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공개 확대한다지만…'거품빼기'엔 역부족

21일부터 공시항목 12개→62개 확대…실제 투입금액과는 괴리 존재
건설사가 총사업비를 자의적 산식으로 나눠 공개…토지비용 더하면 격차 한층 커
경실련 "도급·하도급 내역서 투명 공개 필요…분양가 상한제 도입 서둘러야"

공공택지에 짓는 아파트의 분양가 공개 항목이 21일부터 기존 12개에서 62개로 늘어난다. 하지만 실제 원가가 공개되는 건 아닌 데다, 민간 아파트는 여전히 제외돼있어 집값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분양가 공시항목을 62개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이날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 이후 공공택지에서 공동주택 입주자모집 신청을 하는 주택사업자는 모집 공고시 분양가 공시항목을 62개로 세분화해 공시해야 한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SH(서울주택도시공사) 등 공공기관은 이날 이후 입주자모집 공고부터 바로 적용된다.

분양가 공개는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에 공공부문은 61개 항목, 민간부문은 7개 항목에 도입됐다. 하지만 이명박정부는 2012년 공공부문 항목을 12개로 대폭 축소했고, 이어 박근혜정부는 2014년에 민간부문 공개를 아예 없앴다.

이날부터 공개되는 62개 항목은 참여정부 당시의 61개 항목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공조설비공사'를 별도 항목으로 추가했다.

지금까진 택지비 3개 항목과 공사비 5개 항목, 간접비 3개 항목과 기타비용 등으로 두루뭉수리하게 분류돼왔지만 이를 세부 공종별로 구분했다.

이를 통해 주택 소비자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적정가격의 주택 공급을 유도해 국민 주거 안정에 기여할 거란 게 당국 설명이다.

하지만 '분양원가 공개'와는 거리가 먼 만큼, 집값 거품을 빼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 투입되는 금액을 공개하는 게 아니라, 건설사들이 총사업비를 자의적 산식으로 나눠 공개하기 때문에 부풀려진 분양가를 정상화하기엔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기도가 지난해부터 공개하고 있는 아파트들의 공사비내역과 분양건축비를 비교하면 평균 20%가량 격차가 있고, 토지비용을 더하면 그 차이는 한층 벌어진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최승섭 부동산감시팀장은 "설계단계에서 책정되는 금액을 기준으로 공개하고, 도급내역서와 하도급내역서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매년 공공택지에서 20만여 가구가 분양되는 걸 감안하면 지난 7년 동안 분양원가를 공개하지 않아 부풀려진 분양가만도 평(㎡)당 200만원씩 연간 10조원, 모두 70조원에 육박한다는 게 경실련측 분석이다.

특히 공공택지에 짓는 아파트는 세금으로 지어지거나 국민들의 토지를 강제 수용해 조성한 것인만큼, 분양원가와 공급을 통해 생기는 수익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마땅하단 얘기다.

따라서 전면적인 분양가 상한제 도입에 국회가 나서야 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건축비와 토지조성원가의 상세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는 게 시민사회의 지적이다.

최 팀장은 "2010년만 해도 강남과 서초의 분양가는 평당 950만원대로 주변시세의 40% 수준이었다"며 "분양원가를 제대로 공개하면 지금도 강남에 평당 900만원대 아파트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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