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안성용 기자의 <정보방 - 정치를 보는 방법>
◇ 임미현> 안성용의 정보방, 정치를 보는 방법 시간입니다. 오늘도 안성용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기자, 오늘은 어떤 내용인가요?
◈ 안성용> 정치권의 날선 대치가 심상치 않습니다. 그동안 경제에 집중됐던 자유한국당의 대여 공세가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외교안보 정책 전반으로 확대되는 분위기구요. 선거법 등을 법안신속처리절차 '패스트트랙'에 태우려던 민주당과 야3당의 계획은 내부에서부터 삐걱대고 있습니다.
'김학의 전 법무차관 별장 성 접대 사건'은 경우에 따라서는 황교안 대표에게까지 불똥 튈 수 있는 상황입니다. 반면에 문재인 정부에서 각료를 역임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이 청구됐습니다.
오늘은 복잡하면서도 물고 물리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일련의 흐름들이 정치권에 미칠 영향들을 살펴보겠습니다.
◇ 임미현> 한국당의 대여 공격의 강도가 상당히 세졌다는 평가가 많은 것 같아요?
◈ 안성용> 세졌다기 보다는 독해졌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은데요. 당대표에 오른 지 한 달이 안됐지만 황교안 대표가 점점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고, 나경원 원내대표도 교섭단체대표 연설이 논란이 되면서 내용에 대한 평가야 어떻든 정국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어제는 반민특위 발언이 논란이 되니까 '내가 얘기하려고 한 취지는 2019년 반문특위였다'고 해서 또 한 번 논란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양상입니다.
◈ 안성용> 네, 문재인 정부가 경제는 물론 '올인'하다시피했던 북핵문제 해결에 성과가 보이지 않고, 북측이 개성공동연락사무에서 일방적으로 철수하는 등 남북관계도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보수가 결집하고 문재인 정부에 기대를 걸었던 중도가 관망세로 돌아선다고 판단한 한국당이 대여공세의 고삐를 바짝 당기는 양상입니다.
◇ 임미현> 그래도 정치에는 상대가 있는 것 아닙니까? 야당의 공세가 매서우면 여당인 민주당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겠죠?
◈ 안성용> 민주당은 우선 나경원 원내대표의 '수석 대변인' 발언이나 '반민특위' 관련 발언이 보수 결집에는 효과가 있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여론에는 나쁘게 작용할 거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나 원내대표와 홍 원내대표가 얘기가 잘 안통한다는 건데 이러다보니 벌써부터 올 연말까지는 정상적인 국회 운영이 쉽지 않겠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황교안 대표와 관련해서는 김학의 전 법무차관 별장 성 접대 사건을 쟁점화하면서 의혹을 키우는 쪽으로 키를 잡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해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지만 검찰은 무혐의 결정을 내리지 않았습니까? 이 때 법무부 장관이 황 대표입니다.
여권 일각에서는 황교안 대표의 아들이 KT에 근무하는 사실을 언급하며 특혜 의혹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다음달 4일 아현동 화재사건 때문에 청문회가 열릴 예정인데 열린다면 화재사건은 뒷전으로 하고 김성태 전 원내대표와 황 대표 자제들이 KT에 입사하는데 문제가 없었냐는 게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사정을 잘아는 한국당은 청문회를 안하려는 듯한 움직임도 보이고 있습니다.
◇ 임미현> 물고 물리는 것 같은데, 한국당으로서는 이런 공세가 터무니없고, 정권 실정을 덮기 위한 술책에 불과하다 이런 거죠?
◈ 안성용> 그렇습니다. 황 대표의 정부 비난 수위도 장난이 아닙니다. "문재인 정권과 집권 여당은 민생 살리기가 아니라 오직 '황교안 죽이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거나 "정권이 밀어붙이는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과 이를 처리하기 위한 패스트트랙은 좌파독재정권 수명 연장을 위한 입법쿠테타"라는 발언을 보면 총리나 법무부 장관 시절의 황 대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 임미현> 이러다 보니 5.18 망언자 징계문제도 한 달 전 상황인데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혀지고 있어요?
◈ 안성용> 한국당이 망언의 당사자인 김진태 김순례 의원의 징계여부를 전당대회 이후로 연기하면서 예상됐던 일입니다. 한국당 교섭단체대표연설과 관련해 홍영표, 나경원 두 원내대표에 이해찬 민주당 대표까지 제소된 상태여서 망언 의원들에 대한 징계는 사실상 물건너 갔습니다.
◇ 임미현> 이런 상황에서 선거구제 개편이나 이른바 권력기관 개혁법안도 쉽지 않은 것 아닌가요?
◈ 안성용> 그렇습니다. 한국당이 선거제도 개편을 거부하고 시간만 끄니까 패스트트랙에 태워서 한국당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겠다는 게 여당의 구상이었습니다만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찬반 양론으로 확 갈리면서 오히려 당이 쪼개질 수도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과거 정권에서 일어났던 김학의 사건이나 고 장자연씨 사건, 그리고 이번에 경찰이 벌이고 있는 버닝썬 사건을 보면 검찰과 경찰간 수사권 조정을 통해서 상호 견제.감시하게 하고, 고위공직자에 대해서는 독립적인 공수처에서 하게 하는게 맞습니다. 그러나 안 그래도 한국당이 정부 여당의 개혁법안에 협조할 의사가 없었는데 여러 사건과 사안들이 얽히고 설킨 지금 같은 상황에서 협조해줄 가능성은 더 더더구나 없다고 해야겠죠.
◇ 임미현> 얘기를 들어보면 아무것도 되는 게 없을 것 같아요? 이렇게 총선까지 가는 건가요?
◈ 안성용>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그런 생각들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4월, 6월 임시국회만 끝나면 여름이고 곧 정기국회인데, 총선을 앞둔 정기국회는 큰 쟁점없이 법안,예산 빨리 통과시키고 총선준비에 들어갑니다. 제가 지난주 만난 한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는 이미 총선체제에 돌입했다고까지 했습니다.
결국은 여야가 서로 대치하는 가운데 기싸움만 하면서 최소한의 민생법안만 처리하고 내년 총선에서 국민들의 심판을 구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여당이 이기면 각종 개혁법안들을 처리할 동력을 얻겠지만 자유한국당이 승리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을 완전히 벗어나서 2022년 정권 탈환까지 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