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기형도 시전집)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는 기형도 30주기를 맞아 그가 남긴 시들을 오롯이 묶은 시집이다. 기형도는 29살의 젊은 나이에 첫 시집 발간을 준비하던 1989년 7월, 종로의 한 극장에서 뇌졸중으로 숨졌다. 그의 시집 <잎 속의 검은 잎>은 첫 시집이자 유고 시집이 됐다.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는 생전에 시인이 첫 시집의 제목으로 염두에 둔 것이다. <잎 속에 검은 잎>에 실린 시들과 미발표 시들 97편을 모았다.
이광호 문학평론가는 "우리는 다시 기형도의 거리에 서 있다"고 말했다. "기형도의 거리는 시인의 사회적 경험과 미적 감각이 동시에 관여하는 현대적인 지점"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기형도가 세상을 떠난지 30년이 지났지만 그의 시는 권위가 되지 않고 끊임없이 현대인의 감성에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있다.
◆ 어느 푸른 저녁 (젊은 시인 88인 트리뷰트 시집), 전문가 (글 기형도, 그림 김유)
2000년 이후 등단한 젊은 시인 88명이 88편의 시를 모은 트리뷰트 시집이다. 기형도의 시를 모티브 삼아 젊은 시인들이 새로 읽고 써낸 시는 한국 현대시단의 가장 젊은 에너지가 응축돼 있다.
<전문가 Ein Experte>는 기형도의 시 '전문가'를 모티브로 삼은 32쪽짜리 짧은 그림책이다. 기형도의 동화적 시 세계에 영향을 받은 작가가 판화, 에칭, 수채화, 콜라주, 스텐실 등의 다양한 미술기법을 혼합해 새롭게 해석하고 만들어낸 책이다.
◆ 북한 여행 (뤼디거 프랑크 지음, 안인희 옮김)
지난 30년간 북한을 꾸준히 방문하고 연구해온 뤼디거 프랑크가 폐쇄된 나라 북한의 과거, 현재, 미래를 깊이있게 추적한 책 <북한 여행>을 발간했다.
저자는 1991년 평양 김일성종합대학 유학생으로 처음 북한에 간 이후에 지난해까지 30년간 북한을 꾸준히 방문했다. 때로는 북한 전문가 자격으로, 때로는 여행객 신분으로 북한을 관찰해온 저자가 쓴 가장 자세한 북한 안내서이다.
대부분의 북한 관련 서적들이 평양을 중심으로 했다면 이 책은 평양은 물론이고 개성부터, 중국 국경지대 백두산과 러시아 국경에 면한 라선 경제특구까지 골고루 소개한다.
◆ 묻다 (글, 사진 문선희)
2000년 이후 가축 전염병으로 살처분당한 동물은 얼마나 될까? 9800만 마리다.
2010년 겨울 구제역과 조류독감으로 천만 마리가 넘는 생명이 땅에 묻혔고, 불과 3년 뒤에 매몰지의 법정 발굴금지 기간이 해제됐다. 이 땅은 온전한 곳이 됐을까?
사진작가인 문선희씨는 2년 동안 매몰지 100곳을 찾아다니며 땅 속에 깊숙이 봉인되었던 동물의 목소리를 끌어올린다. 저자는 생매장 당한 생명을 삼킨 땅의 변화를 기록했다. 가축 전염병의 예방과 대처법, 살처분 방식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한 작가가 살처분 매몰지를 기록한 경험을 사진과 함께 이야기 방식으로 풀어낸다.
올해에도 구제역으로 2천만 마리가 넘는 소가 살처분됐다. 저자는 살처분 현장의 냉혹함을 목격하고 가슴 아파하고 두려워하면서, 과연 지금의 대량 살처분 방식이 합당한지에도 의문을 던진다.
◆ 지금 살고 싶은 집에서 살고 있나요? (모나 숄레 지음, 박명숙 옮김)
프랑스의 에세이 작가로 활동 중인 모나 숄레가 '집'의 의미에 관해 쓴 책이다. 현대인들에게는 집의 고유의 기능을 느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바로 인터넷과 SNS 때문이다. 집에 들어와서 컴퓨터를 키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기 무섭게 모르는 군중들이 인터넷 선을 타고 거실이나 침실에 난입한다. 저자는 '정보 비만증'과 '신경성 의존증'이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을 얼마나 방해하고 있는지를 상기시킨다. 그러면서 진정한 '집'의 의미를 7가지 물음으로 되짚는다.
또 1인가구, 무자녀 커플, 한부모 가족, 재구성 가족 등 가족의 여러 형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주거 형태의 기준은 여전히 '핵가족'이라는 전통적인 가족상에 얽매어있다고 지적한다. 물가 폭등과 더불어 살인적인 부동산 가격으로 집 주인이라는 성배를 거뭐진 자들의 갑질에 시달린다는 진단은 우리나라의 상황과 꼭 닮아 있다. 저자는 여기에 협동주거 등으로 새로운 경험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 뮤지엄 Ⅹ 여행 (최미옥 지음)
뮤지엄은 단순히 작품 관람의 공간이 아니라 관람객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며, 휴식과 영감의 장소로 거듭나고 있다. <뮤지엄 Ⅹ 여행>은 국립민속박물관의 디자인 담당 큐레이터인 최미옥씨가 10년간 세계 각지 뮤지엄을 발로 누비며 쓴 여행기이다. 11개 국가, 25개 도시의 38곳의 뮤지엄을 찾았다.
우리에게는 '박물관', '미술관', '홍보관'으로 나뉘어 번역되지만 해외에서는 '뮤지엄'으로 통합된다. 저자는 뮤지엄을 "오래되고 고루한 물건을 진열한 공간"으로 기억되는 것을 안타까워 하면서 뮤지엄은 "과거이면서 현재이고, 또 미래의 장소"라고 말한다.
◆ 다시 쓸 수 있을까 (테오도르 칼리파티데스 지음, 신견식 옮김)
"아예 쓰지 않는 것보다 후지게 쓰는 것이 두려웠다"
그리스 태생 스웨덴 현대문학의 거장인 테오도르 칼리파티데스는 77살에 작가로서 으노티할 때라고 결심한다. 마흔 권 이상의 책을 출판하고 정신적 에너지를 완전히 소모한 뒤에 문학적 위기를 마주한 이 거장은 글이 더이상 써지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찰했다. 그는 친구와의 대화에서 곧 깨닫는다. 시지푸스와 같은 글쓰기의 운명은 축복이라고. 일이 없는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이 책은 기력도 쇠하고 글쓰기의 흥미를 잃은 칼리파티데스가 새로운 목표를 추구하면서 과거와 현재의 그를 만든 정신적, 물리적 세계를 거술러 탐색하는 일종의 여행기이다. 불만에 차 있을 지언정 비관이 아니라 더 다양한 만남으로, 탐색으로 안내하며 낙관적인 시야를 되찾는다. 그리고 결과물로 <다시 쓸 수 있을까>라는 스웨덴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에세이를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