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한국 로비 조심해야" vs 맥사먼 "서울 없으면 안 돼"

미 상원 청문회서 대북제재, 동맹활용 놓고 한반도 전문가 입장 엇갈려
트럼프 트윗에는 모두 비판적 입장…'혼란야기' 여진도 계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추가 대북제재를 철회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좀처럼 여진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

이는 그만큼 대북 제재가 비핵화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지렛대로 작용하고 있다는 인식이 미국 조야(朝野)에서 광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과의 협상 국면에서 제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리는 것도 사실이다.

미 상원 외교위 동아태 소위원회가 26일(현지시간) 주최한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의 대북정책 조사'라는 주제로 열린 청문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철회 지시 트윗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코리 가드너 미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AP=연합뉴스)
이날 청문회를 주도한 코리 가드너 미 상원 외교위 동아태 소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성공적인 최대한의 대북 압박 정책을 포기하고, 이른바 전략적 인내로 천천히 후퇴하는 것 같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대북제재의 고삐를 계속 죄어야 하는데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처럼 전략적 인내로 북한의 핵개발 시간만 벌어주는 우를 다시 범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가드너 소위원장은 "핵을 보유한 북한과 공존하겠다는 것이냐"며 계속 대북 압박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 (사진=연합뉴스)
이날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도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차 석좌는 이날 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북한 지도자(김정은 국무위원장)는 연락사무소 상호 개설, 한국전 종전선언과 같은 다른 것은 제쳐두고 제재 해제를 최우선 요구사항으로 내걸었다"면서 "이는 실제로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같은 일부 행정부 인사들에게 이것은 대북 압박이 계속돼야 하고 심지어 더 강화돼야 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심지어 빅터 차 석좌는 한국과 중국이 북한보다는 "미국의 입장을 바꾸려고 로비를 시작할 것"이라며 "미 행정부가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한국과 중국을 대북제재 완화를 시도하는 부류로 함께 엮으면서, 제재 완화 시도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시각을 드러낸 것.


그는 "한국과 중국 같이 외교적 진전이 계속되는 것을 보기를 원하는 이들은 지속적으로 미국을 찾아와 북한의 행태에 불평하고 우리(미국)의 좌절감에 공감하고서는 '워싱턴이 보다 더 유연해지라'고 요구할 것"이라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반면, 이날 빅터 차와 함께 청문회 증인으로 나선 미국진보센터(CAP) 켈리 맥사먼 국가안보 및 국제정책 부대표(전 국방부 동아태 부차관보)는 서면답변서에서 "서울 없이는 효과적인 북한 전략을 가질 수 없다"며 "적극적인 동맹 관리가 미국의 전략에서 주요한 요소가 되어야 한다"고 다소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맥사먼 부대표는 한미 양국이 서로 같은 페이지에 있지는 않는 것 같다며 "서울에 고위급 관리를 자주 보내고 동맹간 조율 기제를 잘 활용해야 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최근 방위비 분담금 협상(SMA)에서 너무 무거운 요구를 한 것처럼 자기 목표만 추구해서는 안 된다"라고 조언했다.

또 동북아에서의 동맹 관리를 위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한일 관계에도 미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내놨다.

맥사먼 부대표는 또 "북한의 도발이 멈춘 상황에서 현 제재를 적극적으로 이행하는데 초점을 맞춰야지 새로운 제재를 가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혼란을 야기한 대통령의 트윗은 정책의 일관성을 해치고 북한이나 중국이 이를 악용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 제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진지한 협상이 재개된다면 "북한이 아주 유의미한 조치를 취하고 이를 유지하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차원에서 스냅백(약속을 어기면 되돌림) 조항 첨부를 전제로, 한시적 또는 일부분의 제제 완화도 미 행정부가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대북제재 철회 지시 트윗에서 철회 대상인 제재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논란이 이어졌다.

전날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에 이어, 이날 미 국무부 로버트 팔라디노 부대변인도 '기존 제재는 모두 유효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사태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날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철회를 지시한 제재는 트윗을 올리기 전날 미 재무부가 발표한 중국 해운사 2곳에 관한 제재였다고 해당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5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또 다른 소식통 2명을 인용해, 재무부가 제재를 발표하기 전 해당 사안을 놓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논쟁이 있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의 국가안보 보좌역인 로버트 블레어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내가 트럼프 대통령을 더 잘 안다'고 주장하면서 반대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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