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충전소도 그림의 떡" 전기차 조기 구매자 분통

청주시 서원구청에 설치된 전기충전소. DC콤보 충전방식의 차량만 사용할 수 있다. (사진=청주CBS 최범규 기자)
최근 전기자동차와 충전 인프라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일찌감치 전기차를 구입한 운전자들은 신규 충전소를 이용하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해 4월 전기차를 구입한 이모(37)씨는 올 초 청주 문암생태공원을 찾았다가 분통을 터트리고 말았다.

최근 설치된 신규 전기차 충전소가 이 씨의 차량과 전혀 다른 충전 방식이어서 아예 이곳 충전소를 이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충전소가 크게 확충된다고 해서 무척 반가웠는데, 정작 신규 충전소에서는 기존 차량이 충전을 할 수 없었다"며 "충전방식이 다른 기기 하나만 설치돼 있어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충청북도청에 설치된 전기충전소. 3개 충전방식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사진=청주CBS 최범규 기자)
현재 국내 전기차의 충전 방식은 크게 'DC콤보' 방식을 비롯해 'DC차데모', 'AC3상' 등 3가지로 나뉜다.

2017년 정부는 비교적 충전속도가 빠른 DC콤보 방식을 표준으로 정했다.

이후 새롭게 설치되는 충전소도 이 표준방식 하나만 보급되고 있는 추세다.

기존 'DC차데모', 'AC3상' 등의 충전방식을 쓰는 차량에 대한 대책은 현재로선 사실상 없다.

현재 충북에 등록된 전기차는 1200여대다.

이 중 표준 충전방식인 'DC콤보'로 제작된 차량은 절반 정도인 500대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도내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는 모두 91곳으로, 전체 주유소(738곳)의 12.3% 수준이다.

그러나 전기차 충전소는 충전기가 1~2개 밖에 설치되지 않아 운전자들의 여전히 충전시설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성화에 각종 불편까지 감내하며 전기차를 조기 구매한 운전자들은 갑작스런 정책 변경으로 오히려 더 큰 불이익을 받게 된 처지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아직 국내에 전기차가 많지 않지만 앞으로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고 충정소도 크게 확충될 것에 대비해 충전방식을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이 아직도 갈 길이 먼 국내 전기차 시장에 대한 불안감만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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