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국내 유통업계의 트렌드는 '고객 체류시간 확대'다.
과거 싼 가격과 높은 상품성으로 무장해 고객을 끌어 모았다면, 이제는 문화센터와 각종 편의시설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필수다.
휴일이면 아이와 함께 문화센터에서 수업을 듣고, 가족이 식사를 마친 뒤, 쇼핑을 하고 집에 돌아오는 일상이 자연스럽게 매장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화장품 매장과 커피숍이 함께 마련돼 쇼핑과 휴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매장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최근에는 20~30대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체험형 공간도 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15일부터 28일까지 신촌점 지하 2층에 e스포츠 전문 팝업스토어 '슈퍼플레이'를 오픈한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인기있는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LOL)'와 '베틀그라운드' 관련 상품은 물론 e스포츠 스타플레이어인 이상혁(FAKER) 선수를 주인공으로 한 '페이커 에디션'도 마련됐다.
현대백화점은 이르면 연내 △신촌점 △목동점 △판교점 등에 e스포츠 정식 매장을 열 예정이다. 2020년 하반기 오픈할 여의도점에는 496㎡(150평) 규모의 e스포츠 매장도 계획하고 있다.
가든파이브점과 목동점, 판교점 등에 설치된 '플레이스테이션 라운지'에서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을 무료로 체험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8월 건대점에 '가상현실 실내 테마파크'를 오픈했고, 롯데프리미엄아울렛 기흥점의 인공 파도를 가로지르는 '실내 서핑샵'도 인기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월계점은 맞은편에 헬스장과 북카페 등으로 구성된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의 '한내 행복발전소'를 지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매장을 복합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하는 게 트렌드"라며 "고객들의 매장 체류시간을 늘리면 유통업체는 매출을 높일 수 있고, 고객들은 가족과 함께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다양한 문화공간을 마련할수록 고객들의 매장 체류시간도 증가한다.
신세계가 지난해 12월 오픈한 '스타필드 시티 위례'는 평균 주중 1만 8000명, 주말 3만명이 찾는다.
스타필드 시티 위례는 '이마트타운'과 '스타필드'의 장점을 더한 곳으로 고객 평균 체류시간이 2시간 40분이다.
고객 평균 체류시간은 트레이더스와 이마트, 일렉트로마트 등 다양한 쇼핑공간인 '이마트타운'이 2시간, 서울지역 대형마트가 1시간 7분이다.
이 같은 트렌드는 네이버와 다음, 네이트 등 국내 포털사이트가 각종 서비스 도입을 통해 몸집을 늘려 네티즌들의 체류시간을 사로잡으면서 성장한 것과 유사하다.
포털사이트는 '관문'이라는 의미의 포털(portal)에서 알 수 있듯이 네티즌들이 정보를 찾기 위한 검색 서비스로 문을 열었다.
이후 △네이버 '지식iN' △다음 '인터넷 카페' △네이트 '판' 등 포털사이트 별로 특색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포털사이트는 뉴스와 쇼핑, 영화, 음악, TV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네티즌들이 다른 인터넷 사이트로 이동하지 않도록 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네티즌들의 체류시간이 곧 수익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결국 고객이 즐기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수익도 높아진다는 점이 포털사이트와 비슷해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