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중 방치돼 재차 성폭행' 고교생, 쉼터 관리 어땠길래

인솔자, 밤샘근무 후 곧바로 외근
쉼터 측 "인력 부족, 핑계될 수 없어…죄송하다"

(사진=자료사진)
성폭행 피해 여성 쉼터에 입소한 지적장애 청소년이 관리 부실로 괴한들에게 재차 성폭행을 당한 사건이 지역사회에 충격을 안기면서 쉼터 측 관리 부실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밤샘 근무자가 휴식 시간을 보장받지 못한 채 곧바로 피해 여성들을 인솔하는 등 사건 발생 직전 쉼터 인력 운용에 불가피한 차질이 속속 드러나자 일각에서는 단순 과실만으로 사안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14일 전북지방경찰청과 전주시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전주시 소재 모 성폭행 피해여성 쉼터(이하 쉼터)에서 보호 중이던 고등학생 A(지적장애 2급)양이 실종됐다.

경찰과 전주시는 가용 인력을 총동원해 실종 이튿날 A양을 찾았다. 그러나 A양은 이미 괴한 두 명에게 이끌려 인근 숙박 시설에서 성범죄 피해를 당한 후였다.

조사 결과 A양을 인솔한 쉼터 직원(상담원) B씨는 사건 당일 오전 A양을 데리고 전주 소재 한 심리 치료센터로 갔고, 약도를 주며 쉼터로 스스로 돌아오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쉼터와 센터의 최단거리는 2㎞ 남짓으로, 도보로 20분가량 걸리는 길이었다.

B씨는 왜 지적장애 2급인 미성년자에게 이처럼 무리한 요구를 한걸까.


쉼터 관계자는 지난 13일 CBS노컷뉴스와 만나 "판단 착오로 인한 센터측 과실이다"며 "A양이 쉼터에 입소한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른 판단을 했다"고 덧붙였다.

전주시 등에 따르면 A양은 쉼터 보호 기간 일반적인 지적장애 2급으로 여기기 힘든 점들이 여럿 있었다고 한다. 글을 쓰거나 의사소통하는데 문제가 없었고, 자신이 필요한 물건이나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꺼낼 만큼 적극적인 면도 있었다. 쉼터 직원들의 일을 함께 나눠 하고 싶다고도 했다는 전언이다.

B씨가 A양 곁에 머물 수 없었던 이유도 있었다. 1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B씨는 A양 등 쉼터 보호여성 2명을 데리고 심리치유센터 등 외부 기관을 찾았다. A양을 심리치료센터에 데려다 준 그는 곧바로 또 다른 보호여성을 데리고 전주시 내 다른 관공서로 향했다. B씨는 전날 오전 9시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24시간 근무를 하고도 퇴근하지 못한 채 연장근무를 계속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쉼터 관계자는 그러나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일이 이렇게 된 상황에서 열악하다는 말은 변명에 불과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단순 과실로 몰아서는 재발 방지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도내 한 여성운동 활동가는 "현장의 열악한 상황이 자신의 전문성 부족이나 무능을 합리화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면서도 "행정당국이 그동안 피해자 지원에 제대로 대처해왔는지, 또 길을 걷는 장애인 여성을 범죄 대상으로 여기는 사회적 환경은 과연 정상적인지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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