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안 된다' 기로에 선 성폭력 피해자 보호체계

(사진=자료사진)
보호를 받는 피해자도, 돌보는 복지사도 위태롭다. 지적장애 2급 고등학생이 성폭력 피해 치료 중 방치돼 다시 성폭행을 당하는 등 성폭력피해자 보호 체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복지사들은 24시간 당직근무 속에 피해자의 트라우마를 공유하다 소진돼 직장을 떠나고 있다.

빠듯한 예산에서 비롯된 열악한 처우가 복지사들의 전문성 부족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피해자 보호 체계를 약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 지난해 전국 여성폭력방지상담원 처우개선연대가 출범했다. 이들은 출범 첫해 기획재정부 국민참여예산 사업을 제안해 추가 인력 136명을 확보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현장 분위기 쇄신을 위해 뛰고 있다. 그러나 여건 개선 속도가 보호 체계 붕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일선에서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높다.

성폭력피해자 보호시설을 비롯한 여성폭력방지시설 관련 예산은 2011년 설립된 범죄피해자보호기금에서 편성되고 있다. 제한된 기금이 강력범죄피해자·성폭력피해자·아동학대피해자 등에게 골고루 지원되다보니 어느 한쪽의 예산을 갑자기 대폭 늘릴 수 없는 구조다.

현장에서는 ‘피해자 보호’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범피기금의 지출 방향이 보다 선명해져야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범피기금은 피해자를 직접 지원하는 데만 쓰고, 시설 운영비나 인건비 등은 여가부에서 일반예산을 편성해 집행하면 기금 취지도 살리고, 피해자 예산도 더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여가부는 이러한 요구를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현재로서는 다소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여가부 관계자는 “일반회계가 안정성은 있지만 기금은 국회 승인 없이 기획재정부 승인만으로도 운영할 수 있어 사업 유동성에 원활히 대응할 수 있다”면서도 “범피기금의 예산 심의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하고, 여성 관련 복지시설에 대한 법사위원들의 관심도는 상대적으로 덜할 수밖에 없어 예산 증액 면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복지부는 아예 아동학대 관련 예산을 범피기금에서 일반회계로 이관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 중이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19년 보건복지부 업무계획’ 브리핑을 열고 “이미 기재부와 협의를 했고, 기재부도 원칙적으로 동의를 해 실무적인 세부 조정만 남아 있는 상태”라며 “내년부터 일반예산에서 아동학대기금이 사용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에 입소한 지적장애 고등학생이 불과 일주일도 안돼 재차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이 학생은 심리치료를 받으러 밖으로 나갔다가 24시간가량 실종돼, 경찰이 발견했을 때는 이미 범죄에 노출된 뒤였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사건을 취재한 전북CBS가 베일에 가려진 보호시설의 실태를 점검해봤습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시설 보호중 방치된 성폭력 피해자 '재차 성폭행'
② 성폭력 피해자 손 놓는 복지사들 '버틸 수가 없다'
③ ‘이대로는 안 된다’ 기로에 선 성폭력피해자 보호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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