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지난 5일 브이라이브 채널플러스를 통해 방송된 유료콘텐츠 'Run BTS!'(달려라 방탄)에서 불거졌다.
제작진은 만화방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멤버들에게 만화책을 한 권씩 골라오라고 지시했고, 한 멤버도 자신이 재미있게 본 일본 만화책 두 권을 선택했다. '원피스'와 '일곱개의 대죄'였다.
만화책 한 권을 최종 결정하는 과정에서 '일곱개의 대죄'가 재미있느냐는 또 다른 멤버의 질문에 이를 읽은 멤버들은 "재미있다"고 해당 만화책을 고르기를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그런데 뒤늦게 방탄소년단이 재미있다고 해 이 만화책을 읽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문제가 제기됐다. 판타지 소년만화인 '일곱개의 대죄' 속에 여성 혐오적인 요소가 깔려 있었던 탓이다.
단적인 예로 만화 속 남자주인공은 쓰러진 여성 캐릭터의 가슴을 주무르고, 허벅지 냄새를 맡는가 하면, 이후 여성이 정신을 차린 후에도 갖가지 이유를 대며 치마를 들추는 등 성추행을 반복한다. 그러나 여성 캐릭터는 수줍게 얼굴만 붉힐 뿐, 이에 반항하거나 대응하지 않는다.
여성 캐릭터의 경우도 남성 캐릭터와 달리 신체적 특징을 과하게 부각해 성적 대상화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014년부터 연재를 시작한 이 만화는 종종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여성 혐오 요소를 지적당해 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팬들을 비롯한 네티즌들은 방탄소년단이 하나의 '문화 현상'일 정도로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 만큼, 만화책 선정에 있어서도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는 비판을 내놓았다. 사전에 이들 만화책을 선택지에서 거르지 못한 '달려라 방탄' 제작진도 비난의 화살을 피해갈 수 없었다. 단순히 방탄소년단이 '재미있게' 읽었다는 것만으로 여성 혐오적인 콘텐츠가 문제 의식 없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여성팬들이 다수인 상황에서 왜 이런 요소가 포함된 만화를 선정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해당 만화책의 여성 혐오 요소를 멤버들이 인지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인지했음에도 선정한 것인지 방탄소년단과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에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또 다른 팬들은 방탄소년단의 해명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여성 혐오적인 요소를 가진 일본 만화들은 수없이 많고, 단지 방탄소년단이라는 이유 때문에 과도하게 논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곱개의 대죄'를 재미있게 봤다고 언급한 아이돌 그룹은 방탄소년단 이외에도 있다.
방탄소년단은 이미 몇 차례 여성 혐오와 연관돼 논란을 빚어왔다. '호르몬 전쟁' 'Miss Right' '핸드폰 좀 꺼줄래' '농담' 'BTS Cypher PT.2' 'BTS Cypher PT.3 : KILLER' 등 멤버들이 작사·작곡에 참여한 곡들과 SNS를 통해 팬들에게 남긴 글들에 여성을 비하하거나 성적 대상화하는 혐오 표현이 짙다는 비판이 일었다.
논란이 지속되자 방탄소년단 측은 2016년에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창작 의도와 무관하게 여성 비하에 대한 오해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런 지적 사항과 문제점을 앞으로의 창작활동에 지속적으로 참고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이후 방탄소년단은 콘서트에서 여성 혐오로 논란이 된 노래의 가사 일부를 바꾸기도 했지만 가사를 통한 여성 혐오 논란은 계속됐다. 앨범 'WINGS' 수록곡 '21세기 소녀' 가사 전반, 'YOU NEVER WALK ALONE'에 실린 'Not Today'의 '유리천장' 가사 등이 대표적이다.
'21세기 소녀'는 여성을 독려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남성이 여성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평가·대상화하고 있고, 'Not Today'는 남성 기득권인 방탄소년단이 여성이나 소수자가 겪는 보이지 않는 차별, 즉 '유리천장'을 부수라고 할 수 없다는 지적이었다.
당시 방탄소년단은 'Not Today'에 대해서는 인터뷰를 통해 "'유리천장' 뜻을 오용한 것이 아니며 방탄소년단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사회 문제와 부조리에 침묵하지 않고 부숴 나가며 문제제기에 동참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리더인 RM은 매체 인터뷰에서 페미니즘 관련 책들을 읽고 여성학 교수에게 검수를 받는 등 노력을 하고 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CBS노컷뉴스는 18일부터 빅히트에 일본 만화로 인해 빚어진 이번 논란과 관련해 수차례 문의했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