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징역형만 있는 '타인 도장, 서명 부정사용죄' 위헌 심사

서울서부지법, 형법상 사서명위조죄 조항 위헌법률심판 제청
보호법익 같은 사문서위조죄, 벌금형도 규정…법원 "형벌 균형 어긋나"
사서명위조·사문서위조죄 등 적용 법조항 따라 형벌 종류 달라져


다른 사람의 인장(印章·도장)이나 서명 등을 부정하게 사용한 사람에게 벌금형 없이 징역형만 선고하도록 규정한 형법 조항이 위헌 심사대에 올랐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서울서부지법 형사5단독은 최근 형법 제239조1항과 2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사건을 심리 중이다.

형법 제239조1항은 '행사할 목적으로 타인의 인장, 서명, 기명 또는 기호를 위조 또는 부정 사용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면서, 2항에서 '위조 또는 부정 사용한 타인의 인장, 서명, 기명 또는 기호를 행사한 때'에도 1항과 같게 처벌하고 있다.


재판부는 "'서명의 진정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보호해야 할 가치가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안에 따라서는 그 피해 정도가 가볍기도 하고, 다양한 유형에 따라 그 죄질을 일률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며 "법정형을 징역형만으로 규정한 것은 다양한 불법성 정도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보호법익이 비슷한 사문서위조죄나 사전자기록위작죄 등과 비교해도 형벌 균형이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사문서위조죄는 '행사할 목적으로 권리·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문서 등을 위조 또는 변조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으로 권리·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위작 또는 변작한 자를 처벌하는 사전자기록위작죄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사문서위조죄와 같다.

이들 범죄는 징역형 상한이 5년으로 징역 3년인 타인의 도장이나 서명을 위조하는 사서명위조죄보다 더 무겁게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형이 더 중하게 규정돼 있다고 볼 수 있는 사문서위조죄 경우에도 벌금형을 선택할 수 있는 반면에 형이 더 가벼운 사서명위조죄의 경우 징역형만 선택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범죄의 종류와 죄질에 따라 법정형 종류와 범위가 차이가 있을 수 있더라도 (사서명위조죄) 조항은 비슷한 범죄(사문서위조죄)에 비해 균형을 잃을 정도로 가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실무상 음주운전이나 무면허운전으로 적발돼 경찰 휴대정보단말기(PDA)에 타인이 서명한 경우, 사전자기록위작죄나 사서명위조죄로 기소되고 유죄 판결이 내려지고 있다"며 "법관의 형종 선택 재량이 과도하게 제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단속에 적발된 음주 운전자 등이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PDA에 서명했더라도 사전자기록위작죄로 기소될 경우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받을 수 있지만, 사서명위조죄의 경우에는 징역형만 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지난해 3월 서울 은평구의 한 도로에서 면허 없이 108cc 오토바이를 운전하다가 단속에 적발된 A씨는 신분 확인을 요청하는 경찰에 자신의 친구 주민등록번호(주민등록법 위반)를 불러주고 경찰 PDA에 서명한(사서명위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징역형만 규정한 사서명위조죄가 헌법에 반한다며 지난 1월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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