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 비례제를 부분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을 공수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등과 묶어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태울 경우 "탈당하겠다는 의원이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우리가 왜 탈당을 하느냐, 지도부를 징계해야 한다"며 험악한 기류가 흐른다.
갈등은 지난 14일 심야 의원총회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의총에서 연동형 도입을 비롯한 패스트트랙 문제에 대해 반론이 제기됐지만, 결론은 사개특위에 계류 돼 있는 다른 두 안건, 즉 공수처와 수사권 문제에 대한 바른미래당 안(案)을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바른미래당 포함 여야 4당, 자유한국당 제외)에 제안해보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패스트트랙을 폐기하자는 쪽으로 내려졌다.
하지만 이후 상황에서 여야 4당의 협상이 지역구 의석을 225석, 비례 의석을 75(지역구‧비례 증감 ±28석)석으로 하고 비례 의석의 50% 이상을 연동형으로 하자는 쪽으로 타결되면서 당내 반발이 오히려 더 커졌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가 명운을 걸고 추진한 선거법 개정이 무리한 추진으로 또 다시 당내 불란의 씨앗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패스트트랙에 반대했다.
이 최고위원은 "애초 선거법 개정 및 패스트트랙 지정 같은 중요 사안은 당헌‧당규에 따라 3분의 2 이상 원내 의원들의 동의를 받아 당론으로 지정해야 하나, 지난 의총에서 3분의 2 이상 동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당 활동을 하는 25명 의원 중 17인 이상의 동의를 받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바른미래당 당헌 53조에 따른 것이다. 53조는 "주요 정책, 법안 등에 대하여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당의 입장을 정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손학규 대표, 김관영 원내대표 등 다른 지도부는 패스트트랙 강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여야 원내교섭단체 3당 간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주의가 소수 의견 존중하되 다수 의견에 따라서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며 "여러 의원들을 설득하면서 소수 의견을 충분히 협상안에 반영해 나가면서 추진해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뒤 "그나마 패스트트랙을 걸지 않으면 그동안 무르익은 선거제 개혁이 물거품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라고 했다.
당내 반대파들 사이에선 특히 김 원내대표의 발언을 놓고 "사실상 당론 표결을 않고, 패스트트랙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다수 의견'이 3분의 2가 아니라 다수결(과반)을 의미한다는 해석이다.
당내 의견 분포는 '3분의 2' 조항에 따를 경우 패스트트랙 부결, 전체적인 찬성 여론은 과반에 달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바른미래당의 의석수는 29개인데, 활동하지 않는 비례대표 4인을 제외하면 25석에 달한다. 이중 3분의 2는 17석이다. 반대 의견이 9명을 넘어갈 경우 당론 채택이 불가능하다. 현재 패스트랙 반대 입장으로 알려진 의원은 7~10명 정도다.
이들 중 상당수가 보수 정체성이거나 한국당과의 통합을 염두에 둔 의원으로 알려져 있어 '패스트트랙 강행'이 분당(分黨) 사태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 오신환 사무총장은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일부 '탈당을 하겠다'라고 밝힌 의원들이 있는 것은 제가 들은 바가 있다. 그런 정도로 강한 반발을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반대파로 알려진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김관영 원내대표가 당론 채택 절차를 밟지 않는다면 당헌을 위배한 것이 된다. 잘못한 사람을 징계해야지 왜 엉뚱한 사람들이 당을 떠나야 하느냐"며 탈당설을 일축했다. 당내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김 원내대표와 입장을 달리한 유의동 의원은 '패스트트랙 반대'를 이유로 원내수석부대표 직을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격론이 예상되는 바른미래당의 패스트트랙 의총은 공수처, 수사권 관련 여야 4당 협상이 종료된 뒤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