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메스마트팜 서울농원을 이끌게 된 장경언 원장(52)은 장애인에게 농업이 갖는 의미를 묻는 질문에 단호하게 답했다. 장애인들이 작물을 키우며 나날이 변화하는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봐왔기 때문이다. 그는 농업을 통한 장애인 직업재활 분야에서 15년 넘게 종사해온 전문가로, 농업이 다른 어떤 산업분야보다 장애인 일터로 최적이라고 확신한다.
"비장애인도 도시의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의 품에 안기면 마음이 편해지듯이, 발달장애 청년들도 농장에서 일하면 정서적으로 안정이 됩니다. 소통 자체가 어렵거나 도전적인 행동, 심지어 자해 행동까지 보이던 사람이 행복한 농사꾼으로 변하는 모습을 자주 봤어요. 기본적으로 스트레스가 훨씬 적은 환경이니까요."
◇ 돌봄을 받는 사람에서 돌봄을 주는 사람으로
"처음에는 손에 흙을 묻히는 일조차 꺼리던 장애인도 자기가 물을 준 화분에서 생명이 자라기 시작하면 주위 사람들한테 얼마나 자랑을 하고 다니는지 몰라요. 딸기 같은 열매를 따서 먹어보고는 정말 맛있다고 환호하지요. 그렇게 몇 번 재미를 느끼다보면 어엿한 농부가 됩니다. 자신이 수확한 작물을 판매하며 소비자와 즐겁게 소통할 때는 더없이 행복해하고요."
모름지기 인간이란 자연 속에서 평화를 얻는 존재다. 작은 잘못이나 서툰 실수 정도는 너그럽게 품어주는 것이 자연이기 때문이다. 농부라면 이 대목이 특히 중요하다. 예컨대 부품 조립의 경우, 아무리 단순한 작업이라고 해도 실수는 곧 실패로 느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식물은 물을 조금 늦게 주거나 거름을 약간 모자라게 주어도 괜찮고, 모종을 살짝 비뚤게 심어도 괜찮다. 그래도 꽃과 열매라는 보람과 성취감을 듬뿍 안겨준다.
◇ 자연의 넉넉한 품 안에서 행복한 일터
장애인이 농장에서 일하게 되면 장애의 정도가 크게 나아질 뿐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훨씬 건강해진다.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농장 일에 서서히 적응하면 자기도 모르게 몸을 많이 움직이며 하루를 보내게 된다. 편식도 줄고 잠도 푹 잔다. 비좁은 공간에서 하루 종일 탁자 앞을 지키며 작업하는 업무환경에 비할 바가 아니다. 결과적으로 발달장애인들이 무척 취약한 비만 문제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는 곳이 농장이다.
옛날 우리 시골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분리 정도가 요즘처럼 심하지 않았다. 자연의 힘에 기대어 땅을 갈고 씨를 뿌리고 잘 키워서 수확하는 과정 자체가 빈틈을 허용치 않는 제조업에 비해서 훨씬 인간적이었다. 비장애인 못지않게 장애인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았다는 뜻이다.
"농장에서 즐겁게 일하며 업무를 익힌 장애인은 사명감이 대단합니다. 생산성 면에서도 제몫을 톡톡히 하고요. 그런데 현대사회는 이익이라는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미달하면 배제시키지요. 이런 모습이 인류가 꿈꿔온 세상일까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너나없이 삶의 주체로 우뚝 서서 행복한 일상을 누리는 일터, 이것이 옳은 방향 아닐까요?"
"우리 장애인 직원들과 함께 새로운 가능성을 싹틔울 작정입니다. 장애인이 자연의 품 안에서 행복한 농장, 비장애인이 힐링을 만끽할 수 있는 농장, 작물을 잘 키워서 수익도 많이 내는 농장, 그리고 농업에 관심이 있는 장애인은 물론 사회복지 종사자까지 교육하는 농장을 만들겠습니다."
푸르메스마트팜 서울농원은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서울시립 장애인 직업재활기관으로, 푸르메재단이 2019년 3월부터 위탁운영을 시작했다. 약 4천 평에 달하는 부지에 500평과 200평 규모의 스마트팜 2개 동이 가동 중이며 나머지는 텃밭으로 활용되고 있다. 푸르메재단은 올해 봄부터 다양한 작물과 꽃을 재배하면서 가공과 판매, 체험과 교육이 가능한 농장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발달장애 청년들이 주인 되는 행복한 농장, 비장애인도 함께 어울리는 열린 농장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