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식동물에 뱀탕·개소주 먹여...소싸움 대회 학대논란

초식동물 싸움소 되기 위해 혹독한 훈련
농식품부 고시 민속 소싸움 경기 합법화
전북 정읍 완주 등 전국 11곳 대회 개최
지자체 예산 편성 때 보호단체와 갈등 야기
동물자유연대, 예산 편성 반대 프로젝트

'전통'인가 '학대'인가. 소싸움 대회를 바라보는 두 시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 싸움소의 운명

소싸움 대회 모습. (사진=동물자유연대 제공)
소와 소 사이에 쳐두었던 장막을 거두는 순간부터 싸움이 시작된다.

무릎을 꿇거나, 넘어지거나, 밀리면 진다.

싸우지 않고 시간을 끄는 소에겐 소주나 막걸리를 먹인다.

싸움은 같은 등급끼리 붙이는 게 원칙이다.

'잘한다', '박아라', '찔러라', '밀어라', '찍어라', '감아라' 등의 구호를 외친다.

싸움하다가 힘에 부친 소는 도망갈 방향을 찾거나, 꼬리를 내려서 흔든다.

싸움소. (사진제공=동물자유연대)
초식동물인 소는 이른바 '싸움소'가 되기 위해 뱀탕과 개소주 등 검증이 안 된 음식을 먹는다.

산악 달리기와 산비탈에서 오래 버티기 등의 훈련을 받으며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이 뒤따른다.

계류장에 묶인 채 싸움을 하곤 나이가 들면 도축장에서 생을 마감한다.

허은주 수의사는 "소는 완전한 초식동물"이라면서 "넓은 풀밭에서 되새김질하는 게 소의 일상이다 다른 소와 싸우는 게 자연스럽지 않다. 과격한 훈련과 대회가 만성 관절염 등의 질병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이어 "소들이 싸울 이유가 전혀 없는데, 이를 강제하는 게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 국가에서 허락한 동물 학대?

뿔로 들이 받는 소. (사진=동물자유연대 제공)
'전통'과 '민속'이라는 소싸움 대회는 합법이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8조는 도박과 광고, 오락, 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민속경기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농식품부는 고시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이 주관(주최)하는 민속 소싸움 경기로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개싸움이나 닭싸움은 단속 대상인 반면 소싸움은 민속경기에 포함돼 단속에서 비껴갈 뿐 아니라 경북 청도에서는 도박도 가능하다.

전국민속소싸움대회 운영 지자체. (자료=동물자유연대 제공)
충북 보은군, 전북 완주군, 정읍시, 대구 달성군, 경북 청도군, 경남 창원시, 진주시, 김해시, 의령군, 함양군, 창년군 등 총 11개 지자체가 소싸움 대회를 매년 개최한다.

'동물을위한행동' 남지숙 활동가는 "전세계적으로 동물애호가 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더 이상 동물 학대를 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를 높이는데 우리나라는 지자체가 동물학대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쪽에서는 "소싸움이 민속놀이이자 문화유산"이라며 시각을 달리하고 있다.


중앙대학교 송화섭 다빈치교양대학 교수는 "태국 닭싸움, 스페인 투우가 있다"며 "우리도 전통문화 유산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속이란 게 사람들이 만드는 거라 생물처럼 변화할 수 있는데, 자연발생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기장 조성이나 소싸움 대회를 관에서 주도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며 개최 방식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췄다.

◇예산의 딜레마

19일 정읍시청 소싸움 예산 삭감 기자회견. (사진=동물학대 소싸움도박장 건립반대 정읍시민행동 제공)
소싸움은 민속 놀이로 불리지만, 동물권과 충돌한다

소싸움 대회를 진행하는 지자체마다 평균 2억 원의 예산을 쓰다보니 갈등이 생긴다.

정읍시는 올해 싸움소 육성지원 예산을 줄였다. 정읍지역 시민단체가 장기간의 1인 시위를 끝에 예산 삭감을 이끌었다.

정읍시 싸움소 예산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정읍시가 삭감했던 소싸움 대회 예산을 추경에 편성한 것.

'동물학대 소싸움도박장 건립반대 정읍시민행동'은 지난 19일 정읍시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단체는 " 이번 추경안을 편성할 때 시민과의 공청회는커녕 어떠한 여론수렴도 진행하지 않았다"면서 "정읍시는추경에 반영한 소싸움 관련 예산을 자진 철회하고 시민과 시의회에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정읍시 축산과 관계자는 "대회를 치르기 위해 예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예산깎겠소' 지자체와 맞서기로

예산깎겠소 프로젝트. (자료=동물자유연대 제공)
최근 동물권단체 동물자유연대는 전국 소싸움 예산 삭감 운동, 일명 '예산깎겠소'를 시작했다.

단체는 싸움소의 끔찍한 고통을 멈추게 하기 위한 첫 단계를 '예산 감축'이라고 밝혔다.

핵심은 지자체별 대회 일정에 맞춰 1인 시위와 집회를 이어가는 것.

경남 창녕군은 오는 27일부터 31일까지 제17회 전국 민속소싸움대회를 개최하고, 오는 5월 5일 전북 완주군은 14회 전국 민속소싸움대회를 치를 예정이다.

단체는 또 소싸움의 동물학대를 고발하고, 콘텐츠를 제작해 온란인에 배포하기로 했다.

현재 2000여 명의 기부금도 모였다.

동물자유연대 강재원 활동가는 "소싸움 대회의 잔혹성을 알리고 고툥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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