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감 구혼자 5인과 함께 떠나는 두근두근 설렘 여행기를 담은 MBC 새 예능 프로그램 '호구의 연애'가 지난 18일 첫 방송을 했다.
앞서 14일 열린 제작표회에서 노시용 PD는 "일요일 밤 출근 앞두고, 주말을 끝내는 게 아쉬운 분께 즐겁고 설레는 방송으로 일요일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준비한 리얼 로맨스 버라이어티"라고 기획 취지를 밝혔다.
채널A '하트시그널', tvN '선다방', TV조선 '연애의 맛' 등 많은 연애 프로그램이 쏟아진 상황에서 후발 주자로 나선 '호구의 연애'는 밝고 화사하다. 장소가 되는 배경도 산뜻하고, 화면은 첫 만남의 낯섦에서 오는 설렘으로 가득하다. 그런 모습이 현실과는 동떨어진 듯 보여 낯설기만 하다.
노 PD는 '호구의 연애'에 대해 "실제 우리들의 연애에 있어서 저나 제 주변을 살펴보면 공유나 원빈, 현빈 같은 대상은 거의 없었다. 95% 이상의 연애가 우리 '호구의 연애'에 나오는 멤버 같은 오빠나 동생과의 관계에서 생겨난 것 같다"며 "이런 오빠나 동생 같은 사람들과 학교를 다니고 동아리 활동을 하고 어쩌다 보니까 그 오빠가 멋있어 보이고, 어쩌다 보니 결혼하게 되는 게 연애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런데 '리얼리티'가 어느 현실에 기반을 둔 리얼리티인지 의문이 든다. 현실 세계에서 '연애'가 어떤 대상인지 생각한다면 말이다.
우선 비슷한 또래의 남성도 있지만 '오빠'라 지칭되는 나이 많은 남성과 10살을 훌쩍 넘는 '동생 같은' 어린 여성의 연애에 대한 환상이 담겨 있는 듯 한 출연진 구성도 시청자들에게는 불편한 지점 중 하나다.
'연애'를 하는 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인생에 로맨스를 꿈꾸고 사랑하는 상대와의 행복감을 원한다. 문제는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의 줄임말)'이라는 말을 그림자처럼 달고 살아야 할 정도로 절박한 현실에 놓인 청년들에게 '연애'는 마치 '꿈'같은 대상이 되어 버린 데 있다.
취업포털 사이트 사람인이 2030 구직자 29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복수 응답) 취업을 위해 △여행(52.0%) △자유(44.1%) △인간관계(40.6%) △취미(35.4%) △연애(34.5%) △꿈(33.2%) 등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요소들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인생에서 누려야 할 것들의 대부분을 포기하는 청년들에게 '연애'는 사치에 가깝다. 예능이 시청자에게 즐거움과 웃음을 줘야 하는 장르인 것은 맞지만, 즐거움과 웃음의 기반이 되는 '연애'가 과연 얼마나 젊은 시청자들에게 설렘과 웃음을 안겨줄지, '호구의 연애'가 과연 '설렘'이 될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