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클럽 미성년 성매매 실태 고발…"문제의 본질"

강남 클럽 6개월 잠입취재 주원규 작가
"가출 청소년들 유혹하는 스카우트MD"
"음성적 VVIP 성매매의 장으로 밀어넣어"
"정서적·심리적 공간 없어 빚어진 기현상"

지난 1월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클럽 버닝썬의 모습(사진=이한형 기자)
"제일 고통스러웠던 친구가 있다. 정말 시를 잘 쓰는 친구였다. 3년 전 당시 15세 여자 아이였는데, 저에게 쌍커풀 수술을 시켜달라고, 30만원이 필요하다더라. 그런데 저는 그 30만원을 주지 못하고 '어린 아이가 무슨 쌍커풀 수술이냐'고 만류했던 기억이 있다. 그랬는데 제가 (클럽) 잠입 취재를 한지 4개월째 되는 때 제가 몰고 있던 콜카라는 차 뒤편에 그 친구가 앉아 있던 모습을 봤다. 그 짙게 형성된 쌍커풀·코 수술 흔적 앞에서 '그때 왜 30만원을 어떻게든 마련해서 주지 않았을까'라는 가정이 떠올랐다. 지금도 그 친구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강남 클럽에 6개월간 잠입 취재한 결과물로 소설 '메이드 인 강남'(네오픽션)을 펴낸 작가이자 목사인 주원규씨의 증언이다.

주씨는 25일 오후 방송된 KBS1 '생방송 오늘밤 김제동'에 출연해 '1조 산업'으로도 표현되는 한국 클럽시장을 두고 "클럽 관계자에게 3년 전에 그 말을 들었을 때는 허언이라고 느꼈다"며 말을 이었다.

"그들만의 무용담이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6개월 동안 그 흐름을 본 결과 허언만은 아니겠다고 느꼈다. 왜냐하면 일부 연예인들이 지분을 갖고 (클럽 운영에) 참여하면서 (성장을) 본격화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을 검은 돈의 유혹으로 영입하려고 하고, 그러한 과정에서 외국인 MD라고 할 수 있는, 통역도 가능하면서 한국의 클럽 플랫폼을 사용해 음성적인 산업을 일으키려고 하는 상황들, 그리고 그 안의 그들만의 VVIP 네트워킹까지 가세되면 그들이 말하는 1조 산업이라는 것이 허언만은 아니라는 것을 짐작하게 됐다."


그는 클럽 MD(손님을 유치하는 영업직원)를 설명하면서 "이 자리에서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일반 MD'와 속칭 '포주 MD'로 구별해서 봐야 한다"며 "대다수 MD는 파티를 잡아주고 단골을 유치하는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강남에 클럽 산업이 발달하기 이전에 음성적으로 룸살롱, 단란주점이 성행했던 곳으로 알려졌다. 그런 곳에서 성매매 여성 접대를 알선받아 클럽이라는 플랫폼 안으로 이식시키는 활동들을 하는 것을 포주 MD라고 표현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일반 MD들 사이에서도 포주 MD들이 누구이며 어떤 활동을 하는지 잘 모르고 있던 것으로 3년 전에 파악됐다"며 "클럽이라는 유흥 문화를 이용해서 그들의 파이를 키우는 형태가 그곳 밤문화에서 목격됐다. 3년 전만 해도 스타트업되는 관점이라고 생각됐는데, 그런 부분들이 조금 더 원활하고 치밀해지지 않았나라는 우려를 씻을 수 없다"고 부연했다.

주씨는 클럽에서 이뤄지는 미성년 성매매를 고발하면서 "그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미성년 성매매가 얼마나 심각성을 갖고 발전했는지가 충격적인 주제였다. 미성년 가출 청소년들을 검은 돈으로 유혹하는 손길을 스카우트MD라고도 표현한다. 가출 청소년들이 속칭 가출팸이라고 해서 일정 지역에 자기들만의 커뮤니티를 꾸리는데, 그러한 가출 청소년들을 찾아와서 '너희들 강남 클럽에서 1, 2년 만 고생하면 연예인 시켜주겠다' '많은 돈을 벌게 해 주겠다'고 한다. 처음에 그러한 가출 청소년들을 먼저 데려가는 곳이 강남 일대 룸살롱이나 단란주점 혹은 보도방이라고 표현하는 윤락행위하는 플랫폼이다."

주원규 작가(사진='오늘밤 김제동' 방송 화면 갈무리)
그는 "그곳에서 시작해서 그들이 말하는 속칭 '경쟁력 있는 가출 청소년들'을 클럽이라는 플랫폼 안으로 밀어넣고 그 클럽 안에 이미 음성적으로 형성돼 있는 VVIP 네트워킹 성매매의 장으로 밀어넣고 있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며 비판을 이어갔다.

"이 음성적 산업 구조가 상당히 악랄해진 것은 클럽에서 아무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데 있다. 왜냐하면 '주민등록증을 속이고 마약에 취했던 가출 청소년들이 들어와서 그네들이 벌이는 일탈'이라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단란주점과 룸살롱에서는 '우리는 모르는 일이었다. 우리는 그냥 유흥업소 여성이었던 것이다'라는 식으로 서로 모르쇠를 한다. 하지만 사실 보면 2, 3차로 서로가 서로에게 하청을 주고받는 거래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그것이 3년 전에 목격된 상황이었는데, 회의적이게도 지금 이 순간 그게 그렇게 약화됐다고 보지 못할 것 같다."

주씨는 "추산할 수는 없지만 현재 음성적 윤락시장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이러한 시장의 규모는 지금 강남에서 너무나 판이 키워졌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왜냐하면 클럽에서는 끝을 모르는 상태에서 술값이라고 말할 수 있는 주대가 기하급수적으로 치솟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가 언론을 통해 나타난 술값만 봐도 한 세트에 1억이 넘는 것이 출범하듯이,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제동이 걸리지 않는 움직임들이 강남이라는 지역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

그는 앞서 언급한 청소년 사례를 전하면서 "이것은 비단 가출 청소년들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클럽 안에는 부유층 자제라고 할 수 있는 미성년 청소년들도 하루에 2천만원 이상을 쓰게 되는 안타까운 기현상들도 목격했다. 정서적·심리적 공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타깝게도 지금 청소년들은 10명 중 9명이 연예인 외에, 강남 외에 다른 어떤 것을 할 수 있느냐는 자조적인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며 "그런 친구들이 움직일 수 있는, 자유롭고 정의롭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공간들을 계속해서 우리 기성세대가 관심을 갖고 마련해 주는 것이 이번 버닝썬게이트라고 말할 수 있는 클럽의 음성적인 문화를 법적으로나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것과 함께 병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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