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널 : 표준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5~18:00)
■ 방송일시 : 2019년 3월 18일(월) 오후 5시 5분
■ 진행자 : 류도성 아나운서
■ 대담자 : 제주CBS 이인 기자
◇류도성> 제주특별자치도를 둘러싼 정치적, 정책적 현안들을 분석하고 제주 정가의 뒷이야기를 전하는 이인의 특별한 자치이야기 시간입니다. 이인 기자, 오늘(18일)은 어떤 이야기를 준비했나요?
◆이인> 지난달 제주도의회에선 행정체제개편과 관련해 관심을 끌만한 동의안이 하나 통과됐습니다. 바로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인데요. 도지사가 행정시장을 임명하는 현행 체제를 바꿔 주민들이 직접 시장을 선출하게 하는 제돕니다. 오늘(18일)은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이후 10년가까이 논란속에서 진행된 행정체제개편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
◇류도성> 행정체제개편 문제가 제주에서 유독 논란이 된 이유는 뭡니까?
◆이인>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에 있습니다. 지난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이후 제주의 4개 시군 체제는 폐지되고 2개 행정시로 통폐합됐습니다. 제주시와 북제주군이 제주시로, 서귀포시와 남제주군이 서귀포시로 통합된 겁니다.
◇류도성> 단순히 2개 행정시로 통폐합됐다고 해서 행정체제개편과 관련한 논란이 계속되는 건 아닐텐데요?
◆이인> 행정시장의 법인격 문제 때문입니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전 4개 시군 체제에선 시장과 군수를 주민들이 직접 뽑았습니다. 하지만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이후 2개 행정시로 재편되면서 행정시장은 도지사가 임명하는 체체로 바뀌었고. 기초의회도 폐지됐습니다. 행정시장은 예산권과 인사권도 갖지 못한 채 제주도청 실.국장만도 못한 무늬만 시장이 된 거고 기초의회까지 폐지되면서 법인격 없는 행정시가 된 겁니다.
◆이인> 제왕적 도지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돕니다. 법인격 있는 4개 시군 체제에선 기초단체에도 권한이 있었고 도지사와 시장.군수 사이 적절한 견제도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도지사에게 권한이 집중되면서 행정시장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그저 제주도가 계획하는 일을 수행하는 기관 정도에 그칩니다. 그렇게 되다 보니 일선 민원 현장의 주민들도 불편을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기초단체에 권한이 있을땐 민원 해결이 바로 바로 됐었는데 제주도로 권한이 집중되면서 민원 해결하는데 시간도 많이 걸린다는 불만이 많습니다.
◇류도성> 그런데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왜 기초자치단체와 기초의회를 폐지한 건가요?
◆이인> 특별자치도를 한다면서 오히려 기초자치권을 없애버리는 역설적 상황이 만들어진 건데요. 현행 고희범 제주시장과 양윤경 서귀포시장도 지난해 8월 원희룡 제주지사가 임명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2005넌 7월 주민투표가 결정적이었습니다. 기초단체 폐지안과 유지안을 놓고 주민투표를 했는데 제주도민들은 기초단체와 기초의회를 폐지하고 제주도를 하나의 단일 광역체계로 바꾸는 방안을 선택했습니다.
◇류도성> 나름 당시에는 의미가 있었죠?
◆이인> 일단 제주도민들이 스스로 행정구조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또 복잡한 행정계층구조를 단일화해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이루게 한다는 점은 당시엔 혁신안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인구와 면적이 상대적으로 작은 제주도에서 행정의 효율성을 기하고 광역수요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을 한다는 점이 기초단체 폐지의 당위성이었습니다.
◇류도성> 그러나 잠깐 얘기를 나눴지만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는 거잖아요?
◆이인> 기초자치단체가 폐지되면서 지역주민들의 다양한 행정수요를 파악하기가 곤란하고 도지사와 도청에 대한 권한이 집중돼 자치행정의 비효율성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 단일 광역행정체제가 되면서 최종 민원처리기관인 제주도에 대한 주민접근성의 문제, 업무처리 지연의 문제, 중복 방문의 문제 등이 발생된다는 점도 지적됐습니다.
◆이인>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고 4년이 지난 시점인 지난 2010년 7월 우근민 당시 제주도지사가 행정체제개편의 불을 당겼는데요. 우 지사는 당시 취임을 하며 행정시장을 도지사가 임명하는 제도를 바꾸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이후 도민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2013년 9월 행정시장 직선제가 도의회에 제출했지만 공론화 부족 등을 이유로 부결됐습니다.
◇류도성> 원희룡 제주도정에서도 관련 논의는 활발했죠?
◆이인>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다시 구성이 됐구요. 행개위는 2017년 6월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과 행정시 4개 권역 조정을 권고안으로 제시했습니다. 행정시장을 주민들이 직접뽑는 행정시장 직선제를 도입하자는 거고, 제주시와 서귀포시로만 나뉜 행정권역은 4곳으로 재조정하라는 거였는데 제주시(제주시 동지역)와 동제주시(제주 조천, 구좌, 우도, 서귀포시 성산, 표선, 남원), 서제주시(제주시 애월, 한림, 추자, 한경, 서귀포시 대정, 안덕), 서귀포시(서귀포시 동지역)로 재편하자는 것입니다.
◇류도성> 행정시장 직선제 외에 다른 대안도 있었는데 배제가 됐어요?
◆이인>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는 당시 행정시장 직선제 말고도 기초자치단체와 기초의회를 완전히 부활하는 방안과 행정시장을 도지사가 임명하는 현행 유지안을 같이 놓고 논의했습니다. 그러나 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하는 안은 제주특별자치도 설치와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주특별법에 따라 제주도가 인정받고 있는 지방분권과 재정상의 특례를 포기하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시행하기 어렵다며 당시 행개위는 배제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또 현행 행정시장을 도지사가 임명하는 제도는 권한의 한계로 민원 처리의 지연과 행정 서비스의 질 저하를 부른다며 제외했습니다.
◇류도성> 행정시장 직선제를 선택한 이유로는 어떤 점을 꼽습니까?
◆이인> 행정시장 직선제가 확실한 임기보장을 통해 안정적인 시정운영이 가능하고 위임받은 권한으로 지역의 특수성과 다양성을 반영한 행정을 펼칠 수 있는 제도라고 개편위는 밝혔습니다. 또 주민을 위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보완하면서 도민의 변화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광역 행정체계로 소외감을 느끼는 주민들과 정치 신인에게 참여의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도 행정시장 직선제 선택의 이유로 꼽았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취지와 목적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행정시장 직선을 통해 도민의 정치적 참여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이인> 행정시장 직선제 권고안이 2017년 6월에 나왔는데 다음달인 2017년 7월 지역 국회의원들이 헌법 개정과 정부의 지방분권 로드맵이 마련될 때까지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을 보류해야 한다고 요청했고 결국 제주도와 도의회가 받아들여 유보됐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4월 개헌은 무산됐고 대신 문재인 정부가 자치분권로드맵을 지난해 9월 발표한데 이어 자치분권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한 지방자치법 개정 방침을 지난해 10월 구체화했습니다. 이에 따라 제주도가 1년 넘게 유보했던 행정체제개편을 다시 추진했고 행개위가 권고한대로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을 지난해 12월 도의회에 제출했습니다.
◇류도성> 도의회 문턱을 넘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이인> 지난해 12월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심도있는 논의와 의회 차원의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을 심사보류했습니다. 10년 가까운 진통이 계속된 건데요. 그러다가 올해 2월 도의회 임시회에서 전체 의원 표결 끝에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은 도의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했습니다.
◇류도성> 2월 도의회 임시회에서도 상임위인 행정자치위원회는 별도의 결론을 내지는 않았어요?
◆이인> 행자위는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의 경우 도의회 본회의에서 전체 의원의 판단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가부의결하지 않고 본회의에 상정했는데요. 과연 행정시장 직선제가 최적의 대안인지 도민 사회에 논란이 많고 아예 기초자치단체 부활 등의 다른 대안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임위인 행자위가 결론을 내는 게 부담스러웠기 때문입니다. 결국 본회의로 바로 넘겨져 재석의원 41명 가운데 찬성 31명, 반대 9명, 기권 1명으로,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을 위한 동의안은 재적의원 2/3를 훌쩍 넘겨 제주도의회 문턱을 넘었습니다.
◆이인> 그렇지 않습니다. 이후 절차도 만만치 않은데요. 도의회 통과는 이제야 겨우 1단계를 지난거고, 제주특별법 개정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합니다. 결국 국회 의결절차가 남아 있는데 과연 통과가 가능할지에 대해선 이견이 있습니다.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과 함께 행개위가 권고한 4개 권역 재조정안 역시 조례 개정이 돼야 가능합니다. 권역 조정안은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시와 읍면동 및 리의 명칭과 구역에 관한 조례' 개정이 돼야 하는데 제주도나 도의회가 개정안을 발의하면 됩니다. 결론적으로 행정시장 직선제는 국회 통과 절차가, 4개 권역 재조정안은 도의회 의결 절차가 각각 남아 있습니다.
◇류도성> 그 절차들이 마무리되면 행정시장 직선제가 도입되는 건가요?
◆이인> 주민투표라는 변수가 있습니다. 제주도는 자기결정권 존중 차원에서 행정시장 직선제는 도민들이 최종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제주도는 주민투표 실시 여부도 도의회와의 협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혀 도의회가 반대한다면 주민투표는 실시되지 않을 전망입니다. 그러나 도의회와 협의 끝에 주민투표 실시가 결정되면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한 찬반 만을 물을지, 또다른 권고 사항인 4개 권역 재조정까지 물을 지 역시 도의회와 논의하겠다는게 제주도의 생각입니다.
◇류도성> 제주도는 행정시장 직선제를 언제부터 적용하겠다는 건가요?
◆이인> 오는 2022년 지방선거에 적용하는 것을 제주도는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제주특별자치도 지원위원회에 제도개선 과제를 제출하고 예정대로 진행되면 올해 하반기쯤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인>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우선 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행정시장 직선제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법인격 없는 행정시장 직선제는 기초의회도 없이 시장만을 주민들이 뽑는 방식이어서 인사와 예산권이 없는 현행 임명제와 다를게 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기 때문입니다.
◇류도성> 또다른 변수는 뭐가 있을까요?
◆이인> 행정시장 직선제가 문재인 정부의 지방분권 방향과 큰 흐름에 부합하느냐는 문제제기가 있는데요. 오영훈(제주시을, 민주당) 국회의원은 정부가 지방분권 로드맵을 통해 행정체제의 문제나 지방정부의 형태, 선거제도 등에 있어서는 자기결정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잡았는데, 행정시장 직선제를 받을거냐, 말거냐는 이런 하위의 개념으로 논의의 폭을 좁혀 버리게 되면 제주도로선 상당히 손실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어떤 자치입법권을 확보해 나갈지, 제주특별법은 어떤 방향으로 개정할지, 총체적으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을 위한 동의안이 제주도의회를 통과했지만 향후 정부나 국회에서의 논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