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후 전북 전주 한옥마을의 '신대유성'에서 만난 박씨가 빙그레 웃었다.
그 미소를 짓기까지 먼 길을 돌아왔다. "한옥마을에 짜장면집이 들어와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를 놓고 전주시와 지긋지긋하게 싸웠어요."
3년을 끌어온 재판은 '전주시의 영업정지 처분은 부당하다'며 장 씨의 손을 들어줬다. 일식집을 지위 승계받은 장씨가 중식으로 업태만 바꿨기 때문이다.
"당시 전주시가 기자회견까지 열면서 문제를 키웠어요. 여러 언론에 보도되면서 타격이 생겼죠. 한 시민이 행정과 싸운다는 게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매출도 줄었다. 한 방송국에서는 가게를 소개하는 촬영까지 마쳤지만 방영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대법원판결은 더 반가웠단다.
남원에서 태어난 박씨는 억척이었다. 30년 전 4형제는 전주 효자지구대 앞에서 '형제반점'을 차리고 짜장면을 팔면서 생계를 유지했다.
"옛날 전주 삼천도서관에 방죽이 있었는데, 그 때 짜장면집을 처음 시작했어요. 물짜장도 거기서 탄생한 거예요."
그 물짜장이 보존·계승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전주시의 음식자료 타임캡슐에 포함됐다. 퇴출 위기에 놓였던 한옥마을 물짜장이 이젠 전주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역사에 남게된 것이다.
8,000원에 팔리는 물짜장 레시피를 물었다. "바지락, 새우 오징어, 소라, 당근, 양배추, 양파, 호박을 넣어요. 춘장 대신에 청량 고춧가루가 들어가서 매콤해요."
진짜 비법은 타임캡슐에 보관돼 50년이 후 후손에게 전수된다.
박씨는 타입캡슐을 제안하는 전주시의 전화에 화들짝 놀랐다. "세상 살고 보니까 별일이죠. 언제는 나가라더니 이제는 소중한 전주음식 자료로 계승한다고 하니까요.(웃음)"
시련은 박씨에겐 약이 됐다. 박씨는 지난 18일 김승수 시장에게 표창까지 받았다.
"30년 짜장 인생에 표창을 받은 것도 처음입니다. 소송 때 포기하고 싶었는데, 꿋꿋이 견디는 게 명답인 듯 해요."
그는 전주에서 소문난 '봉사자'였다. 26일에도 가게 문을 닫고 전주의 한 사회복지관에서 어르신 350명에게 짜장면을 돌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