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정부 초기에서도 더 노골적으로, 때로는 더욱 은밀하게 진행됐던 사퇴 압박과 종용을 두고 주무 장관, 사실상 그 뒤에 자리한 청와대의 감사권과 인사권의 행사 절차와 방식, 범위에 대한 해석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25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게 검찰이 적용한 혐의는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등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에게 사표 제출을 강요하고, 표적 감사를 벌인 의혹이 있는 김 전 장관이 권한을 남용했는지가 영장실질심사에서 첫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은 공기업의 자율적 운영을 보장하고, 공기업 장의 임면에 대해 임원추천위원회가 복수로 추천해 운영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친 사람 중에서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환경부 블랙리스트의 경우 장관이 임원 공모 과정에서부터 개입한 혐의가 있어 일종의 '채용비리'와 다르지 않다는 게 검찰 측 주장일 것으로 보인다.
친정부 인사에 대한 특혜성 채용 증거를 검찰은 심문 과정에서 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김 전 장관은 이른바 '블랙리스트 문건'에 대해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의사를 파악하는 수준이며, 감사권한 역시 주무장관의 의무라는 반박을 한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법리적인 권한 다툼을 떠나, 임명권자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탄핵된 마당에 공공기관 임원들이 임기를 채우는 게 맞느냐는 정치적인 주장을 할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이 "장관의 인사권과 감찰권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법원 판단을 지켜보겠다"며 "과거 정부 사례와 비교해 균형 있는 결정이 내려지리라 기대한다"고 발언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체크리스트'라는 표현으로, 사퇴 동향 파악 문건을 통상적 업무의 범주 안으로 주장해왔다.
역대 정부마다 공공기관 임원에 능력 중심의 인사보다는 보은 차원의 낙하산 논란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기도 하다. 다만, 새로 자리에 앉게된 환경공단 임원 역시 친정부 인사라는 꼬리표가 달려있다.
김 전 장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서울동부지법 박정길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