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인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지도부(이하 여야 4당)는 얼마 전에 선거법 개정에 합의했습니다.
그런데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국회의원직 총사퇴도 불사하겠다며 반발하고 있고,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내부에서도 반대 기류가 거셉니다. 자칫 갈라설 수도 있어 보입니다.
국회의원들의 제일 큰 목표는 다음 총선에도 공천을 받고 당선되는 것인데, 제도가 바뀌면 변수가 많아지기 때문에 기득권을 가진 입장에서는 일단 싫은 거죠.
2. 선거제 어떻게 바뀌기에
여야 4당이 합의한 선거제도 개편안을 보면 그들이 반발하는 이유가 보입니다.
전체 의석수는 300석으로 똑같습니다.
그런데 현재 253개인 지역구 의석이 225개로 줄어들고, 비례대표 의석은 현행 47석에서 75개로 늘어납니다.
▶ 300=225+75
여러 가지 이유를 들고 있지만 혹시라도 내 지역구가 통폐합 대상이 될까봐 걱정하는 게 제일 클 겁니다. 인접 지역 의원이나 신인들에 밀려 공천을 못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3. 비례대표 의석은 어떻게 나눌까
국회의원 선거할 때 우리가 받는 투표 용지는 두장입니다. 1인 당 두표를 행사하는 데, 지역구 의원에 한 표, 지지하는 정당에 한표를 던지게 됩니다. 물론 지역구 의원이 소속된 정당과 정당 투표에서 선호하는 정당은 다를 수도 있겠죠.
정당 투표를 통해 전국 단위 정당별 득표율이 나오면 이를 토대로 지금까지는 비례대표 의석만 배분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집니다. 순서가 중요한데요,
① 각 정당의 전국 득표율(X)에 따라 300석을 정당별로 나누기(Y)
② 실제 지역구 당선 의석수(W) 빼기
③ 정당득표 연동률은 50%만 적용(Z)
계산식을 만들어 볼까요.
▶ 300 × X = Y
▶ (Y - W) ÷ 2(50% 연동률) = Z
※ Y = 각 정당별 할당의석수, X = 각 정당의 전국 득표비율
※ W = 지역구 당선인수, Z = 50% 연동률로 먼저 배정되는 비례대표 의석수
예를 들어 볼게요.
국회의원 선거 결과 A당의 지역구 당선자는 100명이고, 정당 득표율은 50%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일단 전체 의석 300석의 절반인 150석이 A당에 할당됩니다.
▶ 300 × 0.5 = 150
(지역구에서 무소속 당선자가 있으면 어떻게 될까요? 간단합니다. 300석에서 무소속을 뺀 나머지 의석수를 대상으로 같은 방식으로 적용하면 됩니다.)
그리고 여기서 지역구 당선자 100명을 뺀 50명의 절반인 25석이 비례대표 의석으로 먼저 배분됩니다.
▶ (150 - 100) ÷ 2 = 25
A당은 일단 최소 125석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죠,
▶ 100 + 25 = 125
이처럼 비례대표 75석에 50% 연동율을 적용해 각 정당에 배분한 뒤에 의석이 남을 경우에는 다시 정당득표율에 비례해 배분하게 됩니다.
4. 지금 투표하면?
정치권에서는 저마다 셈법이 분주할 것으로 보이는데, CBS 국회팀에서(김구연·김동빈 기자) 시뮬레이션을 해봤더니 더불어민주당 130석, 자유한국당 117석,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27석, 정의당 16석으로 나왔습니다.(관련기사 보기:선거제 개혁안, 최근 여론조사에 적용해보니)
지난 20대 총선에서 각 당이 획득한 지역구 의석수와 최근 정당 지지율(리얼미터 여론조사 데이터)을 대입해서 계산해본 겁니다.
5. 시뮬레이션 어떻게 했을까요?
천천히 따라 오시죠~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 민주당은 123석(지역구 110+비례 13)
- 새누리당(옛 자유한국당)은 122석(지역구 105+비례 17)
- 국민의당(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의 전신)은 38석(지역구 25+ 비례 13)
- 정의당은 6석(지역구 2+ 비례 4)
을 차지했습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에 따르면 지역구 의석을 225석으로 줄여서 계산하면
- 민주당은 99석
- 새누리당은 94석
- 국민의당은 20석
- 정의당은 2석
으로 조정됩니다.(무소속 10석)
여기까지는 지역구였고, 75석으로 늘어나는 비례대표 배분 계산이 남았습니다.
20대 총선 당시 정당 득표율을 적용하면 50% 연동률을 반영한 새 제도에 따른 비례대표 의석은
- 민주당(25.54%)은 8석
- 새누리당(33.50%)은 16석
- 국민의당(26.74%)은 39석
- 정의당(7.23%)은 12석
으로 조정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2016년 정당 득표율은 의미가 없기 때문에 최근 정당 지지율을 예상 정당 득표율로 삼고 계산해보면 상황이 좀 달라집니다.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전국 유권자 2,5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정당 지지율을 계산에 이용했습니다.(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2.0%포인트)
해당 조사에서 나타난 민주당 지지율(37.2%)을 정당 득표율로 환산하면 43.99%라고 합니다(무당층 고려). 300석에 0.4399를 곱하면 131.97석이고, 여기서 지역구 99석을 빼면 32.97입니다. 여기에 연동률 50%를 적용하면 16석이 됩니다. 이것이 민주당이 확보한 비례대표 의석이죠.
▶ 300 × 0.4399 = 131.97
▶ 131.97 - 99 = 32.97
▶ 32.97 ÷ 2 = 약 16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 한국당은 10석, 바른미래·평화당은 4석, 정의당은 11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할당받게 됩니다.
그러면 비례대표 75석 중 34석이 남게 되는데 다시 정당 득표율에 따라 각 당에 배분할 경우 민주당은 15석을 추가로 확보하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당별로 계산기를 두드려봤더니 민주당 130석, 자유한국당 117석,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을 합쳐 27석, 정의당 16석으로 나온 것이죠.
비례대표 의석 배분이 좀 복잡하긴 한 것 같습니다만 아무튼 선거제도가 이번에 크게 바뀔 수 있을지 잘 지켜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