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남' 여진구 "답답했던 제 연기, 이제 자신감 생겼죠"

[노컷 인터뷰 ①] "연기는 내 방식대로 고집 부려보는 것도 좋아"
"이세영은 정말 성실한 배우…나와 다르지만 배울 점 많았다"
"낮은 목소리가 무기? 내가 넘어야 할 존재라고 생각해"

tvN 월화드라마 '왕이 된 남자'에서 이헌과 하선 1인 2역을 맡아 연기한 배우 여진구. (사진=피알제이 제공)
"사실 제 연기가 계속 답답했어요. 그런데 그 답을 조금이나마 찾은 것 같아요."

아역 시절부터 여진구는 눈에 띄는 배우였다. 성인이 된 후에도 꾸준히 비중있게 한 사람 몫을 해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키워 나갔다. 대중이 그의 성장을 두고 '잘 컸다'고 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정작 여진구의 사정은 그렇지 않았다. 데뷔 14년 차인 그는 tvN 월화드라마 '왕이 된 남자' 이전까지만해도 끊임없이 혼란에 시달렸다.

"제 연기가 답답했어요.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는데 마음에 안 들고 별로였거든요. 문제를 찾아보려고 노력도 많이 했어요. 학교 진학도 했었고, 여러 방도로요. 그런데 이번 현장에서 정말 배우들이 재량껏 해볼 수 있는 리허설이 많았어요. 제 역할에 더 빠질 수 있었고, 오롯이 견딜 수 있었어요. 막막하고 힘이 들 때 누군가의 의견을 구하는 것도 좋지만 내 생각을 풀어보기 위해 노력하고 현장에서 고집을 부려보는 게 낫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전까지 여진구는 현장에서 그리 활발하게 자기 의견을 개진하는 편이 아니었다. 제작진이나 선배 배우들의 피드백을 받으면 그걸 자기 식대로 표현해 보려고 노력해왔던 것이다. 자신의 방식을 찾아 낸 여진구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현장에서 제가 어떻게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꺼내기가 어려웠어요. 선배님이나 감독님의 인생 경험이 많으니까 그 말을 들으면서 최대한 제 식대로 표현해보려고 노력했었죠. 제가 원하는 게 맞는 방향이라면 어떻게 표현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을 수 있을지가 중요하더라고요. 이제 거기에서 자신감이 생겼고, 그 약간의 차이가 연기를 할 때 확실히 도와줬어요. 그런 경험이 처음이라 행복했어요. 앞으로도 이렇게 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이에요."

tvN 월화드라마 '왕이 된 남자'에서 이헌과 하선 1인 2역을 맡아 연기한 배우 여진구. (사진=피알제이 제공)
함께 호흡을 맞춘 소운 역의 이세영에게는 같은 아역 배우 출신이지만 많은 것들을 배웠다. 서로 가감없는 소통이 없었다면 소운과 하선의 '케미스트리'는 제대로 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정말 성실하신 분이에요. 너무 잘하는데도 항상 자신을 의심하세요. 짐도 다 정리하시고 저와는 굉장히 다른 스타일이지만 배워야 될 점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까먹기도 하고 그렇거든요. 현장에서 너무 준비해서 연기하면 안 된다고도 했었는데 물론 그런 장면도 있는 건 맞아요. 문제는 본인이 생각한대로만 혼자 연기하면 감정의 맛이 하나도 안 살거든요. 이 장면을 어떻게 연기해야 하는지 현실적인 조언을 주는 게 어려운 작업인데 아낌없이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촬영을 했어요."

여진구하면 떠오르는 것은 '해를 품은 달'에서 '왕이 된 남자'까지 이어진 사극 흥행이다. 유독 사극에 강한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 보니 '목소리'라는 답변을 내놨다. 낮고 진중한 목소리가 자신의 강점임을 알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 역시 깨고 싶은 부분이라고.

"사극이 편하게 다가오는 것도 있지만 유독 잘 터져서 행운인 장르인 것 같아요. 사극만 잘 됐으니까 이걸 깨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어린 나이에 이런 어려운 장르에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는 건 운이 좋다고 생각해요. 제가 좀 뻔뻔해진 것도 있는데 자신감을 갖고 새롭게 도전하면 그 장르에서도 인정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일단 목소리가 사극톤에 어울려서 큰 장점이 된 건 맞지만 이 역시 제가 넘어야 할 '무기'라고 생각해요. 에너지를 가진 목소리를 낼 줄 알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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