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일승 말고 KCC" 유재학-이대성, 대결은 계속된다

'즐거운 설전' KCC 이정현(앞줄 왼쪽부터), 오리온 추일승 감독, 이승현과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 이대성이 21일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흥겨운 입담 대결을 펼치고 있다.(사진=KBL)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는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에서 공공의 적이다. 시즌 전은 물론 플레이오프(PO) 미디어데이에서도 각 팀들의 경계 대상 1순위로 꼽혔다.

현대모비스는 21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PO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5개 팀 사령탑 중 4명으로부터 챔피언결정전 우승 후보로 지목됐다. 현주엽 창원 LG 감독만 "전주 KCC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으나 "현대모비스가 제일 강하다"는 전제는 잊지 않았다.

그만큼 전력이 강하다. 최강 센터 라건아(199cm)가 건재한 데다 유재학 감독의 페르소나 양동근과 영리한 빅맨 함지훈(198cm) 등 노련한 베테랑과 에너자이저 이대성까지 신구 조화를 잘 이뤘다.

그래선지 이날 미디어데이에서 현대모비스는 여유가 넘쳤다. 유 감독은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고 그럴 이유도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경험 많은 양동근과 함지훈, 열정이 넘치는 이대성까지 노장이 끌고 대성이가 밀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한다"는 이유다. 현대모비스는 정규리그에서도 43승11패로, 2위 인천 전자랜드와 8경기나 앞섰다.

누가 4강 PO에 올라와도 자신이 있다. 그러나 이날 동석한 유 감독과 이대성이 선호하는 상대는 달랐다. 유 감독은 예전 실업 기아 시절 동료였던 절친 추일승 감독의 고양 오리온을 지목했다.

유 감독은 "일승이가 더 늙기 전에 PO에서 한번 더 붙고 싶다"며 특유의 입담으로 도발했고, 추 감독은 우승후보를 묻자 "우리가 컨디션이 나쁘다면 현대모비스가 우승할 것"이라고 받아쳤다. 현대모비스는 정규리그 4위 전주 KCC와 5위 오리온의 6강 PO 승자와 4강 PO에서 맞붙는다.


둘의 입담 대결은 치열했다. 유 감독이 재차 "일승이가 늙기 전에"라고 하자 추 감독은 이대성에게 "진실되게 살았다면 누가 더 늙어보이는지 답하라"고 맞붙을 놨다. 이대성은 "답이 옆에 나와 있다"고 유 감독을 바라보며 일견 스승에 대한 공격을 하는가 싶었지만 "당연히 우리 감독님이 젊어보인다"고 수습했다. 유 감독은 이날 염색을 하지 않아 흰머리가 많이 보였다.

두 사령탑의 노소(老少) 대결에 스테이시 오그먼 감독까지 참전했다. 두 감독 중 누가 더 형으로 보이느냐는 팬 질문이 나온 것. 이에 오그먼 감독은 "둘 다 좋아보인다"며 답을 피했고, 이어지는 채근에도 끝내 폭소하면서도 "노노노"라고 입을 닫았다. 투닥투닥 다투면서도 유 감독은 어쨌든 오리온과 대결을 희망했다.

하지만 이대성은 달랐다. 2, 3, 6위의 대진에서 어느 팀이 챔프전에 진출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이대성은 엉뚱하게 "KCC와 만나고 싶다"고 답했다. 정규리그 MVP 이정현 등 KCC의 정상급 가드진과 4강 PO에서 붙어보고 싶다는 것. 이대성은 "2, 3, 6위 중에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유 감독과는 다른 바람이다.

둘의 밀당은 농구계에서는 유명하다. 야생마 같은 이대성을 조련하기 위해 유 감독이 무던히도 애를 썼다. 이대성은 이날도 "챔프전 7차전 1점 차 열세인 종료 2초 전 노마크 기회과 왔을 때 덩크를 시도하겠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레이업슛을 해야죠 라는 건 내가 아니다"면서 "마지막 스텝을 밟을 때 내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하겠다"며 럭비공 같은 면모를 드러냈다.

이대성은 "만약 유 감독님이 나와서 막는다면 인유어페이스 덩크(상대 얼굴 앞에서 꽂는 덩크)를 찍겠다"고 도발했고, 유 감독도 "나와서 막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이미 둘은 정규리그 마지막 날 자유투 대결 이벤트에서 한 차례 맞붙은 바 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 사제의 여유있는 입담에도 KCC와 오리온 선수들의 각오도 단단했다. 각 감독의 이름을 재치있게 응용해 6글자 출사표를 내놨다. KCC 에이스 이정현은 '우승이오구먼'이라는, 오리온 센터 이승현은 '일승말고우승'이라는 각오를 내놨다. 이에 맞서는 이대성은 '7전전승우승'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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