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널 : 표준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5∼18:00)
■ 방송일시 : 2019년 3월 25일(월) 오후 5시 5분
■ 진행자 : 류도성 아나운서
■ 대담자 : 제주CBS 이인 기자
◇류도성> 제주특별자치도를 둘러싼 정치적, 정책적 현안들을 분석하고 제주 정가의 뒷이야기를 전하는 이인의 특별한 자치이야기 시간입니다. 이인 기자, 오늘(25일)은 제주 4.3 문제를 4번째 이야기 소재로 준비했다구요. 특별한 자치이야기에서 제주 4.3을 다룬 이유가 있을까요?
◆이인> 정부는 지방분권의 모델로 제주특별자치도를 꼽고 있습니다. 스스로 법률을 만들고 행정체계도 제주도민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확고한 입장입니다. 한마디로 제주특별자치도에 자기결정권을 주겠다는 겁니다.
◇류도성> 자기결정권이 주어져 스스로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게 하면 제주특별자치도의 완성에 한걸음 다가가는 거죠?
◆이인> 그렇다고 봐야죠. 그런데 제주에선 71년째 미완성으로 남아 있는 4.3이 있습니다. 올해로 71주년을 맞았지만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조치들은 미흡하고 여전히 4.3을 이념논쟁의 도구로 이용하는 세력이 있습니다. 제주 4.3의 해결은 제주도민의 한이 풀리는 것을 의미한다고 봐야죠. 그래서 제주 4.3의 해결이야말로 진정한 제주특별자치도의 완성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류도성> 제주 4.3의 해결없인 제주특별자치도의 완성도 없다는 건데, 제주 4.3의 해결을 위한 지원근거가 있지 않습니까?
◆이인> 제주 4.3은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즉 4.3 특별법이 지난 2000년 제정된 이후 정부차원의 진상조사보고서가 확정되고 희생자와 유족들이 결정되는 등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의미있는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갈길은 멀어 보입니다. 희생자 배보상을 하는 내용과 불법 군사재판을 무효화하는 내용의 4.3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류도성>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원근거도 소개해 주시죠?
◆이인> 지난 2006년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와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주특별법을 근거로 하고 있는데요. 문재인 정부가 자치분권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밝히면서 제주특별자치도 완성을 위한 밑그림이 그려지는 점을 볼 때 제주 4.3의 상황과는 비교됩니다.
◇류도성> 그렇다면 제주 4.3의 해결 과제들, 어디까지 왔는지 살펴보죠. 4.3특별법 제정이후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류도성> 진상조사보고서 채택과 대통령의 공식 사과는 모두 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 시절 이뤄졌어요?
◆이인>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3년 10월 4.3 진상조사보고서가 확정됐는데요. 1947년 3월부터 1954년 9월까지 무장대와 토벌대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규정했습니다. 역시 2003년 10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진상조사보고서를 토대로 국가공권력의 잘못을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2006년 4.3 추념식에도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참석해 다시 한번 사과했고 이후 12년만인 지난해 4.3 추념식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 재차 사과했습니다.
◇류도성> 4.3 희생자 규모도 1만 4000명을 넘어섰죠?
◆이인> 지난 2002년 정부에 의해 제주 4.3 희생자가 처음 결정된 이후 올해까지 희생자는 1만 4233명, 유족은 5만 9427명이 됐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9년동안 희생자 심사 작업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부침을 겪기도 했습니다.
◇류도성> 중단됐던 희생자 심사는 문재인 정부에서 재개됐죠?
◆이인> 지난해부터 4.3 희생자 선정을 위한 접수가 재개됐는데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제주 4.3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 즉 4.3 중앙위원회가 지난해와 올해 소위원회를 열어 희생자와 유족 5081명(희생자 130명, 유족 4951명)을 추가했는데, 4.3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종 숫자는 확정됩니다. 26일이나 27일쯤 4.3 중앙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릴 거라는 전망이 있는데요. 아마도 서면회의로 진행될 것 같습니다.
◆이인> 지난해 10월 30일 제주공항 인근에선 4.3 당시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성인 남녀 유해 2구와 어린이 유해 2구의 발굴 현장이 공개됐습니다. 또 같은해 11월 22일 제주 4.3 평화교육센터에선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제주공항 남북활주로 인근에서 발굴돼 신원이 확인된 4.3 유해 29구의 봉안식이 열렸습니다.
◇류도성> 4.3 당시 폭도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한 4.3 수형인들이 법원으로부터 사실상의 무죄 선고를 받은 역사적인 일도 있었죠?
◆이인> 올해 1월 17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제갈창 부장판사)는 1948년과 1949년 군사재판에 의해 억울한 옥살이를 한 제주 4.3 생존수형인 18명의 재심사건 재판에서 사실상의 무죄 선고인 공소기각을 판결했습니다. 이들이 받은 군사재판은 구 국방경비법에 따라 진행돼야 하는데 기본적인 예심조사도 거치지 않았고, 피고인을 위한 변호 등도 없었다는게 재판부의 공소기각 사유입니다. 사실상의 무죄 선고에 따라 경찰청은 이들 수형인 18명에 대해 범죄기록을 삭제했습니다.
◇류도성> 제주 4.3 70주년인 지난해 4.3 국가추념일이 지방공휴일로 지정되기도 했어요?
◆이인> 지난해 4.3 국가추념일은 제주도 조례를 통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방공휴일로 지정됐습니다. 그러나 지방공휴일 지정을 법률이 명시하지 않아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지방에서 의미있는 날을 지방공휴일로 지정해 기념할 수 있도록 지정요건과 절차 등을 명시한 '지자체 공휴일에 관한 규정' 제정안을 대통령령으로 지난해 7월 의결했고 4.3 지방공휴일 지정은 법적 근거를 확보하게 됐습니다.
◇류도성> 의미있는 진전이 많았지만 4.3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해선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아요?
◆이인> 무엇보다 4.3 희생자 배보상과 불법 군사재판 무효화를 담은 4.3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시급니다. 대표적인게 오영훈 국회의원(제주시을, 민주당)이 지난 2017년 12월 대표발의한 개정안인데요. 법안이 제출된 지 1년 3개월이 넘었지만 일부 보수 야당의 반대로 심사소위조차 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4월 1일 회의를 연다고 합니다. 오영훈 의원은 제주CBS와의 통화에서 법안심사소위 26번째 안건으로 올라와 있다며 4월 1일 논의가 마무리될지, 4월 4일 다시 논의를 해야할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류도성> 배보상 규모가 현대사의 비극 중 가장 크다는 점이 고민이죠?
◆이인> 3월 25일 현재 4.3 희생자가 1만 4233명이다 보니 배보상 규모가 과거사 관련 보상 가운데 가장 크다는 점이 정부나 국회의 고민입니다. 이와 관련해 오영훈 의원은 지난 22일 대정부 질문에서 일괄지급 방식이 아닌 연금 지급이나 분할 방식 등 여러 가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피해자나 유족이 납득한다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류도성> 불법 군사재판을 무효화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보수 야당의 이견이 있죠?
◆이인>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난 1월 법원이 4.3 수형인 18명에 대해 사실상의 무죄선고인 공소기각 판결을 내리면서 분위기는 바뀌고 있습니다. 오영훈 의원의 지난 22일 대정부 질문에서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검찰도 공소기각을 구형했고 법원도 같은 판결을 내렸다며 4.3 사건 처리절차의 하자가 있었음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그러면서 박 장관은 4.3 희생자와 유족을 구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류도성> 법원의 공소기각 판결로 불법 군사재판 무효화를 담은 4.3 특별법 개정안 처리도 청신호가 켜진 거네요?
◆이인> 오영훈 의원은 생존 수형인이 91명에 불과한 상황이고 당시 수형인 명부에는 2530명이 옥살이를 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며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선 군사재판 무효화를 담은 4.3 특별법 개정안 처리가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박상기 법무장관은 4.3 특별법 개정안 취지에 공감한다며 다만 법리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 있는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서 이 부분이 논의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인> 위성곤 국회의원(서귀포시, 민주당)은 4.3 특별법 개정안을 지난 21일 대표발의했는데요. 주요 내용은 제주 4.3을 부인하거나 비방, 왜곡, 날조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유대인 대학살, 즉 홀로코스트를 부인하거나 나치 범죄를 옹호하는 행위에 대해 단호하게 처벌하는 일부 유럽 국가들의 법률과 맥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 벌어진 광주 5.18 민주화운동 모욕 발언 등을 강력하게 처벌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된 것과도 관련 있습니다.
◇류도성> 4.3 사건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묻는 문제도 시급하죠?
◆이인>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가 지난해 10월 31일 미국 대사관에 제주4·3에 대한 미국과 국제연합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하는 10만9996명의 서명지를 전달한 것은 그나마 의미있는 진전인데요. 4.3의 해결을 위한 과제는 여전히 산넘어 산입니다. 4.3의 완전한 해결없이는 도민의 응어리진 한이 풀릴 수가 없다는 점, 모두가 인식하고 있는데요. 제주특별자치도의 완성을 꿈꾸는 제주에서 4.3의 완전한 해결이야 말로 진정한 제주특별자치도의 실현이라는 점, 정부나 국회가 새겨야 할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