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없는 여진구의 '스물 셋' 성장일기

[노컷 인터뷰 ②] "흥행 부진하면 지치기도…일희일비 경계 중"
"시행착오 언제나 있을 것…내 연기 아쉬웠던 작품들도 많아"
"연기에 대한 '감'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최우선"
"인간 여진구와 배우 여진구의 경계 점점 희미해져"

tvN 월화드라마 '왕이 된 남자'에서 이헌과 하선 1인 2역을 맡아 연기한 배우 여진구. (사진=피알제이 제공)
tvN 월화드라마 '왕이 된 남자'로 한 단계 발전을 이뤘지만 아직 여진구에게는 많은 성장의 순간들이 남아 있다. 그의 목표는 하나다. 전환점이 된 '왕이 된 남자'에서 그치지 말고, 꾸준히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알고 걸어가는 것. 이런 뚝심이 작용해 흥행이 부진했던 시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을 수 있었다.

"전 아직도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흥행이 부진했던 시기에는) 저도 사람인지라 지칠 때도 있었어요. 제가 이렇게 고집을 부리는 게 맞나 싶기도 했고요. 그렇다 해도 앞으로 개연성이나 진정성이 없는 역할을 맡을 생각은 없어요. 시행착오는 당연히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 선택과 다른 결과가 나와서 실망할 수도 있고요. 이런 흥행 자체를 목표로 삼아 일희일비하거나 휘둘리고 싶지는 않아요. 스스로 한계를 만들었다면 그걸 깨고, 굳은 심지를 보여줘야 나중에 더 큰 칭찬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지쳤던 지점에 대해 털어놓기도 했다. 주연급 역할을 계속 맡아 오며 자신이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였다고. 데뷔 후 어느 때보다 긍정적인 자신감이 가득한 여진구는 이제 그 책임의 무게를 충분히 감당할 준비가 돼있다.

"사실 캐릭터적으로 봤을 때는 작품 복이 많다고 생각해요. 운이 좋게 큰 역할을 많이 했고요. 다만 그 역할을 왜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는지가 제게는 스트레스였어요. 작품 자체에 대한 걱정은 없어요. 다음 작품도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뿐이죠. 아쉬웠던 작품을 돌이켜보면 주로 고등학교 때 연기했던 작품들이에요. 만약 지금처럼 제 연기에 대해 자신감이 있는 상태에서 재촬영하면 어떤 모습이 담겨 있을까 궁금해요. 이제는 제 역할을 오롯이 책임질 수 있는 그런 모습으로 작품을 대할 수 있게 됐어요."

tvN 월화드라마 '왕이 된 남자'에서 이헌과 하선 1인 2역을 맡아 연기한 배우 여진구. (사진=피알제이 제공)
아이유와 함께 하는 '호텔 델루나'를 빠르게 차기작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밝혔다. 지금 여진구에게는 이번을 계기로 자신만의 연기 스타일과 세계를 잘 구축해 나가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다.

"놀면 뭐하나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이제 연기를 어떻게 대하고 역할을 어떻게 짊어져야 할 지에 대해 배웠어요. 단순히 한 작품으로 잘 평가받았다고 해서 감을 떨어뜨리고 싶지 않고, 유지해서 제 스타일과 고집을 만들고 싶었어요. 무턱대고 부딪치는 게 많았는데 이걸 계속 트레이닝하려면 연기를 해야겠더라고요. 아직 나이가 어리니까 20대 후반에서 30대 정도는 돼야 다양한 역할들이 많아지지 않을까요."

현재 여진구는 중앙대학교 연극학과에 재학 중이다. 쉴 때도 꾸준히 학교에 나가는 이유 역시 연기에 대한 '감'을 잃지 않기 위한 목적이 크다.

"굉장히 새로움을 바라고 진학한 부분이 있고, 어쨌든 많은 걸 배웠어요. 또래들과 작업을 해본다는 게 제게는 생소한 작업이었고요. 동기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영감도 많이 얻었고, 이런 게 청춘이구나 느끼기도 했어요. 지금도 당연히 친구들과 만나면서 같이 지내고요. 작품 끝나면 '취준생'(취업준비생)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친구들도 '이제 백수'라고 그러더라고요. 작품을 하지 않을 때도 돌아가서 연기를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연기는 표현의 예술이라 감을 잃거나 무뎌지면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다고 봐요."

tvN 월화드라마 '왕이 된 남자'에서 이헌과 하선 1인 2역을 맡아 연기한 배우 여진구. (사진=피알제이 제공)
예능프로그램 '현지에서 먹힐까' 태국편에 출연해 아주 일상적인 청년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다시 고정 출연 생각이 있냐고 물으니 멋쩍은 웃음을 흘린다. 연기 외에 솔직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사실 많이 부끄러웠다고.

"놀 수 있다고 해서 갔는데 일만 엄청 하다가 왔던 기억이 나네요. (웃음) 촬영 자체는 행복했어요. 좋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저도 예능을 무서워하는 건 아니라서 닫혀 있지는 않아요. 그런데 막 춤을 추라고 하고 그러니까 부끄러운 게 있었어요. 청년 여진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큰 거부감이 있지는 않지만 그 때처럼 바보 같은 모습은 보여드리고 싶지 않기도 하고요. (웃음) 다음에는 어느 정도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면 좋겠어요. 요즘 SNS에서는 편안하게 다가가고 싶어서 '구그램'이라는 해시태그를 붙이기도 해요."

연기 경력이 쌓일수록 배우 여진구와 인간 여진구의 경계는 점점 희미해져간다. 물론 다른 배우들의 조언처럼 너무 역할에 빠지지 않고 자신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진구는 그 경계가 사라지면서 오히려 배울 점을 발견했다.

"배우 여진구와 인간 여진구를 구분해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희미해져요. 연기를 하면서 인간 여진구도 많은 걸 느끼게 됐고 감정적으로 성숙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제가 하는 직접적인 경험도 중요하지만 연기를 통한 감정들이 깨달음을 줄 때도 많거든요. 나라면 이렇게 하겠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제 인간적인 성격을 확립시켜주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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