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조양호 연임 부결, 재벌총수 견제 계기로"

참여연대 "민간 기관투자자 다수 찬성표, 유감"
경실련 "국민연금, 더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나서야"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가 27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
조양호(70) 한진그룹 회장이 27일 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게 되자 시민단체들이 잇달아 환영의 뜻을 표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이사로서의 책무를 방기하고 횡령과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도 경영권을 유지하려던 재벌 총수의 탐욕에 대한항공 주주들이 철퇴를 가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업은 전근대적 권력을 휘두르는 재벌 총수일가의 소유물이 아니란 사실이 증명됐다"며 "기업의 경영진은 불법이나 편법적 경영을 지양하고 회사가치 극대화와 주주, 노동자, 소비자 등을 고려한 건전한 경영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이 마지막 순간에 연임 안건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은 만시지탄이긴 하지만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평가함과 동시에 "국민연금과 같이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원칙)를 도입한 민간 기관투자자 다수가 의결권 행사 자문사들의 반대 권고에도 불구하고, 주주들의 의사와 달리 기관연임 안건에 찬성한 것은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이날 논평을 내고 "이른바 '땅콩회항', '물컵갑질', '갑질폭행', 횡령과 배임 혐의 등 총수 일가의 갑질과 비리 의혹, 범죄 혐의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선임 부결은 경영에 대한 책임으로 당연한 결과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 회장 일가의 위법·편법·황제경영으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는 훼손되고,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전무했다"며 "때문에 국민연금 손실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 스튜어드십코드까지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경실련은 "이번 결과는 이에 입각한 정당한 주권 행사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지만, 그간 국민연금이 보여준 태도는 우려스러웠다"며 "스튜어드십코드 반대측이 '민간 경영권에 대한 국민연금의 과도한 간섭'이나 '연금사회주의'라며 논점을 흐렸는데, 사실 이는 국민의 노후자산을 지키기 위한 주주로서의 당연한 권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이 재벌 오너리스크 문제에 대해 재벌기업마다 스튜어드십코드를 다르게 적용하는데, 주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바란다"며 "조양호 일가가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더라도 여전히 황제경영에 영향이 없을 수 있는 현실을 감안해 더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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