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운 교수는 24일 자신의 SNS에 올린 '김학의·장자연 사건에 대하여 - 시민으로서의 법률가의 사명'이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운을 뗐다.
"형사사건에서 법률가들은 실체적 진실보단 증거에 기한 범죄성립 여부에 관심을 갖는 경향이 많다. 이들에겐 증거가 부족해 범죄를 입증하지 못하면 진실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법적 정의이다."
박 교수는 "이에 반해 시민은 범죄성립 여부보단 실체적 진실에 관심을 갖는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시민은 법률적 제한(특정 행위가 법률에 규정된 행위유형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되거나 공소시효가 만료되었다고 판단되면 처벌할 수 없음)으로 범죄인을 처벌할 수 없어도, 실제로 죄를 지었다면, 그를 유죄로 단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시민들이 추구하는 것은 협량한 법적 정의가 아니라 역사적 정의이다."
앞서 2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실시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02명 가운데 71.7%가 고 장자연씨 성접대 리스트 사건과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별장 성 비위 의혹에 대한 특검 도입에 찬성했다. 반대 응답은 17%, '모르겠다'는 응답은 11.3%였다.
위 조사는 3월 19일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 걸기로 이뤄졌다.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6943명 가운데 502명(7.2%)이 응답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4.4%포인트다.
박 교수는 "역사적 정의와 법적 정의 사이에 간극이 작으면, 시민들은 정의가 실현되었다는 것에 안도하고 그 사회를 신뢰한다"며 "반대로 그 간극이 크면 정의가 실종되었다는 것에 분노하고, 그 사회를 불신한다"고 진단했다.
"김학의 사건이나 장자연 사건에서 시민들이 사건 혐의자들에 대해 갖는 의심은 매우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정의 관념의 소산이다. 만일 사건의 혐의자들이 혐의 범죄사실을 정말로 저지르지 않았다면 그들이 지금과 같은 태도를 보일까? 누군가가 그들을 파탄시키기 위해 천인공노할 허위사실을 만들어 공격하는데, 언론인이며 법률가인 그들이 적극적으로 자기방어를 하지 않고 도망 다닐 수 있을까?"
그는 "법률가도 시민이다. 그들이 별 나라에서 사는 게 결코 아니다"라며 "'시민으로서의 법률가'라면 의당 법률적 정의가 역사적 정의에 일치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것이 법률가에게 주어진 직업적 소명"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물론 증거재판의 원칙 때문에 법률가들은 때때로 이 둘을 일치시키는 데 실패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경우라도 법률가들은 시민사회에 그 이유를 성실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며 "그래야만 시민들은 그 사회의 정의에 대해 작은 희망이라도 갖고, 그 사회의 주인 되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