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경호 업무 수행중 총기 노출이 불가피한 부분도 있지만, 민생행보에 나선 대통령을 마주한 시민들이 기관단총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위협감도 감안해야 한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 靑, '朴·MB 때도 기관단총 노출 경호' 적극 해명 …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밤 제 카톡과 문자가 불이 났다. 대구 칠성시장에 나타난 기관단총 든 문 대통령 경호원 사진 제보 문자였다"며 "기관단총을 든 경호원 사진! 청와대는 이 사진 진위 여부를 즉각 답변해 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하 의원은 "사실이라면 섬뜩하고 충격적"이라며, "경호 전문가에 물어보니 대통령 근접경호 시 무장테러 상황 아니면 기관단총은 가방에서 꺼내지 않는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민생 시찰 현장에서 기관단총을 보이게 든 것은 경호수칙 위반이라는 것이다.
하 의원이 게시한 사진에는 지난 22일 대구 칠성시장을 찾은 문 대통령의 경호원 중 한 명이 외투 속에 기관단총 손잡이를 잡고 있는 모습이나 아예 총열을 밖으로 노출한 모습이 찍혀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사진은 속 인물은 청와대 경호처 직원이 맞다"며 "경호원이 대통령과 시민들을 지키고자 무기를 지닌 채 경호활동을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직무수행이다. 세계 어느 나라나 하는 경호의 기본"이라고 해명했다.
또 김 대변인은 "하태경 의원이 '대통령 근접 경호 시 무장 테러 상황 아니면 기관총은 가방에서 꺼내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으나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검문검색대가 설치된 공식 행사장이라면 기관단총을 꺼내지 않지만, 대구 칠성시장의 상황은 그렇지 못해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알 수 없으며, 고도의 경계와 대응태세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박근혜 정부 시절 인천공항 터미널이나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 개막식 때 무장한 경호처 직원들이 총기를 노출하고 있는 사진과 지난 2008년 한중청년 대표단 간담회 당시 사진도 배포하며, 어느 정부든 '일상적인 업무'였음을 거듭 강조했다.
◇ 철저한 경호 중요하지만, 시민 위화감 배려 부족 지적도
그러자 이날 오후 하태경 의원은 다시 한 번 청와대 해명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하 의원은 "청와대는 제가 대통령 경호에 무기 소지하는 것, 즉 무장경호를 문제 삼은 것처럼 본질을 호도했다"며 "제 비판의 요지는 기관단총을 보이도록 노출한 이번 칠성시장 경호가 적절했냐 아니면 과했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좁은 시장 안에서 기관단총을 반쯤 꺼내놓은 것에 대해 불편함, 위화감을 느낀 시민들이 있었고, 사진 본 사람들이 그것이 믿기지 않아 합성사진인지 진위를 확인해달라고 저에게 제보를 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시민들이 위화감을 느낄만한 과도한 경호였다는 지적이다.
하 의원은 "최악의 경우 시민들이 성난 군중으로 돌변하면 기관단총 노출은 탈취 목표가 되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그래서 시장통에서 기관단총 노출경호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총기 소지 자체는 문제 삼을 부분이 없지만, 총기를 노출할 필요까지는 없었다는 말이다. 하 의원은 "청와대는 동문서답하지 말고 국민들을 불안하게 한 이번 기관단총 노출에 대해 사과하는 게 옳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경호원이 사복 차림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경호하는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고, 사과 요구에도 선을 그었다.
하지만, 시장에서의 기관단총 노출 자체가 이례적인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과거 청와대에서 경호 업무를 맡았던 한 인사는 "공개된 장소에서 돌발 위협을 막기 위해 총기를 의도적으로 노출하는 경우는 있다"면서도 "사람이 많은 시장 등에서 총기를 꺼내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 긴급한 경우가 아닌 이상 총기는 숨겨놓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