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50건. 1600건. 1390건. 지난 11일부터 13일 오후 5시까지 각각 '정준영', '클럽 경찰', '버닝썬 경찰'이라는 키워드로 포털사이트 '다음'에 검색했을 때 나온 기사의 수다. 기사의 수만큼 정준영에 대한 대중과 언론의 관심은 상당하다.
가수 정준영이 해외 촬영을 중단하고 긴급하게 입국한 지난 12일, 인천공항에는 사회, 문화, 연예 등 다양한 분야 수백 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이날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정준영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피내사자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경찰은 정준영이 가수 승리가 포함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비롯한 다수의 채팅방에 불법으로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 등을 유포했다고 보고 있다. 승리는 현재 성매매 알선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승리의 성 접대 의혹이 담긴 카카오톡 채팅방에서도 동영상이 공유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내사에 착수했으며, 채팅방에 참여한 연예인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정준영이 촬영물을 유포한 곳은 승리가 포함된 카카오톡 채팅방. 승리의 채팅방은 그 안에 성 접대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는 보도를 통해 문제가 불거졌다. 승리 사건의 시작은 성범죄와 마약, 탈세로 얼룩진 클럽 '버닝썬'의 진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버닝썬'의 이면은 한 남성이 버닝썬에서 이뤄진 폭행 사실을 고백하며 세상에 드러났다.
폭행 피해자는 "경찰한테 폭행 사건 당시에 이렇게 얘기했지만, 당시에는 묵살되었다"라며 경찰과 버닝썬 사이 유착을 의심했다.
승리와 정준영의 카카오톡 채팅방을 제보한 방정현 변호사는 13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그(채팅방) 안에 경찰 유착이 드러나는 대화 내용이 있다"며 "그들의 대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 만약에 맞다면, 버닝썬 사태가 역삼지구대, 강남경찰서 수준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방 변호사는 경찰에 제보하지 않고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경찰과 클럽의 밀접한 관계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경찰에 '증거'를 넘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방 변호사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대검찰청에 넘기고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과 클럽 사이 유착 관계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경찰에 넘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3일 경찰 신분증을 내고 버닝썬에 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강남경찰서 소속 30대 경찰관 A경장을 내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클럽과 공권력 사이 유착 의혹이 있는 것은 버닝썬뿐만이 아니다. 강남 최대 클럽으로 알려진 아레나도 수사 대상에 올랐다. 경찰은 수백억원대 탈세 의혹을 받는 아레나를 조사하기 위해 지난 10일 서울지방국세청을 압수 수색했다. 또한 지난 2017년 발생한 아레나 폭행 사건 당시 부실수사가 있었음이 확인됐다.
이처럼 클럽과 경찰을 포함한 공권력 사이 오래된 '검은 커넥션'이 하나둘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중의 시선은 어디로 향해 있는 걸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화려한, 그러면서도 방송을 통해 우리에게 친숙한 연예인과 불법 촬영물, 성매매 알선 의혹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의 만남으로 대중의 시선은 자연스레 그쪽으로 쏠렸다. 언론도 대중을 따라, 대중을 더 자극할 수 있는 사건을 따라 움직이고 있다.
물론 정준영과 승리의 사건이 갖는 중요성 또한 크다.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정준영과 승리 사건을 가능하게 만든 근원이다. 문제는 해당 사건의 핵심이자 모든 것의 시작인 공권력과 클럽의 유착 관계가 '연예인의 성범죄'라는 누가 봐도 눈에 띄는 사건으로 묻혀버리지 않을까 하는 데 있다.
대검찰청에서 클럽과 경찰의 유착 관계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면 사건의 중심축이 넘어갈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도, 대중에게도, 언론에도 질문을 던져본다. 대중과 언론이 향해야 할 곳은 '정준영' 뿐일까. 호기심이 아닌 관심이 향해야 할 곳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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