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난 기억과 인생을 맞춰보니 완성된 그 마지막에는 혜자(김혜자 분)의 가장 행복한 시간이 그려졌다. 혜자의 마지막 내레이션처럼 하루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고, 이 시간을 누리지 못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소중한 존재였다. 그렇게 혜자는 우리네 인생의 눈부심을 알려줬다.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연출 김석윤, 극본 이남규·김수진)가 지난 19일 시청률 9.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지상파를 포함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또한 혜자의 엔딩 내레이션은 분당 최고 시청률 14.5%로 집계됐다.
'눈이 부시게'는 주어진 시간을 다 써보지도 못하고 잃어버린 여자와 누구보다 찬란한 순간을 스스로 내던지고 무기력한 삶을 사는 남자, 같은 시간 속에 있지만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두 남녀의 시간 이탈 로맨스를 다뤘다.
'시간 이탈 로맨스'라는 다소 황당할 수 있는 설정은 알고 보니 기억이 사라져가는 알츠하이머 환자 '혜자'의 현실이었다. 이 같은 설정은 시청자들에게 반전을 제공한 것은 물론 혜자의 굴곡진 삶과 감정에 담겨진 간절함을 담아냈다.
김석윤 감독의 세심한 연출과 알츠하이머를 새로운 시선으로 담아내며 인생을 이야기한 극본, 그리고 김혜자, 한지민, 남주혁, 손호준, 안내상, 이정은, 김희원 등 세대를 아우르는 연기자들이 각자의 캐릭터에 녹아들어가 열연을 펼치며 매회 시청자들의 눈물을 자아냈다.
'눈이 부시게'는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막막한, 그래서 더 앞이 보이지 않는 이 시대 청춘뿐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시간을 살아간다는 것을 되묻게 해줬다. 그래서일까. 혜자의 내레이션은 사람들에게 잔잔하면서도 커다란 울림을 전하며 곱씹게 만든다.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