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백승호로 본 벤투 감독의 축구 철학

이강인(왼쪽)과 백승호. (이한형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은 3월 A매치(볼리비아, 콜롬비아)에 나설 27명 명단에 이강인(18, 발렌시아CF), 백승호(22, 지로나FC)의 이름을 포함시켰다.

한국 축구 최고 유망주들의 첫 대표팀 발탁.

두 유망주의 합류 자체만으로도 기대가 컸다. 이재성(홀슈타인 킬)은 "팬 입장에서 기대를 많이 했다"고 말할 정도.

하지만 벤투 감독은 일찌감치 선을 그은 상태였다. 벤투 감독은 명단을 발표하면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23명을 부르든, 27명을 부르든 고른 출전 기회를 주기 어렵다"면서 "훈련에서라도 정보를 얻고 싶다. 훈련을 보고, 경기 출전에 대한 결정까지 이어진다"고 말했다.


볼리비아전을 앞두고도 같은 생각을 피력했다.

벤투 감독은 사전 기자회견에서 "이강인과 백승호의 선발 출전 계획은 없다"고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이어 "둘의 장점, 개성, 능력은 잘 알고 있다. 대표팀에 와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얼마나 융화되고, 플레이 스타일에 녹아들지 확인하고 싶었다"면서 "최대한 많은 선수를 관찰하겠지만, (경기를 통한) 선수 테스트는 그렇게 이해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평가전은 흔히 시험이라 말한다. 전술은 물론 처음 합류한 선수를 테스트하는 무대이기도 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테스트는 훈련을 통해 가능하기에 경기는 오롯이 경기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벤투 감독의 축구 철학.

벤투 감독은 4장의 교체카드를 사용하면서 끝내 이강인을 투입하지 않았다. 교체카드를 남겼다. 백승호는 명단에서 제외됐다.

벤투 감독은 "교체는 다 써도 되고, 안 써도 된다"면서 "볼리비아전은 교체를 진행하면서 시간이 지났을 때 더 이상 변화를 주는 것이 오히려 안 좋겠다고 생각했다. 딱 원했던 만큼의 변화를 가져갔다"고 설명했다.

콜롬비아전도 마찬가지였다.

벤투 감독은 콜롬비아전 사전 기자회견에서 "부상 선수들이 나왔지만, 선발 명단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면서 "나이와 상관 없이 경기 진행 상황에 따라 선수들의 출전시간을 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인과 백승호는 콜롬비아전에서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그라운드 한 켠에서 몸을 풀지도 않고, 줄곧 벤치에만 있었다. 6장의 교체카드 가운데 콜롬비아전 역시 교체카드 3장만 썼다.

벤투 감독의 철학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벤투 감독은 "앞으로도 계속 관찰할 예정"이라면서 "이번 소집을 통해 어린 선수들의 능력을 확인했다. 소속팀에서 어떤 활약을 하는지 계속 체크하겠다. 대표팀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 수 있을지, 이 선수들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강조했다.

손흥민(토트넘 핫스퍼)도 "한국 축구를 나중에 이끌어갈 선수들이다. 열흘이라는 시간 동안 발전하는 모습을 내 눈으로 봤기 때문에 경기에 나서지 못했어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면서 "당장 경기에 나오지 않아 아쉬워하는 팬들이 많겠지만, 장기 레이스이고 길게 봐야 한다. 묵묵히 뒤에서 응원해준다면, 알아서 큰 선수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동생들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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