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 본색' 이학주 "멀티 홈런? 나사 풀리면 안 되죠"

'이제 시작이다' 삼성 내야수 이학주(오른쪽)가 27일 롯데와 원정에서 3회 역전 2점포로 KBO 리그 데뷔 홈런을 신고한 뒤 강명구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사직=삼성)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지독히도 풀리지 않았다. 개막 뒤 3경기에서 실책 3개를 쏟아냈고, 타석에선 침묵했다. 그러나 1경기에서 대폭발하며 반등을 예고했다. 삼성 신인 내야수 이학주(29)다.

이학주는 2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롯데와 원정에서 3회 역전 결승 2점 홈런을 포함해 3안타 2홈런 4타점 2득점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이학주의 홈런에 깨어난 삼성 타선은 8홈런 24안타를 몰아치며 23 대 4 대승을 거뒀다.

올해 신인 드래프트 전체 2순위다운 모습이 이제야 나왔다. 이학주는 이날 0 대 1로 뒤진 3회 무사 1루에서 경기를 뒤집었다. 롯데 우완 선발 장시환의 시속 144km 속구를 통타,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터뜨렸다.


이학주의 한 방은 잠자던 사자 군단을 깨웠다. 전날까지 3경기 타율 1할4푼4리, 평균 2득점에 허덕였던 삼성 타선은 완전히 깨어났다. 이어진 3회 2사 만루에서 김헌곤이 장쾌한 올 시즌 KBO 리그 첫 만루홈런을 쏘아올려 6 대 1까지 달아났다. 이후 삼성은 5회도 대타 박한이, 강민호, 최영진의 솔로포가 잇따라 터져 10 대 4로 리드해 승기를 잡았다.

자기 자신의 막혔던 혈도 뚫은 아치였다. 이학주는 개막 후 3경기에서 8타수 1안타에 머물러 있었다. 볼넷과 몸에 맞는 공 1개씩을 얻어냈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특히 유격수로 나서 3경기에서 실책을 3개나 범하며 공수에서 잘 풀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통렬한 역전포로 그동안 마음고생을 훌훌 날렸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학주는 이후 3타석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8회 무사에서 좌전 안타로 감을 다시 끌어올렸다. 삼성 타선은 다시 이학주의 안타로 불이 붙었다. 연속 안타와 볼넷, 여기에 40살 박한이의 개인 통산 첫 만루포까지 터졌다. 이학주도 2점 홈런을 다시 터뜨리며 살아난 타격감을 확인했다. 삼성은 8회만 10점을 뽑아 대승을 마무리했다.

경기 후 이학주는 "경기 전 밀어치는 감이 너무 좋아서 타석에서도 그렇게 하자 했는데 잘 됐다"면서 "나뿐만 아니라 모든 타자들이 같이 으샤으샤 해서 이겼다"며 모처럼 미소를 지었다. 이어 "홈런이 넘어갈 줄 몰랐다"면서 "공이 아직 잘 보이는 건 없지만 정확히 방망이 중심에 맞추자 했고, 바람도 도와준 것 같다"며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

'수비는 어려워' 삼성 이학주가 26일 롯데와 원정에서 7회말 1사 2루 롯데 오윤석의 내야땅볼 때 2루 주자 전병우를 태그하고 볼을 놓치고 있다.(사직=삼성)
앞선 3경기에 대한 마음고생이 없지 않았다. 충암고 졸업 뒤 미국 시카고 컵스에 진출해 언젠가 메이저리그를 밟을 것이라고 예상됐던 이학주였다. 물론 빅리그 콜업 직전 부상으로 마이너리그만 뛰었지만 다재다능한 내야수에 대한 기대가 컸다. 본인도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삼성 구단이 자신의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준비한 데 대해 "나 혼자 이름이 있으니까 클래스가 다른가 생각했다"는 농담으로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이에 대해 이학주는 "해외 유턴파로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은 없었다"면서도 "그러나 경기가 안 풀릴 때 조급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주위에서 솔직히 적응하는 시간도 필요하고 경기도 안 풀렸다고 하지만 그건 핑계고 결국 내가 뛰고 해야 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코치진과 선배들의 도움으로 조급함을 버렸다. 이학주는 "박진만 수비 코치, 타격 코치(강봉규, 이영수) 등 코치님들이 나를 많이 잡아주셨다"면서 "또 경기에서 2시간 정도 기다렸다가 대타로 나가 홈런을 때리는 박한이 형을 보고 나도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날 멀티홈런을 날렸지만 일비일희는 없다. 이학주는 "이제 4경기를 했고, 많은 경기가 남아 있다"면서 "이 경기로 나사가 풀리면 안 될 거 같다"고 강조했다. 수비에 대해서도 이학주는 "그라운드 상태가 좋지 않다고 실책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앞으로 몇백 개, 몇천 개 타구를 받을 텐데 유격수로서 조금 더 집중하고 노력해서 어이없는 실책 없이 투수들을 도와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학주는 같은 해외 유턴파인 김동엽, 함께 키스톤 콤비를 이루는 김상수 등 동갑내기들과 팀을 이끌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학주는 "3명이 잘 맞고 얘기도 많이 한다"면서 "우리 3명이 잘 하면 당연히 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그의 말대로 이제 시작이다. 이학주는 "내가 해야 될 게 뭔지 알고 있다"면서 "몸 관리 잘 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매 경기 집중해서 팀에 최대한 보탬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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