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호 임명강행이냐 자진사퇴냐…깊어지는 청와대 고민

"국회 선택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 예의주시"
부동산 투기 의혹·꼼수증여…싸늘해지는 여론
여당 내에서도 부적절 의견…시민사회단체 반대 입장도 부담
낙마한다해도 추천 배경과 인사검증 부실 도마 위에 오를 듯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문재인 정부의 집권 중반기를 이끌어갈 2기 내각 국무위원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마무리됐지만 청와대는 남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다.

27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여야가 날선 공방을 주고받으며 파행 직전까지 가는 큰 소동이 벌어졌지만, 정작 청와대는 25일 열린 최정호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싸늘한 여론에 당황하는 분위기다.

최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집중적으로 부각되면서 현 정부 부동산 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이 확산하는 것은 물론 도덕성을 강조한 현 정부에도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투기목적 다주택 소유, '갭투자', 편법을 동원한 부의 대물림 등 각종 수식어가 따라붙는 것도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 부실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어 내심 곤혹스럽다.

최 후보자는 서울 송파구 잠실 아파트와 경기 분당 아파트 등 집 2채를 보유한데 이어 세종시에 건설 중인 펜트하우스 분양권까지 받는 등 투기지역에 아파트 3채를 보유해 2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올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연히 '내집 마련'이 평생 목표인 일반 서민들과 동떨어진 행보를 보였다는 지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최 후보자는 1996년 매입한 분당 아파트를 장관 후보자 지명 직전인 지난달 장녀 부부에게 '꼼수증여'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며 코너에 몰렸다. 다주택 보유 비판을 피해가려는 '계산된 증여'라는 비판도 덧칠됐다.

이에 국토부 장관에 최종 임명된다하더라도 부동산 정책 전반을 진두 지휘할 수장으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여당 내에서도 당장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최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20년 넘게 보유한 주택을 최근 딸에게 증여한 것은 납득이 안된다. 평소 소신대로라면 처리했거나 (장관 임명) 이후에 처리하겠다고 했어야 한다"며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식의 최 후보자를 질타했다.

최 후보자 적격성을 놓고 시민사회단체가 일제히 반대 성명을 낸 것도 청와대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집 한 채 마련하기도 어려운 서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최 후보자의 다주택 보유 이력은 부러움을 넘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최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를 막고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일해야 하는 국토부 장관으로서는 부적합한 만큼,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는 반대 성명도 뼈아픈 대목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최 후보자에 대한 싸늘한 여론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25일 김의겸 대변인은 '장관 후보자들의 각종 의혹에 대해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청문회를 지켜보자"고만 짧게 답했다. 또 "사전 검증에서 다 확인된 내용"이라며 최대한 말을 아꼈다.

국회 국토위는 28일 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지만 여론을 등에 업은 야당의 파상공세가 쉽게 누그러지지 않을 것으로 보여 보고서 채택은 난망하다.

문 대통령이 국회에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한 뒤 임명을 강행할 수도 있지만, 이럴 경우 민심 이반현상까지 감안하지 않을 수 없어 고민이다.

만약 최 후보자가 청와대와의 교감을 거쳐 후보직을 내려놓는다고 해도 최 후보자를 누가 추천했는지, 또 집값 안정을 우선 과제로 내건 현 정부가 검증 과정에서 최 후보자의 낙마 사유를 걸러내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도 후폭풍이 일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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