ICT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 SKT에게 불리한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