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자초한 '1박 2일'…벼랑 끝에 섰다

정준영 부실 검증 비판에 방송·제작 중단 결정
하루 만에 차태현·김준호 고액 내기 골프 논란
제작진 안일한 인식 비난 봇물…폐지 요구까지

KBS2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에서 하차한 가수 정준영(왼쪽부터), 배우 차태현, 코미디언 김준호(사진=노컷뉴스 자료사진· JDB엔터테인먼트 제공)
12년을 이어온 장수 예능 프로그램 KBS2 '1박 2일'이 위기를 자초하면서 벼랑 끝에 섰다.

'1박 2일'에 고정 출연해 온 배우 차태현과 코미디언 김준호는 수백만원대 골프 내기를 쳤다는 의혹에 휘말리면서 사과와 함께 모든 방송에서 하차한다는 뜻을 17일 전했다.


KBS '뉴스9'는 전날 차태현·김준호가 정준영 등 '1박 2일' 멤버들이 참여하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내기 골프를 쳐서 돈을 땄다며 자랑하는 사진과 글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차태현은 자신이 225만원, 김준호가 260만원을 땄다고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고, '신고하면 쇠고랑'이라는 말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내용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뉴스9'는 현재 KBS를 떠난 담당 프로듀서도 해당 대화방에 있었지만 말리거나 하지 않은 채 묵인했다는 점, 정준영은 다른 단체 대화방에서와 마찬가지로 성희롱 발언들을 남겼다는 점 등을 덧붙였다.

'1박 2일'은 지속적으로 성관계 동영상을 불법 촬영·유포해 온 혐의로 입건된 정준영과 관련해서도 안일한 인식 탓에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앞서 정준영은 2016년 9월 여성 신체를 무단 촬영한 혐의로 피소됐지만 "해당 여성 의사에 반해 촬영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 뒤 4개월 만인 이듬해 1월 '1박 2일'에 복귀했다.

정준영 출연 중단 당시 '1박 2일' 방송에서 제작진은 멤버들이 "그 동생"(정준영)을 언급하며 그리워하는 모습을 연출했고, 복귀할 때는 '검증 없는 지나치게 빠른 복귀'라는 대중의 비판에도 귀기울이지 않았다.

결국 KBS는 15일 '1박 2일' 방송·제작 중단 소식을 전하면서 "출연자 관리를 철저하게 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리며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가수 정준영이 3년 전 유사한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 당국의 무혐의 결정을 기계적으로 받아들이고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 채 출연 재개를 결정한 점에 대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출연자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로부터 불과 하루 뒤에 차태현·김준호의 고액 내기 골프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1박 2일'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게 된 셈이다.

시청자들은 '1박 2일' 홈페이지를 찾아 비판 글을 쏟아내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한 시청자는 17일 "10명이 넘는 몰카 피해자들·가족들이 '1박 2일'에서 웃고 떠드는 정준영을 보면서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아마 '1박 2일'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치가 떨리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청자는 "(정)준영이 사태만 해도 폐지하고 남을 수준인데 잠정중단이란 불씨를 살려 놨다가 또 차태현·김준호 사건 터지고"라며 "이젠 비판을 넘어선 수준이고 이건 무지란 말을 들어도 할 말 없을 것 같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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