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 꼬리표·주전 부담감…이승원은 스스로 이겨냈다

"이번 우승은 내 배구인생의 터닝포인트"

현대캐피탈 이승원.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이승원에게 2018~2019시즌은 롤러코스터였다.

이승원은 노재욱(우리카드)이 FA로 영입된 전광인의 보상 선수로 팀을 떠나며 주전 세터의 중책을 맡게 됐다. 최태웅 감독은 비시즌 기간 이승원과 훈련하며 "최고의 세터로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백업 세터 꼬리표를 뗄 기회를 잡은 이승원. 하지만 부상에 신음했다. 비시즌에 발목을 다쳐 훈련에 매진할 수 없었다. 지난해 10월에는 훈련 도중 손 부위가 찢어지는 부상으로 결장했다. 이 외에도 부상이 늘 그를 괴롭혔다.

경기력에 대한 우려도 적잖았다. 훈련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정작 실전 무대에서는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따랐다. 신인 이원중에게 자리는 내주는 시간도 늘어나며 다시 자리를 잡지 못하는듯했다.

하지만 최태웅 감독은 우리 팀의 주전 세터는 이승원이라며 계속 믿음을 보냈다. 그리고 이승원은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믿음에 보답했다.

사실상 이승원에게 대한항공과의 챔피언 결정전은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볼 무대였다. 지난 시즌 노재욱의 갑작스러운 부상 이탈로 챔피언 결정전 3, 4차전에 주전 세터로 나섰지만 실패를 맛봤기에 이를 만회할 기회를 잡은 것이다.

이승원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정규시즌 때보다 더 안정감 있는 토스로 공격진을 빛나게 했다. 주전 세터라는 부담감을 완전히 떨쳐내고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팀의 중심을 잡아줬다. 그리고 이승원은 자신의 손으로 이번에는 우승을 만들어 냈다.

최태웅 감독은 우승 이후 이승원을 떠올리며 눈물을 쏟았다. 누구보다 이승원이 힘들어했다는 것을 알기에 고마움과 미안함이 섞인 눈물이었다.

현대캐피탈 이승원.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이승원 역시 최태웅 감독의 눈물에 감동했다. 그는 "처음에 우시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나중에 확인한 뒤 나 역시 울컥했다"고 전했다.

스스로도 더욱 독하게 마음먹은 시즌이었다. 이승원은 "올 시즌 질책을 많이 받았다. 솔직히 신경 쓰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라며 노재욱의 이적으로 주전이 됐다는 꼬리표에 대해서도 "스스로 이겨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라고 설명했다.

이승원은 이어 "올 시즌 정말 다치고 싶은 않았는데 왜 이렇게 많이 다칠까 하는 생각도 했다"며 "포스트시즌에서는 다쳐도 아픈 것이 뭔지 모르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공을 먼저 살려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의 아픔은 오히려 자신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승원은 "(챔피언 결정전에서) 자신감이 넘쳤다. 진짜 지고 싶지 않았다"며 "지난 시즌 (노)재욱이 형이 아프고 나서 내리 패해 아픔이 있었다. 그런 기억을 잊지 않고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한 이승원이다. 그는 "프로 무대에서 배구하면서 이번 승리가 터닝포인트가 됐다"며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더 배우고 노력해 이 분위기를 유지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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