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신남방정책 대상 국가들인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캄보디아를 6박7일 일정으로 국빈 방문한 문 대통령은 이들 국가들과 인적교류 늘리기, 인프라 투자, 무역규모 확대 등을 통해 성장동력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석유와 천연가스 등 자원 부국인 브루나이와는 LNG 밸류체인을 맺고 가스 탐사와 생산, 수송, 판매 등 생산에서 발전(Gas to Power)에 이르는 LNG 관련 사업을 일원화해 추진하기로 했다.
말레이시아와는 2조 달러가 넘는 전세계 할랄(이슬람 율법에 의해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 시장 공동 진출과 FTA 협정 체결 등을 협의했고, 캄보디아와는 이중과세방지협정을 맺어 우리 기업들의 해외진출이 보다 수월해질 수 있도록 했다.
문 대통령은 고된 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지만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신남방정책 성과와 별도로 한반도 비핵화를 놓고 북미교착 상태가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와 민생·경제 문제에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 등 국내외 현안이 문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의 재개 방안을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선언하며 남북 경제협력을 통한 북미관계 개선이라는 선순환 구조 밑그림을 그렸지만 상황은 녹록찮다.
미 국무부는 지난 12일 "남북관계가 북 핵프로그램 해결과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고 밝힌 데 이어 금강산관광·개성공단에 대한 제재 면제 가능성도 일축하고 있다.
지난달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추가 대화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북미는 회담 결렬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내놓으며 그 수위도 점차 높여가고 있다.
최 부상은 15일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중단을 고려 중"이라며 "북한은 미국의 요구에 굴복하거나 이런 식의 협상에 나설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과의 협상과 관련해 곧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훈센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던 문 대통령은 현지에서 강경화 외교장관으로부터 북한의 움직임을 보고받는 등 급박하게 움직였다.
순방을 동행 중인 김의겸 대변인은 "서울에 있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최 부상이 정확하게 무슨 발언을 했고, 그 발언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각도로 접촉해서 진의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어렵게 만들어진 북미 대화테이블에서 북한이 이탈하는 것을 가장 우려하는 청와대는 "협상 중단을 고려 중"이라는 최 부상 발언의 진의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를 북미대화 지렛대로 삼겠다는 계획도 일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북미관계 교착은 물로 북한에 대한 한미간 접근법에 이견이 있다며 야권이 반발하고 나서는 점도 문 대통령에게는 아픈 대목이다.
황 대표는 "지금 대한민국은 어두운 밤이다. 한미동맹은 갈 길을 잃었다. 김정은이 비핵화 협상 중단을 고려하고 행동 계획도 곧 발표한다고 한다. 언론은 연일 한미동맹을 걱정하고 있고 국민의 불안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런 가운데 포용적 혁신성장 등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이렇다할 성과가 나오지 않는 점도 여전히 부담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한 3월 2주 여론조사 결과, 문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 하고 있다고 응답한 긍정평가는 44%로 정부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정평가 이유로는 경제·민생문제 해결 부족이 32%로 가장 높았고, 북한관계 치중·친북성향(24%), 전반적으로 부족(5%), 일자리 문제·고용부족(4%) 등의 순이었다.
문 대통령은 귀국 다음날인 17일 별다른 외부일정을 잡지 않은 채 북한의 움직임 등을 보고받으며 '한반도 비핵화 중재자'로서 향후 대응책 마련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