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주제로 한 힙합을 불편해하시는 분들은 저를 굉장히 정치적인 래퍼라고 보실 수도 있겠지만, 전 그렇게 정치적인 사람이 아니에요. 최근 미국에서는 에미넴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기도 했잖아요. 사실 그런 게 힙합 정신이거든요. 하지만 요즘 한국 힙합씬에서는 아무도 이런 주제를 얘기하고 있지 않죠. 어떻게 보면 제가 용감한 짓을 한 셈이 됐네요. (미소)"
다음은 봄비가 내렸던 지난 15일 서울 합정동에서 인터뷰한 아이삭 스쿼브와의 일문일답.
--오랜만에 신보를 낸 소감이 궁금하다.
"이렇게 금방 잊힐 줄 몰랐다. ('마이 스탠스'는 2월 26일에 발매됐다.) 예전에는 앨범이 나오면 2~3주 정도는 관심 받았었는데…이번에는 이틀 정만 만에 묻혀버린 것 같다. 하하"
--'마이 스탠스', 어떤 앨범인가.
"5곡으로 구성된 콘셉트 앨범이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들을 적나라하게 해서인지 앨범을 내고 나서 마음이 굉장히 후련했다. 반응을 보고 용기를 얻기도 했다. 꽤 오래 전부터 팟캐스트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데 방송을 시청해주시는 분들, 그리고 제 생각에 동의해주시는 분들이 좋은 평가를 해주셨다"
--다루기 쉽지 않은 정치 이야기를 했다.
"국민들을 힘들게 한 정치인들을 향한 메시지를 가사에 녹였다. 앨범을 듣고 저에게 한 쪽으로 치우쳐있다거나 너무 정치적인 것 아니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젊은 세대들이 이런 일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런 가사를 쓴 거다. 요즘 나라가 힘들지 않나. 젊은 사람들은 그들끼리, 또 진보는 진보 안에서, 보수는 보수 안에서 싸우는 형국인데, 어쨌거나 우리가 힘든 것은 죄 지으신 큰 어른들 때문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언제부터 준비한 앨범인가.
"2년 전부터 했다. 당시 촛불집회에 계속 나갔었다. 이번 앨범 재킷도 그때 제가 직접 찍은 사진이다. 촛불집회가 끝나고 나서 정권이 바뀌는 등 많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나. 뭔가 앨범을 내기에는 타이밍이 애매한 것 같아서 발매 시기를 계속 놓쳤다. (웃음). 그러다가 지금 시기에 앨범을 발매하게 된 이유는, 과거 일을 다 잊고 지금 현재 서로 싸우는 데에만 몰려있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앨범을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전 지금의 여당을 칭찬하지도, 야당을 비판하지도 않았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나라를 아프게 했던 사람들을 잊으면 안 된다고 얘기하고 싶었다"
"2번 트랙에 실린 '저수지 게임'이라는 곡이다. 곡 제목은 주진우 기자가 출연한 영화에서 따왔다. 가사에는 최근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문제가 되신 연희동에 사시는 분에게 '도대체 돈은 어디 간 거야?'라고 묻는 내용이 담겼다. 국가에 내야 할 돈이 있는 분 아닌가. 그래서 그분의 과오를 따지는 것을 떠나 '알았으니까 돈은 어딨어?'라고 묻고 싶었다. 제 스탠스는 바로 거기에 있다. 그런게 랩의 메타포이고 랩으로 할 수 있는 서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요즘 국내 힙합씬에서 이런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래퍼는 찾아보기 어려운 편이다.
"요즘 래퍼들은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자기 생각만 하면서 돈, 명예, 그로인해 얻어지는 전리품들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고 그렇다 보니 '정준영 사태' 같은 일이 벌어진 게 아닐까도 싶다. 또, 팬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 것 같기도 하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는데 정치 얘기를 하면 '꼰대' 취급을 받고 조롱받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
※ '아이삭스쿼브 "30대 이상이 공감하는 힙합도 있어야죠"'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