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고(故) 장자연 씨를 죽음으로 내몬 '연예계의 검은 비리'를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 지 10년이 지난 2019년이지만, 장자연 씨를 둘러싼 의혹 한 점조차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많은 사람은 장자연 씨 사건에 연관된 정치, 언론, 경제 등의 '검은 그림자'가 진상규명을 덮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조선일보'라는 거대한 언론 권력의 그림자다.
지난 17일 방송된 KBS1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는 '조선일보'라는 언론이 어떻게 사주의 일탈을 비호해 왔는지, 그리고 '조선일보' 일가와 관련된 죽음에 왜 언론은 침묵을 해왔는지 짚었다.
최근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은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에 '고 장자연 사건' 등 3건에 대해 조사 기한 연장을 요청했다. 고 장자연 씨 사망 10주기인 올해, 장 씨의 동료 윤지오 씨를 비롯한 관련자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장자연 씨 사건이 지금 '과거사진상조사단'에 의해 조사되고 있다는 것은 10년 전 과거에 사건을 둘러싼 의혹이 무엇 하나 명백하게 밝혀진 것이 없음을 뜻하기도 한다.
지난해 검찰이 장자연 씨 사건에 대해 재조사에 착수한 이후 장 씨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장 씨의 자필 유서 속 '조선일보 방 사장'으로 불리는 사주 일가를 보호하기 위해 '조선일보' 기자들이 직접 나섰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장 씨 사건에 대해 증언한 장 씨의 동료 윤지오 씨는 '조선일보'의 미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방 사장',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은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을 의미한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했다.
장자연 사건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으로 수사를 총괄 지휘했던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MBC 'PD수첩' 제작진과의 인터뷰('고 장자연' 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조선일보 측에서)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이름이 거명되지 않게 해 달라. 협박을 했죠, 저한테…. 한 판 붙겠다는 거냐(고 하더라고요)."
'조선일보' 측은 압력에 대해서도, 장자연 사건 당시 사내에 대책반을 구성해 운영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의혹만 남긴 채로 남아 있는 죽음은 이뿐만이 아니다.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의 부인 고 이미란 씨의 죽음과 이 씨에 대한 가족의 폭행을 둘러싼 의혹은 수차례 제기됐다. 그러나 이 씨의 죽음은 "조선일보 방용훈을 어떻게 이기겠어요"라는 말과 함께 역시 '의혹'으로만 남아 있다.
MBC 'PD수첩'이 지난 5일 '호텔 사모님의 마지막 메시지' 편을 통해 이미란 씨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재조명했다. '조선일보' 방상훈 동생의 사장이자 '조선일보' 지분 10.57%를 보유한 방용훈 사장. 방 사장이 얼음도끼를 들고 이미란 씨의 친언니 집을 찾아간 모습이 CCTV에 찍혔지만, 검찰은 기소유예 처분했다. '호텔 사모님의 마지막 메시지' 편의 연출자 서정문 PD는 '전형적인 권력 봐주기 수사'라고 지적하며 "형사사법기관들은 뭘 하고 있는 걸까"라고 탄식했다.
두 사건 모두 공교롭게도 '조선일보 방 사장'이라 장 씨의 유서에 언급된 방용훈 사장이 얽혀 있다. '조선일보'라는 거대 언론 권력의 일가인 방용훈 사장이 얽혀 있는 두 사람의 죽음에 의혹은 많지만 제대로 밝혀진 것은 없다. 공교롭게도 말이다.
그리고 두 사건 모두 사건 발생 당시 언론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MBC 'PD수첩'이라는 언론이 '조선일보'라는 거대 언론 권력의 어두운 그림자를 조명하며 다시 후폭풍이 일고 있다.
중요한 시기, 모든 언론은 다음의 당부를 새겨들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결코 기자 정신이 위축돼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기자정신'에 충실해야 한다. 사실을 바탕으로 진실을 보도한다는 기자정신을 되새기면서…."(2019년 3월 5일 '조선일보' 창간 99주년 기념식,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기념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