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일잘러는 개인역량이 뛰어나고 카리스마가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스마트워크 시대, 애자일 조직 시대의 일잘러는 이런 개인의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제는 '같이' 일해야만 '가치'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동료들이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면서도 사무실의 호구가 되지 않는 속이 꽉 찬 일잘러. 스마트워크 디렉터로서 국/내외 기업들의 다양한 업무방식을 살펴보았고, 그 중에서 발견한 일잘러들의 공통된 테크닉을 공유한다. 물론 나 역시 실제 업무에서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방법들이다.
작지만 큰 힘, 팀을 한 방향을 이끄는 <원페이지 레포트>
이를 위한 일잘러들의 테크닉이 '원페이지 레포트(One-page Report)'다. 내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중요한 사항들을 페이지에 정리하고, 이를 청사진을 삼고 일을 해 나가는 것이다. 일의 시작 전에 쓰는 것인데 '레포트'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일이 끝난 후에 쓰는 보고서라고 생각하면 무엇이 중요한 사항인지를 판단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원페이지 레포트에 들어가는 내용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발생하는 의사결정 상황에서 기준점이 될 만한 내용들이어야 한다. 즉, 프로젝트 기간, 예산, 멤버, 주요일정이 기본적으로 들어가고, 그 외에도 프로젝터의 궁긍적인 목적이나 원칙이 명확하게 서술되어야 한다. 또한 기대하는 결과물에 대한 상세한 비전도 중요하다. 이런 내용은 팀원들이 함께 보면서 수정해 나갈 수 있도록 웹 공유문서를 이용하면 영향력이 극대화된다.
스마트워크 시대는 협업이 기본이고, 협업에 있어서 서프라이즈 이벤트는 금물이다. 협업의 꽃은 사전 공유. 모든 것을 먼저 공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함께 하는 일을 하는데 중요한 원칙과 목적을 공유하면, 모두가 한 방향을 향해 나갈 수 있다. 일을 시작할 때 미리 쓰는 원페이지 레포트는, 일잘러들이 팀을 한 방향을 이끄는 작지만 큰 힘이 될 것이다.
긴 메일은 민폐, 명확하고 임팩트있는 <세 줄 이메일>
이를 위한 테크닉이 '세 줄 이메일'이다. 상대방에 메일을 쓰는 분량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고 메일을 쓰는 것이다.
먼저, 본문의 첫 줄에는 '결론'을 쓴다. 만약 내가 상대방에서 한 문장만 전달할 수 있다면 무엇을 쓸까 생각하면 결론이 뭔지가 명확해 진다. '다음주 팀 미팅 아젠다를 목요일 18시 전까지 보내주세요' 이거나 '모레 면접을 위한 후보자들 이력서를 보내드립니다' 처럼, 메일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나 결론을 한 문장으로 먼저 말한다.
두 번째 줄에는 '이유'를 쓴다. 무언가를 요청했다면 그것이 필요한 이유와 왜 기한이 그렇게 잡혔는지를 쓰면 된다. 단순한 정보 공유라면 이 정보를 왜 공유하는지를 밝힌다. 우리가 일을 할 대 흔히 하는 실수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이야기하지만 '왜'를 생략하는 것이다. 미리 이유를 밝히면 상대방의 협조도 쉽게 얻을 수 있고, 불필요한 오해도 줄일 수 있다. 이유가 장황해지면 오히려 신뢰가 떨어지니 가장 중요한 이유 하나만 짧게 공유한다.
세 번째 줄에는 '대안'을 쓴다. 무언가를 요청했고 이유를 밝혔음에도 상대가 해줄 수 없는 경우 고를 수 있는 선택지를 주는 것이다. '만약 목요일 퇴근시간 전까지 자료 공유가 힘들다면 저에게 미리 전화 부탁드립니다' 라든가 '디바이스 문제로 이력서 파일이 열리지 않으면, 그룹웨어의 팀장 자료실을 이용해 주세요'와 같은 식이다. 메일로 보내는 요청이나 정보는 일방향의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에 자칫 일방적인 것으로 느껴질 수 있는데, 대안을 추가함으로써 그런 느낌을 한층 완화시킬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제목'은 가장 나중에 쓴다. 제목은 상대방이 읽고 '아, 언제까지 뭘 해달라는 거구나'를 느낄 수 있도록 써야한다. 대부분은 메일 내용을 보기 전에, 수신함에서 메일 제목을 읽고 본문을 열지 말지를 선택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쓸 수록 내용을 궁금해 할 가능성이 크다. 또 요청이 구체적이여야 그에 대한 수신이나 반응도 빠르다. 회사에 따라서는 '메일의 첫줄을 제목으로 한다'는 원칙을 가진 곳도 있다고 들었는데 이도 좋은 방법이다. '세 줄 이메일' 원칙에 따라 메일을 쓴다면, 첫 줄이 메일을 쓴 목적에 해당하므로 첫줄을 그대로 노출하는 것도 좋다.
차원높은 업무지시, 실무자와의 시차를 줄이는 <3D 업무지시>
일을 시키는 사람과 실행하는 사람에는 큰 간극이 있다. 일을 시키는 입장에서 팀원들에게 지시한 내용은 큰 목적과 배경 아래서 나온 '결과'이지만, 그걸 보지 못하는 팀원 입장에서는 지시한 내용만을 가지고 일의 목적과 배경을 거꾸로 짐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시한 업무를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니 서로가 서로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한다.
이럴 때 유용한 방법이 '3D 업무지시'다. 업무지시의 3가지 차원을 현재/과거/미래에 맞춰 설명하는 것이다.
1D 현재 - 사용하는 단어의 '정의'를 더블체크한다. 상당히 많은 상황에서 우리는 같은 단어를 쓰지만 다른 의미로 해석한다. 예를 들어 업무를 지시하는 사람은 '보고서'라는 말을 쓸 때 객관적인 통계와 인사이트 있는 분석이 함께 담긴 걸 의미한다. 하지만 지시받는 사람은 데이터베이스에서 뽑아낸 페이지 출력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똑같이 '가서 OOO씨 좀 도와주도록 해'라고 말했다고 해도, 팀장은 가이드를 해주라는 의미였고 팀원은 물어보면 답이나 해주라는 의미로 해석했을 수 있다. 이렇게 사용한 용어의 '정의'가 다를 경우에는, 지시하는 사람이 원하지 않은 일로 시간을 낭비할 수도 있으므로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혹시 '도와주라'는 말씀이 단순히 질문에 성실히 답해주는 것 이상의 도움을 의미하는 건가요?"라고 한마디만 물어도 일의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2D 과거 - 지시하는 업무의 '맥락'을 밝힌다. 스토리가 의미있는 이유는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업무지시에서 그 스토리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맥락'이다. 어떤 배경에서 지시한 업무가 필요한 것인지, 왜 이 업무가 중요한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단순히 업무 지시만 하는 것 보다는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지만, 결국 업무를 수행하는 중간중간 필요한 질문이 줄어들어 결국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OOO씨는 이전까지 하던 일이 IT와 관련이 없어서 용어에 대한 이해가 느릴 수 있고,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감이 안 잡힐 거예요'라고 맥락을 설명하면, 업무 지시를 받은 사람은 무엇을 도와줘야 할 지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할 수가 있다.
3D 미래 - 지시하는 업무의 '의도'를 밝힌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알면 일을 탁월한 수준으로 해낼 수가 있다. 작든 크든 모든 업무지시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누군가를 설득하는 게 의도일 수도 있고, 빠르게 대응하는 기민한 팀이라는 걸 회사에 알리는 의도를 가질 수도 있다. 불순한 의도가 아니라면, 이 의도를 팀원들에게 숨길 이유가 없다. "OOO씨는 어려운 시기에 우리 팀을 선택한 역량있는 인재라고 생각해요. 이 친구가 팀 적응 기간에 혼자 힘들어하다가 탈락되지 않았으면 해요" 와 같이 짧고 명확하게 의도를 설명해 보자. 지시하는 업무가 앞으로 나갈 방향을 공유하게 되면 누구든 다른 수준으로 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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