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토교통부와 경기도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국토부 수도권정비실무위원회는 SK 하이닉스측의 요청으로 산업통상자원부가 용인 공장 신설을 위해 신청한 산업단지 특별 배정 요청안을 통과시키고, 정비위원회 본회의에 올리기로 결정했다.
해당 안건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용인 원삼면 일대 448만㎡ 부지에 4개의 반도체 제조 공장 짓는 초대형 프로젝트는 최종 확정되게 된다. SK 하이닉스측은 이 사업에 10년간 120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처럼 사실상 용인 원삼면 공장 신설이 급물살을 타자 관할 지자체인 경기도와 용인시도 발 빠르게 부동산 투기를 차단하고 나섰다. 경기도는 지난 15일 용인시 원삼면 전역(60.1㎢)을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했다.
이에 따라 오는 23일부터 2022년 3월 22일까지 주거지역은 150m² 이상, 상업지역은 200m² 이상, 농지는 500m²이상, 임야는 1천m² 이상을 거래하려면 용인시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를 받지 않고 계약을 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을 때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도 관계자는 "원삼면 일대는 올해 초부터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 가능성이 커지면서 부동산 투기 조짐이 보이는 곳"이라며 "거래 동향 등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해 필요하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하는 등 투기 예방 조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대박' 기대감 속…"지금 안 판다" 부동산 시장은 '급랭'
원삼면 일대는 지난 연말부터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로 거론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등 투기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다.
실제로 평당(3.3㎡) 40만∼50만원 하던 농지가 150만원을 넘어섰고, 좋은 땅은 평당 300만원 선에서 500만∼600만원으로 올랐다.
땅 값이 상승하면서 원삼면 일대 토지거래량도 올 1월부터 동반상승했다. 지난해 한 달 평균 100건 정도였던 토지거래량은 1월 136건, 2월 163건으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투기목적을 가진 외지인의 방문이 급증했고, 면사무소 인근 3곳이었던 부동산 중개사무소도 최근에는 20여 곳으로 늘었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SK 하이닉스가 용인시 원삼면을 최종 부지로 선정한 이후, '부동산 대박'의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역설적으로 부동산 시장은 급격히 얼어붙기 시작했다.
면사무소 인근 A부동산 김모 대표는 "사업이 확정되기 전부터 언론을 통해서 소문부터 나면서 땅 값 급등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나 커진 상태"라며 "(50~60만원 하던 땅을) 150만원에 내놓고도 하루만에 16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하기도 하고, 지금은 아예 (지금은) 안 팔겠다고 매물을 거둬들이는 토지주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사업부지 안에 포함된 토지들의 경우는 고시가로 수용될 가능성이 커 땅을 내놔도 거래가 되지 않고, 예정지 주변 땅들은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매물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주민 박모(73)씨는 "공장이 들어와 땅값이 많이 오른다고 하니 기대감이 크고, 부동산에서도 매일 땅을 팔라고 전화가 온다"며 "팔까도 생각도 해봤는데, 자식들이 전화가 와서 더 오를 거니 팔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 속 '거래 제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원삼면 부동산 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용인시 관계자는 "전담단속반을 편성해 5월까지 두 달간은 원삼면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를 집중적으로 단속할 계획"이라며 "더욱이 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원삼면 일대 투기 과열은 어느 정도 소강상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