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박한 4.3 재보궐 선거와 총선이 1년 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의 싸움이 극단으로 치달으며 지지층 결집에만 신경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여야는 20일 오후 운영위원회에서 자유한국당의 지각을 두고 고성을 주고 받으며 갈등을 빚었다. 결국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투표로만 김하중 국회 입법조사처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가결 통과됐다.
직후 열린 본회의에서도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가 선거 개편안에 대해 반대하는 나경원 원내대표를 지목해 비판하자, 연설 도중 한국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하는 일도 벌어졌다.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여야 4당과 한국당의 신경전이 극에 달하며 서로에 대한 관용과 대화가 메마르다시피 한 모습이다.
여당은 패스트트랙을 고리로 소수당을 묶어 한국당을 고립시켜 압박하고, 이에 대해 한국당은 '좌파 독재'나 '좌파 홍위병 정당'이라는 말로 색깔론을 덧씌웠다.
이에 더해 민주당과 한국당은 이슈로 떠오른 '장자연 사건'.김학의 성접대 의혹'을 둘러싸고 '특검 공방'을 벌이며 전선도 넓히고 있다.
민주당은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별장 성폭력' 사건 재조사를 놓고 연일 한국당에 대한 공세를 펼치고 있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검찰과 경찰이 전면적 재수사에 들어가야 한다"면서 "필요하다면 국회 차원의 청문회나 국정조사, 더 나아가서 특별검사도 임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전 차관 사건이 민정수석실이나 당시 황교안 법무장관 등에게 전혀 보고되지 않았다는 것 자체도 이상할 정도"라며 황 대표에게 화살을 겨눴다.
민주당 권미혁 원내대변인도 이날 오후 논평을 통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며 "국민 72%가 독립적인 특검도입에 찬성할 만큼 진실에 목말라 있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한국당도 이날 '김기현 울산시장 후보(당시 울산시장)의 비서실장 비리 의혹 사건을 수사한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이 수사를 통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 맞불을 놨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황 청장은 경찰인지 악성 흑색선전 유포조직인지 의심스럽다"며 "황 청장은 경찰청에 있을 게 아니라 검찰청 조사실에 가서 빨리 수사를 받아야 마땅하다. 만약 철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 사건은 특검으로 밝힐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여야의 싸움 이면에는 다가오는 선거 정국에서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신의 지지층인 '집토끼'를 모으기 위해 서로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며 각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4.3 보권선거가 2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인 만큼 여당은 '적폐', 야당은 '색깔론' 프레임을 다시 들고 나오는 모양새다.
하지만 문제는 여야의 지지층 결집의 과정에 민생을 위한 '정치'는 실종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야는 지난 13일 미세먼지 관련법을 통과시킨 이후 선거법과 검찰개혁 관련 패스트트랙 정국에서는 진지하게 대화하고 타협하려는 모습을 찾기 어렵다.
여야의 '정치 실종' 국면은 한 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의 내분으로 패스트트랙 정국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다, 다음주부터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 정국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보궐 선거 직전 주에 열리는 인사청문회인 탓에 여야의 갈등은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극단적인 경우 내년 총선까지 소모적인 말폭탄 싸움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